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을 얻으며 우리 주변에서 그랜저만큼이나 자주 볼 수 있는 수입차가 있다. 바로 2년 연속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E클래스 세단’이다. 2018년 35,534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 E클래스는 2019년 36,313대를 판매하여 2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소 6천만 원을 넘어가는 수입 자동차임에도 국내에서 이렇게 많이 팔리게 된 덕분에 E클래스를 두고 “아무나 탈 수 있는 차”,”카푸어들도 많다”,”법인차가 대부분”이라며 E클래스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E클래스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아무나 탈 수 있는 자동차였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그랜저만큼 많이 보이는 벤츠 E클래스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2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석권하다
국내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의 인기는 대단하다. 2018년에 이어 작년에도 2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석권한 것이다. 더 대단한 것은 2위와의 판매량 격차가 2배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것인데 그만큼 E클래스의 판매량은 독보적이다.

엔트리 모델이 6천만 원이 넘으며 가장 상위 등급은 1억 원을 넘는 고가의 차량임에도 이렇게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것은 꽤 인상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많이 팔린 E클래스는 엔트리 모델인 ‘E300 아방가르드’로 한때 몇 가지 중요 사양들을 빼고 저렴하게 판매를 했던 염가형 E클래스다.

디젤부터 고성능 AMG까지
다양한 E클래스의 라인업
E클래스가 이렇게 꾸준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 인기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다양한 라인업을 첫 번째로 들 수 있겠다. 저렴한 E클래스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E300 아방가르드’를 엔트리로 두었으며 최근엔 ‘E250 아방가르드’로 라인업이 개편되었다.

따라서 기존에 염가형으로 판매하던 E300 아방가르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으며 다시 7,800만 원짜리 차량으로 돌아갔다. 고급 사양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E300 익스클루시브’와 6기통 벤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E450’도 마련되어 있다.

고성능을 원하는 사람들은 ‘E53 AMG’나 ‘E63 AMG’를 선택할 수도 있어 사실상 이 급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엔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연비가 좋은 디젤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E220d’를 선택하면 된다. 동급 국산차 대비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있어 폭넓은 수요층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 E클래스의 성공 포인트 중 한 부분이 아닐까.

물론 가장 많이 팔린 E클래스가 염가 버전인 ‘E300 아방가르드’임을 생각해 보면 “6천만 원 대로 E클래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더 컸던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요즘은 누구나 E클래스를 사더라”,”옵션 빠진 깡통차를 뭣하러 타는지”,”허세에 찌든 사람들”이라며 날이 선 비판들을 이어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논란 속의 ‘그돈씨’
그랜저 살 돈에 더 보태서 E클래스를?
개인적으론 무리수라고 생각하지만 일각에선 “그랜저 살 돈으로 더 보태서 E클래스 깡통 산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몇몇 사람들은 항상 본인이 타고 있는 차보다 남이 타는 차에 관심이 더 많은듯하다. 새 차를 샀으면 축하해 주면 될 일을 “그 돈이면 OO 사는 게 나았을 수도…”라며 배가 아프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날을 세우는 경우들이 많다. 주변 사람이 새 차를 샀으면 축하해주자.

요즘은 최고 사양 기준 실구매 가격 5천만 원을 넘어가는 그랜저를 보고 “그 돈 주고 더 보태서 E클래스 사겠다”라는 이야기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요즘 너도나도 E클래스를 타고 다닌다는 소식에 귀가 조금 솔깃해질 수도 있다. 과연 그랜저를 살 돈에 조금 더 보태면 E클래스를 살 수 있는 것일까?

그랜저 2.5 최고 사양 vs
최하위 트림 E250 아방가르드
현실을 살펴보니 ‘그랜저 살 돈으로 조금 더 보태서 E클래스를 사는 것’은 택도 없는 소리다. 가격차이가 너무 많이나 차이를 줄여보기 위해 ‘그랜저 2.5 최상위 등급’과 ‘E클래스의 가장 하위등급’으로 비교해 보았다.

‘더 뉴 그랜저 2.5’의 최상위 등급인 캘리그래피 트림의 기본 가격은 4,185만 원이다. 여기에 옵션을 모두 더하면 435만 원이 나오게 되며 신차이기 때문에 별다른 할인은 없다. 취등록세는 335만 8,820원이 발생하고, 이들을 더했을 때 나오는 실구매 가격은 4,959만 8,820원이다.

