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stagram ‘kims_ii’ 님)

학창 시절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오르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다. 반면 공부량은 그렇게 많지 않아도 시험에 나올만한 요점만을 콕 집어 공부하여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도 여럿 보았다.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본인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잘 모르거나 요점을 짚지 못하고 엉뚱한 것을 파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자동차 업계에도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는 않지만 매번 좋은 성적을 받는 자동차가 있다면 꽤 신경 써서 만든 것 같은데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는 자동차도 있다. 그 자동차들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3천억 투자하여 개발했음에도 성적이 좋지 않은 쌍용 코란도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뷰티풀 코란도
실적도 뷰티풀 했을까
쌍용차는 지난해 2월 말 코란도의 풀체인지 모델인 ‘뷰티풀 코란도’를 론칭하였다. 4년간 3,5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쌍용차의 야심찬 신차 코란도는 ‘코란도 C’ 이후 8년 만에 등장한 풀체인지 모델이다. 신차인 만큼 반자율 주행 시스템과 전자식 계기판 등 다른 브랜드들에도 두루 탑재되는 최신 기술들을 대거 적용하여 출시 초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작년 2월 론칭 후 연말인 12월까지 16,885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13,421대를 판매한 베리 뉴 티볼리의 판매량을 조금 더 앞선 것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투싼은 30,469대, 스포티지는 23,302대를 판매한 것을 보면 코란도는 신차효과조차 누리지 못한 셈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땠을까. 2020년 1월 국산차 판매 실적을 보면 신형 코란도는 1,159대를 판매하여 2,514대를 판매한 전월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판매량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티볼리는 1,607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투싼은 1,766대, 스포티지는 1,175대를 판매하여 모두 코란도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신형인 코란도가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이들의 판매량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 정도면 어딘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코란도가 이렇게 안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쌍용차 입장에선
‘열심히 만든 자동차’ 일 것이다
신형 코란도는 나름 “쌍용차가 할 수 있는 것을 거의 다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모델이었다. 수많은 전자 장비와 옵션들이 추가되었고 더 커진 차체 사이즈로 실내공간도 개선이 되었으며 이 정도면 4인 가족이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온로드 패밀리 성향을 가진 SUV들은 이미 타사에서 열심히 판매하고 있었던 차종이며 코란도가 라이벌들 대비 눈에 띄게 뛰어난 사양들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풀체인지를 앞둔 타사 구형 모델들보다도 판매량이 적다면 이것은 사실상 실패한 모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도 어색하지 않다. 냉정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으로의 전망도 나아질 것이 전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 선택지는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셀토스가 최강자인 이 시장엔 최근 쉐보레가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고 다음 달엔 르노삼성이 오랜 기간 준비한 신차 XM3가 등장할 예정이다.

거기에 올해 투싼과 스포티지의 풀체인지 모델까지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코란도가 설자리는 거의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쌍용차가 판매하고 있는 차는 코란도와 티볼리,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칸 이렇게 다섯 차종인데 티볼리는 모델 수명이 거의 다했고 렉스턴 스포츠가 유일하게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간신히 쌍용의 판매량을 유지해주고 있다. 코란도도 많이 팔리는 볼륨모델이 되어야 하지만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티볼리 베리에이션은
쉽게 먹히지 않는다
신형 코란도의 실패 요인으로 꼽히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시장분석의 실패다. 쌍용차는 ‘티볼리’를 통해 소형 SUV 시장에서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티볼리는 수익성으로 따지자면 그렇게 좋지 못한 모델로 브랜드 입장에선 비싼 차가 더 많이 팔려야 수익이 올라가게 된다.

쌍용 측은 티볼리의 성공을 이어가려 했던 것인지 코란도를 그만 티볼리의 중자 버전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코볼리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코란도가 티볼리와 동일한 1.5 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사이즈를 조금 더 키운 티볼리’라는 의견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만그만한 옵션
특징이 없었다
거기에 최신 자동차에 두루 적용되는 여러 가지 첨단 사양들을 대거 탑재했지만 문제는 이미 자동차 시장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코란도가 특별히 빛날만한 사양은 없었다는 것이다.

기존 코란도에 비교하자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으나 이는 자축일 뿐, 라이벌들과 비교해보면 이미 다들 탑재하고 있는 옵션이 대부분이었고 코란도는 이 부분에서마저 그렇게 특별한 강점을 보여주진 못했다. 거기에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던 2열 에어벤트가 없는 것 역시 패밀리 SUV로서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주행 성능이나 설계부분에서 라이벌들보다 뛰어났던 것도 아니다.

뷰티풀 코란도?
코란도는 터프와
더 어울리는 차량이었다
여기에 쌍용차가 칭한 ‘뷰티풀 코란도’라는 네이밍에 대한 불만들도 의외로 많았다. 기획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골수 팬들과 소비자들은 ‘코란도’와 ‘무쏘’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또 이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코란도와 무쏘는 분명 아름다운 뷰티풀보다는 상남자의 터프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하지만 신형 코란도에서 터프와 관련된 모습이나 이전 코란도를 떠올릴 수 있는 정체성 같은 부분은 한 군데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코란도의 이름만 빌린 흔한 도심형 SUV가 된 것이다.

어렵다는 말보단
왜 어려워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까지 얘기했다면 이제 다들 어떤 분위기인지는 이미 눈치를 채셨을 것이다. 쌍용차는 코란도의 전통성과 네임밸류를 살리지 못하고 그저 티볼리를 늘린 버전으로 만든 것이 잘못이었다. 쌍용차는 과거 코란도와 무쏘를 통해 널리 알린 강인하고 든든한 이미지를 가진 SUV를 만들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지프 스타일을 가진 코란도가 부활하기는 어렵다는 걸 잘 알지만 최소한의 정체성이라도 갖춘 코란도가 출시되었어야 한다. “이제 와서 정통 오프로더를 만들어 낸다고 얼마나 팔리겠냐”라는 의견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서 무작정 각진 오프로더를 만들어 내라는 이야기가 아닌 예전 코란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기억 속의 터프한 이미지를 가진 코란도를 부활시켜야 하지 않을까. 지프가 오랫동안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왔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전통성을 살려낸
랜드로버 디펜더는
좋은 예시다
최근 화려한 부활을 알린 랜드로버 디펜더는 쌍용차에게 있어 아주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풀체인지 없이 명을 유지해 오던 디펜더는 결국 단종후 전설로 사라질뻔했지만 랜드로버는 이를 최신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재탄생시켰다.

각진 스타일과 전통성을 살려낸 디펜더는 완전한 최신 스타일과 장비로 무장하였고 기존의 프레임 바디가 아닌 유니바디로 변화를 거쳤지만 오프로드 성능은 더 뛰어나게 발전시키는 변화를 감행하였다. 디펜더의 명을 이어가는 랜드로버를 보고 쌍용차는 조금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닭 쫓던 개는
지붕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현재 쌍용의 기술력과 자금력으론 남들이 다 만드는 똑같은 SUV 라인업을 만들어 낸다면 더 이상 앞으로의 생존은 어려워 보인다. 티볼리가 성공한 이유를 잘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티볼리는’ 차가 정말 훌륭해서’ 많이 팔렸다기보단 ‘틈새시장 공략을 잘 했다’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옛날의 강인하고 선이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졌던 무쏘나 코란도 같은 멋진 쌍용차들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현재로썬 닭을 쫓는 개보단 차별화된 무언가가 쌍용에게 더 필요해 보인다. 시험 범위가 아닌 부분을 백날 열심히 공부해봤자 우등생들을 따라가긴 힘들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