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는 밝은 곳이 아닌
어두운 곳에 비춰야
현대차가 북미 시장을 비롯한 해외 자동차 시장에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언론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시작했다. “대박 조짐”이라는 말부터 시작하여 “한국 휩쓴 현대”, “미국 시장 승부수” 등 화려한 타이틀로 기사가 보도되었다.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는 밝은 곳이 아닌 어두운 곳을 비출 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현대차가 최근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바꾼 전략과, 앞으로 해결해 나아가야 할 과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그랜저 단종 등 세단 위축
팰리세이드, 베뉴 등 SUV 도입
제네시스도 SUV 라인업 집중
토요타가 북미 시장에서 SUV 모델 집중을 선언할 정도로 북미 시장 수요 추세가 SUV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존 세단이나 해치백에서 SUV 모델 집중 선언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현대차도 포함된다.

현대차는 처음 수출된 지 17년 만에 ‘그랜저’를 북미 시장에서 철수 시켰다. 당시 현대차 미국 법인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모델 라인업을 간소화하고 주력 모델에 집중하기 위해 그랜저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그랜저 미국 시장 철수는 판매 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기아차는 북미 시장에서 SUV 라인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코나’, ‘투싼’, ‘싼타페’를 시작으로 ‘팰리세이드’를 출시했고, 가장 최근에는 소형 SUV ‘베뉴’를 공개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SUV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기아차도 ‘텔루라이드’, ‘쏘울’ 등 세단보단 RV 형태 차량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제네시스도 SUV 라인업에 집중할 차례다. 그들이 계획한 시기상 SUV가 나올 때가 되었고, ‘GV80’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GV70’을 출시 예정이다.

시장을 잘 파악하고
빈틈을 잘 공략한다
마케팅은 단연 상위 1%다
국산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시장을 파악한 뒤, 빈틈을 빠르게 공략하기 위한 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를 끌어당길만한 마케팅을 잘한다. 감성 마케팅이 필요할 땐 감성 마케팅을, 조기 부분변경이 필요할 땐 조기 부분변경을 진행한다.

빈틈이 있을 때 신차 투입이 가장 유리한 조건에 있는 국산차 브랜드이기도 하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96조 8,126억 원 정도,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 7,047억 원 정도였다. 거의 모든 분들이 현대차의 마케팅 능력은 인정하실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마케팅 뒤에 어둡게 숨어 있는 과제 몇 가지가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분명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화려한 데뷔, 화려한 수상
판매 실적 TOP20에는 없었다
화려하게 데뷔했고 화려하게 수상했다. 그러나 북미 시장 판매 실적 상위 20위 권에는 현대기아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작년 북미 시장 자동차 판매 순위 중 1위부터 3위는 모두 ‘F-150’, ‘실버라도’ 등 미국 브랜드 픽업트럭이 차지했다.

4위부터 8위까지는 ‘토요타 캠리’, ‘RAV4’, ‘혼다 시빅’ 등 일본 브랜드가 차지했고, 9위는 ‘쉐보레 이쿼녹스’, 10위는 ‘토요타 코롤라’가 차지했다. 11위부터 20위까지도 현대기아차는 없었다. ‘포드 이스케이프’, ‘혼다 어코드’, ‘지프 랭글러’, ‘포드 익스플로러’ 등이 해당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북미 시장만 이슈 되고 있는
‘세타 2’ 엔진 화재 결함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한국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북미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세타 2’ 엔진 화재 결함과 관련된 조사도 문제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북미 엔진과 한국 엔진, 그리고 북미 부품과 한국 부품은 모두 같은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결함 관련 조사는 북미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연방 교통안전당국은 현대기아차 차량 화재 논란과 관련하여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세타 2’ 엔진을 사용하는 차량들이 대상이고, 현지 보도에 따르면 관련 화재 신고는 3,000여 건에 달한다. 이에 따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현대기아차 300만 대를 조사하기로 했고, 조사 대상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생산된 ‘기아 쏘렌토’와 ‘옵티마(한국명 K5)’, ‘현대 쏘나타’와 ‘싼타페’, 그리고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생산된 ‘기아 쏘울’이다.

미국 CBS에 따르면 조사 대상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3,100건 이상, 이로 인해 부상 103건, 사망 1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 사망 사고는 차량 결함이 아닌 마약을 복용한 운전자 과실로 조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쏘울을 제외한 대상 차종 4개는 2015년과 2017년에 엔진 화재 위험과 관련하여 두 차례에 걸쳐 리콜을 시행한 바 있다. 리콜 대수는 210만 대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과거 조사는 엔진 화재 논란에 국한됐지만 이번에는 엔진은 물론 차량 시스템과 부품까지 다룰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같은 엔진이지만 북미에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한국에서는 진행이 되고 있지 않아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도 크다. 최근 신형 ‘쏘나타’가 출시 행사와 동시에 출고를 일시 중단하면서 “엔진과 관련해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합리적 의심이 나오기도 했다.

