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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좋은 차는 가솔린이 잘 팔린다?

팩트체크|2018.01.15 14:02

현대자동차 '그랜저 IG'가 2017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차량들 중 유일하게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 13만 대를 돌파했다. 정확히는 13만 2080대다. 신형 그랜저 IG는 5년 만에 풀 체인지 됐다. 누적 판매 실적은 2016년 11월부터 1년간 가솔린 모델이 8만 9,946대가량이 판매됐다. 반면 디젤 모델은 8,675대 수준에 그쳤다. 판매량에서 알 수 있듯 주력 모델은 2.4 가솔린 모델이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가솔린차가 디젤 차보다 더 좋은 차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은 아니냐'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의견은 사실일까? 팩트체크를 통해 의견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팩트체크>

Q1. 세단은 가솔린 모델이 많이 팔린다?


그렇지 않다.

조사 결과 결과를 살펴보자.

2017년에 가장 많이 팔린 국산 차 '그랜저 IG'를 살펴보자.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의 판매 실적을 조사해본 결과 그랜저 IG는 가솔린 모델, 그중에서도 주력 모델인 '2.4 가솔린 모델'이 가장 많이 판매됐다. 그다음으로 '3.0 가솔린 모델'과 '3.0 LPi 모델', '2.2 디젤 모델' 순으로 뒤를 이었으며, 가장 판매가 저조했던 모델은 '3.3 가솔린 모델'이었다. 3.0 LPi 모델은 택시를 비롯한 렌터카의 수요가 판매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체적인 판매 증가에는 임원 법인 차량 교체 수요 등의 법인 수요도 한몫했다. 이미 출시 초기부터 그랜저 HG의 법인 고객 비율 32%보다 5.3% p 높은 37%로 출발한 바 있다.




연료 형태 별로 살펴보면 가솔린차가 73%의 비율로 압도적이었다. 디젤 차 판매량은 LPG 차에도 밀려 7%에 그쳤다. 가솔린 모델이 디젤 모델보다 무려 10배 이상 많이 판매됐다. 그랜저의 결과만 본다면 세단은 가솔린 모델이 많이 판매된다는 말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다른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수입 베스트셀링 카인 'BMW 5시리즈'는 그랜저와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판매량에서 알 수 있듯 5시리즈의 주력 모델은 디젤 모델인 '520d'다.



2017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의 판매 실적 조사 결과 '520d'는 7,906대가 판매되어 가장 많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는 '520d xDrive'가 뒤를 이었으며, 가솔린 모델은 '530i xDrived'와 '530i' 순으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월부터 11월까지 계속해서 판매된 차량들 중 가장 적게 판매된 차량은 가솔린 모델인 530i였다.



연료 종류별 판매 비율도 그랜저와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5시리즈는 디젤 차량의 판매 비율이 73%로 압도적이었고, 가솔린 모델의 판매 비율은 20%에 그쳤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판매 동향도 살펴보자. 조사 결과, E-클래스는 2017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차량 중 가솔린 모델이 60%의 비율로 절반 이상 판매됐지만, 디젤 모델도 40%가 판매됐다. 그랜저만큼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세단 차량일수록 가솔린의 수요가 무조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Q2. SUV는 디젤 모델이 많이 팔린다?


그렇지 않다.

SUV 차량들의 판매 실적도 살펴보자.



기아차의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경우 디젤 모델이 주력 모델로 꼽힌다. 두 차량의 가솔린 모델 출시 이후의 판매 비율을 살펴보면 그랜저와 같이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쏘렌토와 스포티지 디젤 모델은 각각 96%와 91%의 압도적인 판매 비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예외도 있었다.

르노삼성 'QM6'와 쌍용 '티볼리'의 경우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QM6가 가솔린 모델을 출시한 이후의 누적 판매 실적을 살펴본 결과, 가솔린 모델이 59%, 디젤 모델이 41%의 비율을 차지해 가솔린 모델이 더 많이 판매된 것을 알 수 있다. 티볼리 역시 가솔린 모델이 66%, 디젤 모델이 34%의 비율을 차지해 가솔린 모델이 더욱 많이 판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수입 SUV의 경우 가솔린 모델만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캐딜락의 경우 XT5와 에스컬레이드를 가솔린 모델만 생산하고 있으며, 포드링컨 역시 익스플로러, MKC 등 가솔린 SUV만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SUV일수록 디젤 모델이 많이 판매된다'라는 말은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Q3. 좋은 차일수록 가솔린 모델이 많이 팔린다?

  

이 역시 그렇지 않다.

2017년 한 해의 판매 실적을 살펴본 결과 BMW '7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모두 디젤 모델이 더 많이 판매됐다.



고급 브랜드일수록 가솔린 모델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롤스로이스는 가솔린 모델만 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역시 디젤 모델은 없다. 그러나 고급 차량인데 디젤 모델이 있다면, 그리고 그중에서 디젤 모델이 더 합리적이라면, 디젤 모델이 더 많이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Q4. 디젤과 가솔린, 선택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디젤과 가솔린 차량 사이, 선택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편견이 아닌, 두 가지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들여다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첫째, 가격이다.

가격이 차이가 많이 난다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차를 선택한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자. 


