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이 되거나
상생을 위해 협력하거나
국산차 제조사들의 고민거리… 소비자를 위해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자동차를 팔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해 투자와 개발도 계속해서 병행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많을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또 다른 깊은 고민거리 하나가 생긴 것 같다. 특정 브랜드만 그런 것이 아닌 모든 국산차 브랜드에게 말이다. 어떤 제조사에겐 이 존재가 걸림돌일 수도, 어떤 제조사에겐 이 존재가 상생을 위해 함께 노력해가는 상대가 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노조’로 인해 잡음이 끊이질 않는 국산차 제조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수출 부진과 노사 갈등
계속 줄어드는 생산량
국내 완성차 업체의 연간 생산량은 계속해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456만 대를 시작으로 2016년 422만 대, 그리고 2019년은 11월까지 361만 대가 생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에는 신차 출시가 많고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생산량에 차질을 주는 변수가 많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연간 생산량 감소 원인은 수출 부진과 더불어 내부적으로는 노사 갈등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내용에 자세히 나온다. 올해 생산량이 떨어진 업체는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차, 그리고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현대기아차 노조
“특근 수당 줄어들어 증산 X”
“와이파이 없으면 안 만들어!”
노조 문제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 중 하나다. 현대기아차부터 살펴보자. “특근 수당이 줄어들기 때문에 증산에 동의 못한다”라는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팰리세이드’의 증산 문제 협의 과정 중 나온 보도 내용에 자주 언급되던 말이다.

결국은 증산이 확정됐지만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문제를 완전히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다름 아닌 ‘와이파이’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 내 와이파이 사용을 놓고 사 측은 “접속을 차단하겠다”, 노조 측은 “노사협의회 합의 위반”이라는 의견으로 팽팽히 맞붙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현대차는 유튜브 보면서 조립된 차”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혔고, 비판 여론이 강해지자 현대차는 최근 와이파이를 다시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조합 반발에 철회한지 13일 만에 내린 결정이며, 노동조합은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4일 자정부터 울산공장 내 와이파이 접속을 제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조업 중 무분별한 인터넷 사용으로 효율이 떨어지고,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동영상 보면서 할 정도의 직무라면 굳이 그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냐”, “와이파이를 막을 것이 아니라 일할 때는 스마트폰을 못 보게 해야 한다”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
임금 인상 문제로 파업
조합원도 파업에 지쳤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최근 임금 문제로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23일, 르노삼성차 노조는 전면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기본금 약 8%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 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 원 등 26개 항목을 요구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리하자면 노조원 임금은 10% 올리고, 정년퇴직까지 높은 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이 된다.

사 측은 이에 대해 900만 원 일시금 지급 등을 협상안으로 내놓았고, 노조는 기본금 인상 요구를 사 측이 거부했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부산공장 공시가가 1조 1,641억 원이다. 소를 키우든 농사를 짓든 경영진이 고민하라”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파업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이 파업의 화력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상태다. 23일 파업 이후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고, 르노삼성은 노조의 전면 파업 결정에도 공장을 가동했다. 주간조와 야간조의 파업 불참 인원을 합쳐 생산 라인을 가동한 것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노조원은 약 1,700여 명, 파업 이후 정상 출근한 인원은 900여 명에 달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계속되는 파업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계속되면 국내 공급 차질은 물론 수출 물량까지 놓치게 되어 큰 타격이 된다. 르노 본사에서는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부산 공장에 배정할 계획이었는데, 계속되는 잡음에 1년여 동안 결정을 미루고 있다. 수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어 마냥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지엠 노조
창원공장 1교대 반대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한국지엠 창원 공장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스파크, 다마스, 라보 등을 생산하는 창원 공장은 최근까지 가동률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연 생산능력이 25만 대에 달하는데, 가동률은 5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차 생산을 배정받을 예정이지만 그때까지의 공백이 긴 탓에 한국지엠은 2교대로 운영되던 창원공장을 1교대 운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나 한국지엠 노조는 1교대 운영을 반대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급업체 인력이 하던 업무를 정규직이 해야 하기 때문에, 즉, 업무 증가를 우려해 반대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근무제 변경을 미루고 창원공장 입시 휴업에 들어갔다.

판매 부진으로 어려운 쌍용차
노사 인건비 절감 방안 합의
반면 쌍용차 노조는 앞서 살펴본 사례들과 다르게 노사가 인건비 절감 방안을 합의했다. 자금난과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 노사가 인건비 절감 방안에 합의했고, 쌍용차는 향후 산업은행과 인도 마힌드라와 협의하여 지원책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합의 내용은 상여금 200% 반납, 성과급 및 생산 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률 150%에서 100%로 변경 등이다. 이를 통해 쌍용차는 연 인건비 약 1,0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이번 합의가 향후 회사의 성장과 발전은 물론 고용안정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 말했다.

사전적 의미로는 그렇다
그러나 길게 본다면 과연?
요즘 들어 자동차 관련 노조의 행보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무조건 비판받아 마땅한가? 마냥 그렇지마는 않다. 이들은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매우 정당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전적 의미로서 ‘노조’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및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사전적 의미만 본다면 현대기아차, 르노삼성차, 한국지엠 노조의 파업은 정당한 행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길게 본다면 이들은 ‘향상을 도모하는 행동’이 아닌 ‘하락을 도모하는 행동’응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포화 상태, 그리고 여기에 북미 시장 출시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 노사 간 협의가 늦어져 제때 대처를 못했다고 가정해보자. 2만 대 넘는 국내 소비자들의 계약 취소 사태로 국내 시장에서의 손해는 물론, 수출 물량까지 포화상태로 번져 해외 시장에서의 손해로도 이어진다.

즉, 과학적 증명을 할 때 이론을 대입함과 동시에 실험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는 것처럼, 노조의 활동도 회사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며 진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정당한 활동이 자칫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구조조정이 대표적인 예다.

밥그릇 싸움은 당연한 것
그러나 잘못된 싸움은
밥그릇을 깨뜨린다
노조는 분명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다. 누구나 자신의 밥그릇을 지켜야 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정당한 투쟁을 가장한 독이 되는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노사 간의 갈등으로 생산 차질이 생기고, 이로 인해 매출 손해가 발생하며, 매출 손해는 개발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신차 개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보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싸움… 그러나 잘못된 싸움은 오히려 밥그릇을 깨뜨린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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