소비자로서 합리적 의심을 품는 것이 당연하다. 그간 품질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때 현대기아차가 출고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가 없었고, 동시에 북미에선 엔진 결함과 관련하여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문제가 발생한 엔진은 세타 엔진이고, 신형 쏘나타에 탑재된 엔진은 누우 엔진이다”라고 말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한쪽에선 “누우 엔진은 세타 엔진에서 파생된 것인데 문제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느냐”라고 반박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추측과 합리적 의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 원인과 해결 여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타 엔진 화재 결함과 관련한 조사가 북미에서 왜 진행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거나 판매되었던 자동차들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나아가 신형 쏘나타에 탑재되었고 세타 엔진에서 파생된 누우 엔진은 문제가 정말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다.

“현재 북미에서 세타 2 엔진 결함과 관련하여 조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고, 이 문제는 이러한 방법으로 해결될 예정입니다. 내수용 모델에 장착되었던, 그리고 지금 장착되고 있는 엔진은 북미 엔진과 이러한 점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 발생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은 “내수용 차량에 장착되고 있는 엔진도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여 고객들이 안심하고 차를 타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라는 공지사항이 현대차로부터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반이 흔들리면
건물은 무너진다
자동차는 신뢰다
현대차와 관련한 칼럼에서 자주 언급했던 말이다. 기반이 흔들리면 건물이 무너진다. 규모 경제에서 북미 시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대차의 기반은 한국 시장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기반인 한국 시장이 흔들리면 북미 시장도 안정적일 수 없다.

다른 공산품들과 다르게 유독 자동차는 ‘신뢰’라는 키워드가 가깝게 따라붙는다. 안전, 그리고 생명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당연하다. 좋은 자동차 회사로 남기 위해선 ‘마케팅의 현대’뿐 아니라 ‘기술의 현대’, 나아가 ‘신뢰의 현대’라는 키워드도 얻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성비 좋은 차’가 아니라
‘가치 있는 차’가 되어야 할 때
현대차는 토요타의 렉서스처럼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고급 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등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2020년까지 현대차는 GV80, GV70등 SUV 라인업을 비롯하여 2도어 쿠페 모델을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글쎄, ‘고급’과 ‘가성비’라는 키워드가 그리 가깝게 느껴지진 않는다.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롱런을 위해서는 ‘가성비 좋은 차’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차’라는 타이틀을 걸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제네시스는 비록 신생이지만, 제네시스의 뿌리인 현대차는 신생 브랜드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기업에겐 코앞에 있는 이익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롱런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현대차가 싫어서 비판하는지
행동이 문제가 되어 비판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업계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며 나온 이야기다. “현대차가 싫어서 비판하는지, 행동이 문제가 되어 비판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는 업계 동향을 비롯해 그가 바라는 향후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 방향을 이야기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자국 기업의 실패를 바라는 국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던 중 현대기아차를 마주치면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인스타그램에 바로 올린다. 현대차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분명 올바른 행동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이 문제가 되었다면 소비자로서, 그리고 자국 기업을 애정 하는 국민으로서 비판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이를 키울 때 마냥 칭찬만 하지 않는다. 때로는 쓴소리를 하고, 문제되는 행동을 비판할 때도 있다. 아이가 싫어서 그러는 부모는 없다. 그저 아이가 문제 되는 행동을 고쳐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는 것이다. 우리가 유독 현대차를 가지고 토론을 자주 하고, 한국 자동차 산업 비판을 주제로 이야기 할때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문제가 발견되고
문제를 발견해야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문제를 제기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베뉴와 같은 신차
그리고 브랜드가 롱런하려면
필요한 것
어느 언론인의 말과 함께 오늘의 비하인드 뉴스를 마친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문제가 발견되고, 문제를 발견해야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문제를 제기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그리고 자동차 업계를 바라보는 언론이라면 문제의식을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려 한다면 롱런할 수 없다. 분명 언젠가는 오래도록 곪아있던 것이 크게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언론은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생각해주고 표현해주어야 한다. 현대차가 롱런하려면, 그리고 훗날 ‘가치 있는 자동차 회사’로 남기 위해선 분명 필요한 역할이자 과정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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