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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에서 특유의 중독적인 '냄새'가 났던 이유들

상식+|2018.12.03 09:00

새로운 건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두근두근한 썸을 졸업하고 막 시작한 연애, 지난한 수능 공부를 마치고 입학한 대학교, 전세 보증금에 치여 살다가 장만한 나의 집 그리고 사회 초년생이 부릴 수 있는 최고 사치인 차까지. 그리고 새로움은 적응 기간을 필요로 한다. 만남이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이 헤어지기 쉬운 이유이며, 꿈에 그리던 대학교에서 인간 관계로 힘들어하는 이유다. 새 차도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은 대부분 화학 처리가 됐거나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가장 흔한 물질은 플라스틱과 섬유로, 우리의 모든 일상에 침투해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새 차의 실내는 대부분 인공 섬유, 플라스틱, 화학처리 된 나무나 가죽 등이 하나의 오케스트라 악단처럼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에게서 나온 유해 물질은 조화롭게 뒤섞여 있다가 자동차 실내를 떠돌다가 문을 열리면 버선발로 우리를 반긴다.




어느 소설에 Disguised Blessing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위장된 축복이라고 직역할 수 있는데 뜻을 풀이하면 축복인 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봤더니 축복이었더라, 정도다. 사람은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단정지으면 안 된다는 교훈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쉽게도 신 차에서 나는 기분 나쁜 냄새들은 알고 보면 더 나쁘다. 나쁜 냄새는 축복이었던 적이 없다. 


냄새가 나오는 곳은 실내 전부다. 천장, 시트, 바닥 매트, 플라스틱으로 만든 각종 부위가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리지 못해 안달이다. 천장에서는 벤젠과 스티렌이라는 물질이 주로 나오고, 시트에서는 포름알데히드, 바닥 매트에는 톨루엔과 에틸 벤젠, 자일렌 등이 검출된다. 이것저것 다 합하면 20가지 넘는 유해물질이다. 포름알데히드와 에틸벤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배출량이 줄어들기까지 4개월이 넘는 기간이 걸린다.


인조 가죽이든 천연 가죽이든 푹신한 느낌을 주기 위헤 내부에 폴리우레탄을 발포하는데, 폴리우레탄에서 유해 물질이 나온다. 바닥 매트에도 폴리우레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히터를 틀면 올라오는 냄새의 주범이다. 운전 중에 밑에서 냄새가 올라와 신선한 공기를 맡는다고 도어로 고개를 돌리지만 한 대 맞는다. 도어 트림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품을 조립할 때 쓰는 유성 접착제, 문고리나 매끈한 표면처리를 위한 공법도 화학 처리가 들어가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히터를 줄여야겠단 생각으로 센터페시아로 고개를 돌리지만 냄새로 한 대 또 맞는다. 보기에 예쁘고 좋아 보이는 표면은 전부 성공적인 화학 처리의 결과물. 이쯤 되면 이승탈출 넘버원처럼 사방에 위험이 가득해 보이지만, 약간 과장했을 뿐 실제로 모든 곳에서 유해 물질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신 차의 공기질 관리기준은 자동차관리법 제 33조 3항에 근거한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는데 당시에 미국의 에콜로지 센터에서 조사한 자동차 실내 유해물질 조사에서는 현대차 액센트와 기아의 스포티지, 쏘울이 최악의 10대에 들었다. 


특히 쏘울은 뒤에서 3등을 했다. 최고의 10대 중 1위부터 6위까지 그리고 9위가 일본차인 것과 대조된다. 다행인 부분은 국토교통부가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 신규로 제작하고 판매한 8개 차종 모두 신차 실내 공기질 관리기준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1. 감싸고 있는 비닐은

지체 없이 제거하자

신차 증후군에서 해방되는 첫 번째 방법은 유해물질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해물질을 계속 밖으로 보내야 한다. 행여 실내가 더러워질까, 시트가 닳을까봐 비닐을 벗기지 않는다면 비닐 안쪽에서 유해물질이 새벽에 몰래 내리는 소복눈처럼 시트나 매트에 차곡차곡 쌓여서 배이게 된다. 여름에는 비닐 때문에 습한 기운이 가시지 않아 곰팡이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비닐은 바로 벗겨야 한다. 신 차 기분은 마음으로 내는 게 더 좋을 듯싶다.


2. 탈취제보다 숯이 좋다

냄새를 다른 냄새로 덮는 건 효과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땀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뿌리면 땀 냄새가 향수에 덮이는 게 아니라 땀 냄새가 섞인 향수가 탄생하게 된다.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안 좋은 냄새를 맡기 싫다고 탈취제를 뿌리기 보단 냄새 자체를 흡수해 정화까지 해주는 숯이나, 탈취에 도움되는 식물이 도움된다. 탈취제도 결국 화학 물질일 뿐이다.


3. 잦은 환기, 베이크 아웃

기본이면서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은 환기다. 초대한 적도 없는데 제 집 안방처럼 머무는 불편한 손님들을 일단 밖으로 내보내는 게 급선무다. 문제는 요새처럼 초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이 계속 되는 경우다. 기껏 나쁜 녀석들을 쫓아냈더니 더 나쁜 녀석들이 놀러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내에 정체된 공기는 초미세먼지보다 안 좋다고. 마스크를 써서라도 도어 창문을 열어주자.


베이크아웃이라는 방법도 있다. 새 집 증후군 해결에도 사용되는데, 내부를 뜨겁게 하여 유해 물질을 더 빠르게 배출하는 것이다. 히터로는 효과가 부족하고 연료도 아깝다. 뜨거운 여름 날에 창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작열하는 햇빛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방법이 가장 좋아 보인다. 베이크 아웃을 끝내고 나서는 창문을 완전히 열어서 열기와 함께 나온 농밀한 유해 물질에 안녕을 고하자.




한 방송에서 바디 버든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바디 버든을 직역하면 몸에 있는 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방을 말하는 게 아니라 화장품, 세면도구, 식기류 등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이 몸에 쌓인 것을 바디 버든이라 표현했다. 어떤 여성은 몸에 중금속이 많이 쌓여 있었고 생리 불순, 생리통이 심한 여성도 있었다. 


이들은 실험에 참가했다. 기존에 쓰던 화장품, 세안제, 샴푸 등을 버리고 천연 재료가 많이 들어간 제품으로 바꿨고, 플라스틱 식기류 대신에 유리를 사용하는 것. 환경 호르몬이 나올 만한 구멍을 전부 막은 셈인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빠른 사람은 한 달만에 생리통과 생리 불순이 호전됐다. 실험 참가자마다 속도 차이는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랫동안 겪어왔던 호르몬 관련 질환들이 나아졌다. 중금속 역시 줄어들었다.


건강은 하루 날 잡아서 가열차게 관리한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의 작은 노력이 쌓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든 적든 유해 물질을 공기 중에서 마시는 것은 폐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일이며, 화학 물질은 신경계에 안 좋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학 물질은 피부로도 흡수되며 눈이나 비강의 점막에 잘 달라 붙는다. 자동차 실내 공기를 무시한다면 천천히 꾸준하게 바디 버든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별 거 아니라고 신경 안 쓰지 말고, 별 거 아니니까 조금 노력해서 건강을 지키자.


(메인 사진 : 보배드림 '공군54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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