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동차 공장인데 어감이 많이 다르다. 떠오르는 이미지도 다르다. 어느 한 쪽은 성장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어느 한 쪽은 몰락의 아이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과 한국지엠 군산 공장 이야기다.

군산 공장 사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가설과 해결책을 내놓았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아낌없이 내비쳤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군산 공장 사태 이후의 모습, 그리고 쌍용차가 포함되어 있는 군산 공장 살리기로 나왔던 가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 박준영 기자

연간 27만 대 생산하던 군산
현재 공장 가동률 30% 수준
‘재도약’을 외쳤고, 부산과 서울모터쇼에서 신차도 선보였다.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016년 연간 판매량 18만대로 절정을 찍던 쉐보레가 2018년에는 9만 3천여 대로 곤두박질쳤다. 군산 공장은 한때 가동률 100%를 유지할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공장 가동률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2011년 군산 공장은 한 해 동안 26만 8,000대를 생산하고, 생산액 5조 6,000억 원을 달성했었다. 위에 있는 자료는 전체 판매량이고, 군산 공장 생산량만 놓고 보면 2014년 8만 4,000대, 2016년에는 3만 4,000대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크루즈마저 경쟁력에서 뒤처져 단종됐으며, 한국지엠의 소년 가장이라 불리던 올란도마저 단종 수순을 밟았다. 생산 라인을 가동할 차도, 추가적으로 배치할 차도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쉐보레가 도입하는 신차
국내 생산 아닌 수입 판매
이쿼녹스, 콜로라도, 트래버스
그들이 재도약을 외치며 들여온 차들, 그리고 앞으로 들여올 차들 모두 마치 쓰려져가는 군산 공장을 살려내고 한국에서 큰 재도약을 이뤄낼 것 같았다. 모터쇼 브리핑 내용, 언론들의 보도만 봐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들의 신차는 군산 공장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지난해 부산 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출시한 ‘이쿼녹스’와 올해 서울 모터쇼를 통해 국내 출시를 확정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모두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닌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수입 판매하는 형식으로 들어온다. 군산 공장 사태를 계기로 재도약을 외쳤지만, 정작 그들의 해결책은 군산 공장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복직 근로자 군산 아닌 부평
새로운 생산 라인도 부평
군산 공장 매각에 합의
결국 대책은 없었다
최근 보도를 통해 무급휴직자 400명이 복직한다는 소식과 신형 SUV가 올해 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야 눈에 보이는 해결책을 내놓는 줄 알았으나 이 소식과 함께 “한국지엠이 공장 매각에 합의했다”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결국 군산 공장을 위한 대책과 해결은 없었고,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듯 예정대로 매각 절차를 밟았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5월 군산 공장 사태로 발생한 무급휴직자 400여 명을 올해 안에 전원 복직시키기로 했다. 이르면 9월부터 군산이 아닌 부평 2공장에 배치된다. 현재 부평 2공장은 1교대로 운영 중인데, 내년 1월부터 2교대로 바뀔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말부터 생산된다는 새로운 SUV 역시 군산이 아닌 부평 공장에서 생산된다. 매각에 협의했으니 군산에서 생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신차 2종 생산을 배정받아 부평 공장과 창원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부평 공장에 엔진을 생산하기 위한 라인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지난해 7월 연구 개발 법인을 분리하면서 중형 SUV 개발 계획을 최근에 포기하는 등 한국 사업 의지를 여전히 확고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연간 판매량 상승 곡선
내수와 수출 모두 크게 성장
1분기 경영 실적 창사 이래 최고
한국지엠 쉐보레와 다르게 쌍용차는 연간 판매량이 꽤 오랫동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최근 2018년까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였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판매량 10만 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 내수와 수출 포함 총 1만 2,713대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내수 전년 동월 대비 26.5%가 성장한 것이고, 전체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6.3% 증가한 것이라 한다. 더불어 1분기 경영실적으로 판매 3만 4,851대, 매출 9,332억 원, 영업손실 278억 원, 당기순손실 261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창사 이래 1분기 최대 매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새로운 주인이 정해졌다
군산 공장 폐쇄에 대한 이야기가 돌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가설 중 하나다. ‘쌍용차가 군산 공장을 인수하면 어떨까’라는 가설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불가능했고, 지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새로운 주인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성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자동차에 관심 있고,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깊이 생각해볼 만한 가설이었다. 쌍용차가 하락세였으면 모르겠으나,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수 있는 하나의 기회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평택 공장 생산능력 25만 대
그러나 공장 가동률은 15만 대
만약 평택 공장 생산 능력과 가동률이 매우 근접했다면, 즉,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평택 공장이 포화상태였다면 군산 공장이 쌍용차손에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택 공장 생산능력은 25만 대, 공장 가동률은 최근 15만 대에 그쳤었다.