세단 부문이다. 가솔린 모델이 압도적으로 판매된 그랜저의 경우, 가솔린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2.4 가솔린'의 기본 가격은 3,105~3,400만 원이다. 반면, '2.2 디젤'의 기본 가격은 3,405~3,700만 원으로 가솔린 모델보다 더 비싸다. 디젤 모델이 압도적으로 판매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BMW 5시리즈를 보면, 디젤 모델 중 가장 많이 판매된 '520d'의 가격은 6,330~7,450만 원이다. 반면 가솔린 모델인 '530i'의 경우 7,060~7,820만 원으로, 시작 가격부터 700만 원 가량 비싸다.



SUV 부문도 마찬가지였다. 가솔린 모델이 더 많이 판매된 티볼리 역시 가솔린 모델의 기본 가격이 1,651~2,422만 원이며, 디젤 모델의 기본 가격은 2,060~2,600만 원이다. QM6도 더 많이 판매된 가솔린 모델(2WD)의 기본 가격이 2,480~2,850만 원, 디젤 모델(2WD)의 기본 가격은 2,770~3,335만 원이다. 그렇다면 옵션 구성도 선택의 이유가 됐을까?



그렇다면 옵션 구성도 선택의 이유가 됐을까? 팩트체크의 발단이 된 그랜저의 경우엔 그러한 것으로 판단된다. 옵션 가격을 모두 따졌을 때도 2.4 모델이 더욱 합리적이었다. 상위 트림인 '프리미엄 스페셜' 트림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선택해도 가솔린 모델의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디젤 모델이 스타일링 패키지 옵션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옵션 가격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가솔린 2.4 모델과 디젤 2.2 모델은 ▲9에어백 시스템(앞 좌석 어드밴스드) ▲8인치 내비게이션 ▲고성능 에어컨 필터 ▲후방카메라(조향 연동) 등 다양한 안전 편의사양을 기본 적용했다. 9에어백도 모든 모델에 기본 탑재됐다. 즉, 디젤 모델에 옵션 메리트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둘째, 연비다.

이 경우에도 소비자들은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가격에 차이가 없다면 연비가 좀 더 좋은 모델, 옵션 구성이 더 좋은 모델은 선택한다. 쏘렌토의 사례가 연비 부분이 가장 도드라졌다. 디젤 모델의 기본 가격은 2,785~3,625만 원, 가솔린 모델의 기본 가격은 2,855~3,365만 원으로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연비에 큰 차이가 있다. 판매량이 많았던 디젤 모델의 연비는 11.3~13.1km/L인 반면,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8.7~9.6km/L로 디젤 모델보다 떨어진다. 좀 저 나아가 쏘렌토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대부분이 패밀리카를 찾는 남성이라는 것도 구매 사유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격 차이가 많이 나 선택을 받았던 차량들은 연비 차이가 크게 없었다. 티볼리의 경우 더 많이 팔린 가솔린 모델의 연비가 10.7km/L, 디젤 모델의 연비가 13.9km/L였고, QM6의 경우 더 많이 팔린 가솔린(2WD) 모델의 연비가 11.2km/L, 디젤 모델의 연비가 12.5km/L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결론>

오스틴 미니 (사진=FavCars.com)


Q5. 가솔린 선택, 과시하기 위한 문화 때문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


과시 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는 가솔린과 디젤엔진을 비교하기 보다 '차량의 크기'로 설명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글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차량의 크기는 국토 크기와 비례한다. 예컨대, 국토 면적이 작고, 도로가 좁은 유럽에선 작은 차가 대부분이다. 역사적으로도 영국은 오스틴 미니, 이탈리아는 피아트 500과 124, 프랑스는 시트로엥 2CV와 같은 차량이 그들의 '국민 차'였다.


반면, 국토 면적이 넓고, 도로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미국의 경우 큰 차가 그들의 '국민 차'였다. 역사 속 미국의 자동차는 고급스러움 자체였다. 그 정점엔 캐딜락이 있었다. 사진에 있는 '엘도라도 비아리츠'는 5.4미터의 전장과 2.2톤의 무게를 가졌다. 유럽인들이 보면 그저 쓸데없이 큰 차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현재까지도 큰 차들이 잘 팔리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큰 차가 아닌 공간 활용하기에도 좋은 차가 오늘날엔 잘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포드 F-150'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이론에서도 예외, 자동차 크기에서도 예외다. 세계 경제발전 이론이나 통계자료를 보면 작은 글씨로 "*한국은 예외"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것을 꽤 자주 본다. 세계 경제발전 이론에 부합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크기도 마찬가지다. 만약 '자동차의 크기는 국토 면적에 비례한다'라는 이론이 성립되려면 "*한국은 예외"라는 문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작은 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큰 차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주차난이 심각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국과 국토 면적이 비슷한 우리나라에 큰 차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사진처럼, 차량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은 원래부터 큰 차들이 도로를 점령했고, 유럽도 '미니'의 경우처럼 차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큰 차가 많은 이유로 사회적 인식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체면'을 중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자동차는 곧 신분으로 통한다. 주변 신경도 많이 쓴다. "작은 차는 젊을 때나 타는 것"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해치백이 인기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40~50대이고, 폭스바겐 골프를 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의 지인들은 그랜저 이상 되는 큰 차량에 골프채를 싣고 다닐 것이다. "나는 재미를 위해 작은 차를 타는 거야"이라는 여러분에 말에 동의해줄 지인이 몇이나 될 것인가 생각해보라.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가솔린과 디젤, 어느 하나 콕 집어 '좋나 나쁘다를 할 수 없다'라는 것, 둘째, '소비자들은 합리적이다'라는 것이다. 같은 차라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차를 산다.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연비가 더 좋은 차, 구성이 더 좋은 차를 산다. 오늘의 팩트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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