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V80 클럽 ‘강릉GV신유파파’님)

“없어서 못 판다”, “품절 대란”… 글을 읽는 독자들을 혹하게 할만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어떠한 신제품에 저러한 수식어가 붙는다면 흔히 “그만큼 인기가 좋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이 말을 듣고 있는 신차에겐 마냥 좋은 수식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제네시스 GV80’ 이야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출시된 GV80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사로잡는 듯 보인다. 출시 전에는 많은 사전 계약 대수, 출시 이후에는 계약 건수가 높아 소비자들에게 좋은 참고 지표가 되기도 하였고,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어주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없어서 못 판다”라는 수식어에 숨은 어두운 모습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출시 전부터 여러모로 말이 많았지만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듯 판매량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GV80은 출시 이후 사전 계약 2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현대차가 당초 설정한 판매 목표치 중 80% 정도를 달성한 것이다.

출시 이후 고객 인도가 시작되면서 동호회에도 출고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출고 인증 글과 더불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도로 주행 중 포착된 모습, 탁송되어 가는 모습 등이 올라오고 있다. 계약 대수와 인터넷 분위기만 봐선 마냥 밝은 행보를 걷고 있는 것 같으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
공장 모두 멈추지 않았다
품질 검사 부문 특근 그대로
GV80은 물량 성공적으로 방어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이 갈 것이라 보도된 바 있다. 우리도 이 소식을 전해드렸고, 실제로 일부 국산차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공장 가동 중단 목록에 속했었고, 그중에서도 ‘팰리세이드’와 ‘GV80’이 생산되는 공장이 대상이었던 터라 걱정이 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국 공장 직원 두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 생산도 큰 차질이 있을 전망이었다. 또한 국내 공장 특근도 중단하며 생산에 차질이 클 것으로 보였으나, 우리가 영상을 통해 말씀드렸듯 현대차는 지난주 대책 회의를 열었고,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원래는 특근을 중단하는 등 공장 생산에 차질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현대차는 공장을 모두 멈추지 않는 쪽으로 해결책을 내놓았다. 우선 생산 라인은 가동을 중단한다. 그러나 품질 검사 부문 특근은 그대로 진행한다. 즉, 이미 생산되어 있는 물량은 품질 검사가 예정대로 진행되어 고객에게 정상적으로 인도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GV80은 이에 따라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던 물량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쉬기는 아직 이르다. 신종 코로나 여파를 나름 잘 대처했으나, 여전히 대기 기간은 슈퍼카 수준이다. 예비 차주들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하염없이 기다리게 될 것이다.

계약 2만 대 돌파
월 생산량은 2천 대
즉, 대기 기간은 10개월
앞서 언급했듯 GV80의 계약은 2만 대를 돌파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월 생산 가능 물량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GV80 월 생산량은 2천 대다. 즉, 단순 계산해도 10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선택 사양이나 옵션, 외장 컬러 등에 따라 대기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계약 건수와 월 생산량만 놓고 단순 계산해보면 최소 10개월이라는 대기 기간이 나오고, 사양에 따라 10개월 이상을 기다릴 수도 있다. 지금은 디젤 단일 모델 판매 중이라 그나마 10개월…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가솔린 모델도 도입 예정
증산한다 해도 물량 대부분
북미로 배정될 가능성 높다
현대차는 GV80 가솔린 모델도 도입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가솔린 모델 생산은 2월 14일부터 시작된다. 가솔린 모델 계약을 기다리던 고객들도 조만간 몰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디젤 모델 대기 수요와 가솔린 모델 대기 수요가 만나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포화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때보다 증산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증산한다 해도 가솔린 모델은 대부분 북미 수출 물량으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기 기간이 눈에 띄게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좋다.

팰리세이드로 얻은 경험
GV80으로 반복하고 있다
처음이라면 모르겠지만 현대차에게는 최근에도 이런 비슷한, 아니 거의 똑같은 사례가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대기 사태’로 골머리를 앓았었다. 대기 기간이 지금의 GV80처럼 길게는 1년일 때도 있었고, 이 때문에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의 2만 대 계약 취소 사태도 있었다.

이 당시 노조는 증산 협의에 빠르게 응답해주지 않았고, 결국 증산 시기를 놓쳐 공급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기에 북미 수출 물량까지 겹쳐지면서 사실상 국내 고객들은 지금도 여전히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태다.

이번에도 수요 예측
잘못 해버린 현대차
노조가 바로 협의할지도 미지수
팰리세이드 대기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노조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있으나, 그전에 현대차의 수요 예측 실패도 있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출시 초기 연간 판매 목표를 2만 5,000대로 잡았었다. 그러나 출시 후 6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누적 판매량이 연간 목표 판매량을 넘어섰다. 노동자 입장에선 충분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노조는 증산 협의 제안에 빠르게 응답하지 않았다. 응답은 했으나 거절했다. 당시 노조가 거절 의사를 밝힌 이유는 “생산량은 2개 공장이 나눠 가지면 4공장 근로자의 특근 일수가 줄어 임금이 감소한다”가 대표적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소비하고 결국 증산 협의가 이뤄졌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북미 생산 물량이 투입되기 전에 국내 대기 물량을 빠르게 쳐냈어야 했으나, 증산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북미 수출 물량이 투입되었다. 증산 물량의 대부분이 북미 수출 물량으로 배정되면서 증산 아닌 증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GV80도 팰리세이드 대기 사태와 매우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지금 현재 대기 기간이 상당하고, 가솔린 모델 생산 투입이 예정되어 있으며, 북미 시장 수출도 눈앞이다. ‘제2의 팰리세이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상태다.

위장막 3년 봤더니
대기 기간 1년이 덤으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소비자
2018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햇수로 따지면 우리는 GV80의 위장막 사진을 3년째 봤다. 3년 동안 기다렸고, GV80을 구매한 고객들에게는 대기 기간 1년까지 더해졌다. 4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차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수요 예측 실패와 노조의 빠르지 못한 응답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간다. 소비자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차 효과가 있을 때 판매량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나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 결국 크게 본다면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노조에게도 피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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