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의 대형 세단 임팔라가 2월 27일부로 단종된다. 출시된 지 62년 만이다. 미국 머슬카를 대표하는 모델로 출발한 임팔라는 쉐보레 라인업을 대표하는 모델로 통했으며, 10세대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거쳐 왔다.

2015년, 10세대 임팔라가 그랜저를 잡겠다는 각오로 출시되었다. 출시 초기에는 큰 차체와 우수한 내구성 덕분에 대기 수요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그랜저와 K7에 밀려 판매량이 급감했고 결국 단종을 맞이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62년 만에 쓸쓸히 퇴장하는 임팔라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쉐보레가 예상한 물량보다
훨씬 많이 계약되었다
2015년, 쉐보레는 알페온의 후속 모델로 임팔라를 국내 시장에 투입했다. 당시 쉐보레는 월 1,000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는데 사전계약 3주 만에 3,000대를 돌파했다.

하루에만 천 대가량 계약된 적도 있었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더불어 주말에 차를 본 소비자들이 월요일에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랜저를 위협할 정도로 초반 인기는 매우 많았다.

임팔라의 인기가
많았던 이유
임팔라가 인기를 얻었던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미국차답게 동급 대비 크기가 크다는 점이다. 임팔라는 그랜저와 K7과 동급 모델이지만 크기는 에쿠스와 K9 등 플래그십 세단에 견줄 정도로 전장이 길다.

당시 그랜저 HG의 전장이 4,920mm인데 임팔라의 전장은 5,110mm이다. 에쿠스의 전장이 5,160mm이니 임팔라가 얼마나 긴지 감이 올 것이다. 큰 차체에서 느껴지는 기품과 포스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만 휠베이스는 2,835mm로 짧은 편이다.

두 번째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시트가 있다. 임팔라의 1열 시트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착석했을 때 매우 편하다. 실제로 전시된 차에 착석해보고 편안함에 마음에 들어 계약한 사람도 많았다.

시트는 운전할 때 항상 몸에 밀착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부분 중 하나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시트가 불편하면 운전하기 싫을 것이다. 임팔라의 시트는 몸을 잡아주거나 안마기능이 있는 것이 아닌 시트 형상 자체가 우리의 몸을 잘 받쳐주도록 되어 있어 장시간 앉아도 피로가 덜 쌓인다고 한다.

세 번째로는 여유로운 주행감각이다. 임팔라는 두 가지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데, 2.5리터 가솔린은 199마력 26.0kg.m을 발휘하고 3.6 가솔린은 309마력. 36.5kg.m을 발휘한다.

특히 3.6 모델은 고배기량 V6 엔진 덕분에 굉장히 정숙하고 움직임 또한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NVH 등 모든 것이 대형 세단의 여유로움에 맞춰져 있어 주행 질감에 만족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2017년 이후
판매량이 급감했다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은 임팔라는 2015년 8월 출시 이후 연말까지 6,913대가 판매되었으며, 2016년에는 11,347대를 판매해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에는 3,603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2018년에는 1,549대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월 100대도 판매하지 못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임팔라의 판매량이 급감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대기 기간이 길었다는 점이다. 임팔라는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해 오기 때문에 매달 공급받는 물량에는 한계가 있다.

당시 대기 물량만 1만 대가량이었으며 계약 이후 3개월이 지나야 차를 출고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팰리세이드나 모하비, 전기차 등 대기 기간이 6개월이 넘는 차들도 있지만 당시에는 3개월도 매우 긴 대기 기간이었다.

또한 미국 현지에서도 한해 14만 대 이상 판매되면서 세단 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현지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 수입되는 물량을 확보하기엔 어려웠다. 결국 기다림에 지쳐 계약을 취소하게 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결국 긴 대기 기간이 장기적으로 판매량이 감소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랜저와 K7의
풀체인지 모델 출시
2016년, 그랜저와 K7의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되었다. 차체 크기와 실내 공간을 키우고 첨단 사양을 탑재해 상품성을 높였다. 당시 그랜저 IG는 사전계약 12일 만에 2만 4,300대가량을 기록했으며, K7도 사전계약 13일 동안 7,500대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두 모델의 출시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장기간 대기로 인해 임팔라의 수요가 그랜저 혹은 K7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결국 K7 대비 두 배 차이로 판매량이 벌어지게 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신차 효과가 줄어들어 판매량이 더욱 감소했다. 심지어 현대차의 비운의 모델 아슬란한테도 추월당한 적도 있었다.

사양 변경이 없었는데
가격이 많이 인상되었다
2016년형 임팔라는 2.5리터 LT가 3,361만 원, LTZ가 3,797만 원에 판매되었고, 3.6리터 모델은 4,136만 원에 판매되었다. 하지만 2017년형으로 연식이 변경되면서 2.5리터 LT가 3,587만 원, 2.5 LTZ가 3,990만 원, 3.6리터 모델은 4,536만 원으로 약 200만 원에서 400만 원가량 인상되었다.

문제는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아니며, 연식 변경으로 새로운 사양이 추가된 것이 아닌데도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심지어 임팔라 출시 시점보다 환율은 오히려 더 내렸다. 이에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경쟁 모델로 수요 이동을 촉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유독 대형 세단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쉐보레
쉐보레는 대우자동차 시절까지 포함해 유독 대형 세단에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임페리얼, 아카디아, 스테이츠맨, 베리타스, 알페온 모두 혜성처럼 등장했으나 여러 가지 실책으로 판매량이 줄어 단종된 모델들이다.

임팔라가 출시되면서 드디어 대형 세단 징크스를 깨나 싶었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결국 실패한 모델로 남게 되었다. 쉐보레의 플래그십 모델은 지난해 출시된 대형 SUV 트래버스가 이어받게 되었다.

더 이상 임팔라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
지난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다행히 모두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되었으며, 트래버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가성비로 호평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쉐보레는 다양한 신차를 국내에 출시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대가 되는 만큼 전략을 잘 짜 더 이상 임팔라와 같은 사례가 다 나와서는 안되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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