그렇다면 E클래스의 가장 하위 트림은 ‘E250 아방가르드 가솔린’은 어떨까. 기본가격은 6,440만 원으로 이미 그랜저와 2천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 정도면 아반떼를 한대 더 살 수 있는 가격차이다. 취등록 세는 444만 8,440원이 발생하고 이들을 더했을 때 나오는 실구매 가격은 6,888만 8,440원이다.

그랜저 3.3 최고 사양 vs
E300 아방가르드
그렇다면 그랜저의 6기통 버전인 ‘3.3 최고 사양’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그래도 아직 먼 나라 이야기임은 여전하다. ‘더 뉴 그랜저 3.3’의 최상위 등급인 캘리그래피 트림의 기본 가격은 4,430만 원이다. 여기에 옵션을 모두 더하면 485만 원이 나오게 되며 신차이기 때문에 별다른 할인은 없다. 취등록세는 357만 3,210원이 발생하고, 이들을 더했을 때 나오는 실구매 가격은 5,276만 8,820원이다.

E클래스의 가장 하위 트림인 ‘E250 아방가르드’와도 여전히 1,50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E300 아방가르드’와 비교해보면 격차는 더 벌어졌다. E300 아방가르드의 기본가격은 7,800만 원이며 취등록세는 538만 7,930원이 발생하고 이들을 더했을 때 나오는 실구매 가격은 8,342만 7,930원이다. 이제는 3천만 원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이 정도면 “조금 더 보태서”라는 말이 나올 가격대가 아니다.

그랜저 살 돈으로
E클래스를 할부 구매한다면?
‘그랜저’와 ‘E클래스’ 가격의 격차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이젠 더 이상 “그 돈이면 더 보태서 E클래스를 산다”라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랜저를 살 돈으로 E클래스를 할부 구매한다면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도 알아보았다.

가격 격차를 최대한 줄여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일반적으로 그랜저를 풀옵션으로 출고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 그랜저 실 구매 가격대를 3,500만 원으로 가정하고 그 돈을 선납 처리한 후 나머지 잔금을 할부로 돌리면 월 납입금은 얼마나 나오는지 견적을 내어보았다. 이는 할인이나 여타 상황을 포함하지 않은 단순계산이므로 참고만 하도록 하자.

선납금 3,500만 원 기준
36개월 할부 시 월 납입금
먼저 ‘E250 아방가르드’는 3,500만 원을 선납하게 될 시 2,940만 원의 할부원금이 남게 된다. 2.9% 금리로 36개월 할부를 진행할 경우 예상 월 납입금은 약 85만 3,692원이다. 그랜저 살 돈을 투자하여도 3년 동안 매월 꼬박 85만 원을 납부해야 E클래스의 가장 저렴한 엔트리 모델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E300 아방가르드’는 같은 조건으로 진행할 시 4,300만 원의 할부 원금이 남게 된다. 같은 금리로 36개월 할부를 진행할 경우 예상 월 납입금은 약 124만 8,597원으로 E250 아방가르드와의 격차가 월 40만 원 수준으로 훌쩍 커져버렸다. 이 정도면 애초에 “그랜저 살 돈으로 E클래스를 산다”는 이야기가 나온 거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랜저도
돈 없으면 못 타는 차다
최근 출시한 더 뉴 그랜저가 성공 마케팅을 펼치면서 인터넷 여론에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랜저가 성공한 거면 제네시스를 타는 사람들은 뭐가 되는 걸까”,”요즘 세상에 그랜저가 성공이라니”,”너도나도 수입차 사는 시대에 요즘 그랜저는 흔하다”라며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평범한 가정을 기준으로 그랜저는 절대 만만한 자동차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요즘은 할부 구매를 포함한 다양한 자동차 구매 방법이 생겼기 때문에 일시불 구매가 아니더라도 자동차를 손에 넣을 방법이 많아졌지만 평범한 30대 가장 기준으로 3천만 원이 훌쩍 넘는 그랜저를 바로 구매할 수 없는 일반인들도 많을 것이다.

그랜저에 조금 더 보태서
E클래스를 살 순 없다
오늘의 결론은 바로 “도로에 자주 보인다고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국산차 대비 옵션이 떨어지는 최하위 등급일지라도 말이다. 6천만 원이 넘는 ‘E클래스’를 구매하려면 그랜저가 아닌 최소 ‘제네시스 G80’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고민해 볼 만한 차량이다.

무리하게 할부나 대출을 진행하여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도한 빚은 생활을 망칠 뿐이다. 본인의 능력에 맞는 자동차를 구매하여 즐거운 카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당신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좋은차를 탄다면 배아파하지 말고 축하해 주도록 하자. 그 차의 가치를 깎아내린다고 당신의 자동차가 바뀌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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