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와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소재는 ‘팰리세이드 전복사고 이야기’다. 제조사와 운전자 둘 중 어느 쪽의 잘못인지를 가리는 사람들과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엇갈린 의견들이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최신 현대차에 두루 적용되고 있는 ‘다이얼 기어’였다.

“다이얼 기어가 아닌 일반 기어였다면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연 뭐가 문제였길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현대차의 다이얼 기어는 정말 잘못된 것이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팰리세이드 전복사고와 다이얼 기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논란 속의 팰리세이드 전복사고
어떻게 된 일일까
이미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건의 전말을 잘 알고 있겠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팰리세이드를 운전하던 운전자는 후진을 한 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기어를 변속했으나 D가 아닌 R을 한 번 더 누르게 된다. 라고 처음에 알려졌었지만 후에 D를 눌렀으나 차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R이 유지되어 있었던 것으로 정정되었다. 완전히 정차하지 않은 상황에서 D를 눌러 변속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길이 내리막길이라 R기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차는 그대로 굴러갔으며 후진 기어가 들어가 있는데 차가 앞으로 굴러갔기 때문에 쿵 소리가 나면서 자동차의 시동이 꺼졌다. 차주는 시동이 꺼진 줄 모르고 계속 주행을 하였으며 시동이 꺼져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길 모서리를 들이받고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진=팰리세이드 운전자 Instagram)

기본을 안 지키는 운전자 vs
차량의 설계결함 논란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뒤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명백하게 갈렸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과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운전할 때 기어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도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경고음에 경고등까지 떴는데 계기판조차 안 보고 운전을 하다니”,”김여사가 크게 한 건 했다”라며 운전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반면 제조사의 잘못을 탓하는 사람들은 “미션 보호 로직에 의해 시동이 꺼지기 전에 사람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게 아니냐”,”다른 제조사 차들은 같은 상황에서 기어가 중립으로 가고 시동은 꺼지지 않는다”,”헷갈리고 불편한 다이얼식 기어를 왜 고집하는 걸까”라며 차량의 설계결함을 주장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정확하게 분석해보자
그렇다면 어느 부분에서 잘못된 것인지 정확하게 분석해보자. 현재까지 알려진 증언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처음 운전자가 후진을 하고 나서 전진하기 위해 D를 누른 것까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차는 D로 변속되지 않고 R 상태를 유지하였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변속기의 인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완전히 정차하지 않은 상태에서 D를 눌러 변속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고 내리막에서 차는 앞으로 가기 시작했으며 쿵 소리가 나며 기어가 중립으로 빠지고 시동이 꺼졌다. 이것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많은데 후진기어를 넣고 전진을 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주행 상황이다. 전륜구동형 토크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에서 이 상황에 시동이 꺼진 것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럽게 꺼질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따라서 시동이 꺼진 뒤에 계기판엔 시동이 꺼졌다는 알림과 경고음이 뜨게 된다. 시동이 꺼진 뒤 어떠한 알림도 없었다면 문제가 되지만 차는 정확하게 시동이 꺼졌음을 운전자에게 알렸다.

쿵 소리가 나면서 시동이 꺼지고 경고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여기서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확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의 주인공은 평소 습관처럼?! 계기판은 전혀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후진 상태였다면 계기판과 함께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에 후방카메라 영상이 같이 출력되는 상황이었을 건데 이것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운전자의 과실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후진 기어가 들어간 채로 전진을 한 것과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고 주행을 이어간 것 이 모두가 일반적으론 잘 일어나지 않는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설마설마했는데 이렇게 운전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차량의 시동은 꺼졌고 브레이크는 시동이 걸려있을 때와 같은 압력으로 눌렀을 시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는 당황했으며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시동이 꺼지면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고 브레이크가 뻑뻑해지는 것 역시 정상이다.

“수입차는 시동 안 꺼지던데”
시동이 꺼지는 게 비정상일까
이 사건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후진기어로 내려갔더라도 시동이 꺼지는 거 자체가 문제다”라며 “수입차는 대부분 꺼지지 않더라”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실제로 이 사건이 발생한 뒤 많은 네티즌들과 유튜버들은 다양한 차량을 가지고 동일한 실험을 진행해 보았다.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기어를 장착한 현대차나 기아차, 쌍용 렉스턴 스포츠나 쉐보레 말리부는 모두 기어가 N으로 변경되며 시동이 꺼졌고 수입차인 BMW 5시리즈는 기어가 N으로 변경되었지만 시동은 꺼지지 않고 유지되었다. 아우디는 R을 유지하면서 시동도 꺼지지 않고 그대로 주행을 이어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수입차는 시동이 안꺼진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다. 이미 많은 네티즌과 유튜버들의 실험을 통해 토크컨버터 타입 변속기를 적용한 메르세데스 벤츠나 심지어 BMW들 마저도 같은 상황에선 시동이 꺼졌다. 또한 국산차 중에서도 같은 상황에서 시동이 꺼지지 않는 차가 있었다. 바로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한 현대 I30 N라인 같은 차량이었다.