올해 1월 쌍용차는 신형 코란도 출시와 함께 “올해 판매량은 16만 대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 역시 생산 능력 25만 대와는 격차가 있어 아직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많은 분들이 “쌍용차가 군산 공장을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라는 가설을 던져주셨지만 지금 쌍용차에겐 새로운 공장 인수보단 평택 공장 구조 개편 및 생산성 개선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인도, 중국 기업 이야기도
그러나 이 역시 현실성 떨어져
군산 공장 새로운 주인이 정해지기 전 인도와 중국 자동차 업체에 매각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쌍용차가 군산 공장을 인수하라는 가설처럼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군산 공장을 국산차 제조사가 인수하여 완성차 생산 공장으로 재가동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생각이었을 뿐 현실은 녹록지 못했다.

“현대기아차가 있지 않느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미 중국에 과잉설비 상태로 국내 투자에는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을 비롯하여 오늘 계속 등장하는 쌍용차역시 군산 공장을 인수할 만큼 내수 판매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 역량이 부족했다.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 인수’를 전제로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인도 자동차 업체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군산공장을 인수한 뒤 신차 생산을 위해선 3,000억 원 이상 규모가 추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완성차 업계가 인수하길 바랐으나 위에서 계속 살펴본 운영 여력, 규모, 인력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였고, 결국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결국 새로운 주인은
부품 업체로 결정되었다
새로운 주인은 결국 공장 폐쇄 10개월 만에 완성차 기업이 아닌 부품 업체로 결정되었다. 자동차 부품 업체 ‘엠에스오토텍’의 컨소시엄이 한국GM 공장을 인수했다. 엠에스오토텍은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이자 자동차 부품 업체다.

엠에스오토텍은 국내 중견 부품회사 서너 곳과 컨소시엄 형태로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한다. 이 컨소시엄에는 해외 투자자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컨소시엄은 최근 한국지엠과 협상을 마쳤다. 엠에스오토텍은 지난 2016년 테슬라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어 일각에선 군산 공장이 미국 테슬라와 연결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새로운 주인을 쌍용차로 바라던
이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순환 경제 가능성”을 외쳤다
군산 공장 새로운 주인으로 쌍용차를 바라던 이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순환 경제 가능성”을 외쳤었다. 쌍용차가 군산 공장을 인수함에 따라 생산량이 많아지고, 생산량이 많아짐에 따라 수익이 커지고, 수익이 커져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다시 이것이 공장 가동률을 높여 지역 경제까지 살릴 수 있다는 순환 경제 이론이었다.

비록 여러 가지 걸림돌로 인해 이상이 현실이 되진 못했으나, 만약 이상이 현실이 되었다면 많은 분들이 바라던 정통 지프 형태 코란도가 부활했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었지만 충분히 깊게 생각해볼 만한 과제가 아니겠는가.

7조 7,000억 원 지원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한국 시장 완전 철수만 일단 모면
지난해 5월 GM과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을 위해 총 71억 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 7,000억 원을 지원했다. 자금은 지원됐지만 뾰족한 해결책과 눈에 보이는 진전은 없었다. 지금으로썬 한국 시장 완전 철수만 모면한 상태다.

물론 이 지원이 군산 공장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산공장을 포함하여 한국지엠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함이었다. “경영 위기가 극복되었는가”라고 질문이 들어온다면 선뜻 “그렇다”라고 답변하긴 어렵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으로 보이고, 도입되는 신차들 역시 수입 판매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순수 한국 경제를 위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은 불신을 갖고 있다.

최선책 아닌 차선책
정말 재도약 할까?
최선책이었다면 군산 공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을 터, 그러나 차선책으로 군산 공장을 매각하고 부평 공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정말 재도약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들이 당장 출시를 확정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국내 생산이 아닌 수입 판매되는 자동차고, 부평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새로운 SUV는 연말이나 되어야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매각까지 합의하는 것을 보니 한국 시장 철수를 위해 한 단계씩 밟아가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들이 첫 재도약 무기로 내놓은 것이 이쿼녹스였으니 충분히 의심할만하다.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을 택했다. 재도약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소비자들 눈에 띌만한 해결책과 결과를 하루빨리 내보이지 않는다면 신뢰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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