토크컨버터 변속기
구조상 시동이 꺼지는게 당연하다
사고 상황과 같은 비정상적인 주행 상황에선 토크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차량들의 시동 꺼짐 현상은 구조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위치하는 토크컨버터는 한 방향으로만 돌게 되는데 사고 상황과 같은 경우엔 강한 저항이 생기기 때문에 부하가 걸려 엔진 회전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요즘 출시되는 차량들 중 듀얼클러치를 장착한 차량들은 미션 보호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클러치를 이용하여 동력을 차단할 수 있지만 토크컨버터 타입 변속기는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토크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차량들은 별도의 미션 보호 로직이 존재하여 기어를 중립으로 변환하게 되는 조치가 없다면 시동이 꺼지는 것이 당연하다. 토크컨버터 타입이지만 시동이 꺼지지 않은 BMW의 ‘ZF 8단 변속기’는 이 로직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결책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현대차를 포함한 다른 많은 제조사들의 토크컨버터 변속기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주행 상황 시 기어를 중립으로 변환시키는 변속 로직을 따로 심어놓진 않은듯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상황에선 시동이 꺼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일뿐더러 위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는 현대차만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제조사의 잘못으로 치부하긴 무리가 있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고를 통해 “이런 사고도 발생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으로 출시되는 새로운 자동차들은 BMW처럼 같은 상황에서 시동이 꺼지지 않고 기어를 중립으로 자동 변환시키는 안전 로직이 적용되면 이와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헷갈리고 불편하다는
버튼식 변속기를 왜 사용했을까
요즘 출시되는 현대차엔 기존에 두루 사용하던 부츠식, 스텝게이트식 기어노브를 버리고 버튼식 변속기를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버튼식 기어를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기존 기어가 존재하던 공간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팰리세이드의 경우 사진과 같이 기어노브 아래쪽에 광활한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기어노브가 달렸다면 상상할 수 없었을 공간이다.

하지만 현대차에 적용되는 버튼식 변속기는 “정확하게 확인을 하지 않고 누르기엔 불편하다”라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부츠식 변속기는 직접 조작을 하기 때문에 기어를 잘못 넣을 일이 없는데 버튼식은 감으로만 누르면 제대로 들어갔는지 계기판으로 확인을 꼭 해야 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였다.

기아차에 적용되는
다이얼 기어는 불만이 적은편
이에 반해 신형 K5를 통해 선보였으며 앞으로 등장할 기아차에 두루 적용될 다이얼식 변속기는 이런 불만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버튼식처럼 여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은 동일하지만 다이얼식은 기어를 잡고 직접 돌려야 하기 때문에 잘못된 변속을 진행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에 적용되는 버튼식 변속기는 실제로 사용해 보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주차시엔 감으로만 변속을 진행하기에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이번 팰리세이드 전복사고처럼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고 감으로만 변속을 진행할 시엔 제대로 변속이 되지 않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평소 습관대로?! 계기판을 확인하지조차 않은 운전자 역시 큰 잘못이 있다.

버튼식도 충분히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불편하고 위험할 수도 있는 이 버튼식 변속기를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 이 시국에 일본차를 언급하긴 그렇지만 혼다의 버튼식 기어를 살펴보면 P와 N,D는 버튼으로 누르면 되지만 후진의 경우엔 버튼이 아니라 뒤로 살짝 당겨야 하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또한 D기어는 버튼 크기와 홈이 조금 달라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를 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현재 현대차에 적용되는 버튼식 변속기엔 D 레인지에만 ㅡ자 주름이 표시되어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주행 중 시동이 꺼져도
브레이크가 아예 안 듣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고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당신도 같은 상황이 되면 시동이 꺼지는 동일한 일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고 스티어링 휠도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다.

시동이 걸려있을 때 보다 브레이크를 훨씬 강하게 밟아야 하고 스티어링 휠 역시 뻑뻑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동력 자체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동이 꺼졌다면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차를 세우는 것이 좋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나누어 밟으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에 꾹 밟거나 이미 굳어버렸다면 최대한 강하게 밟아주어야 한다. 스티어링 휠 역시 강한 힘을 주면 돌릴 수 있으니 집중해서 차를 안전하게 세우면 된다.

앞으로 출시되는 신차들엔
해결책이 적용되길
이번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로 양쪽의 잘잘못을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은 사실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사고이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하여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 페이스리프트를 포함한 여러 신차들에 버튼식 변속기를 적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 상황과 같은 주행 조건이 만족될 시 기어를 자동으로 중립으로 변경하고 시동이 꺼지지 않는 운전자의 안전과 미션 보호를 동시에 이루어 낼 수 있는 세팅을 하면 된다.

자동차를 만들때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제조사들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하지만 운전면허를 가지고 자동차를 운행하는 사람들 역시 기본 소양을 갖추어야한다. 계기판을 안 보고 차량 경고음과 경고등을 무시하며 운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