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기아차를 향한 시선이 ‘쏘렌토’에 거의 집중되어 있다. 최근 신형 쏘렌토는 이른 바 ‘친환경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친환경차로 검증되기도 전에 소비자들에게 사전계약을 받았고, 정부에 친환경차 인증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소비자들의 비판을 여럿 받는 중이다.

국내에선 화재의 초점이 쏘렌토에 맞춰져있는 듯한데, 북미에선 또 다른 큰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의 시트 결함 의혹이 제기되었고, 현대차는 해당 사고 차량 운전자에게 450억 원을 배상하는 판결까지 받은 상태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발생한 아반떼 시트 결함 의혹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운전자는 전신마비 판정
변호인들은 시트 결함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외신을 통해 사고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피해 운전자는 국내에선 ‘아반떼’, 해외에선 ‘엘란트라’로 팔리고 있는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저속 충돌 사고는 2015년 7월 뉴욕 리빙스턴 카운티에 있는 칼레도니아에서 발생했고, 지난 2월 13일 해당 사고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왔다.

67세 에드워드 밴더번터는 2013년식 아반떼 MD를 운전하던 둥 후방 추돌 사고를 당했다. 사고 충격으로 밴더벤터는 척추와 척수가 손상되어 전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변호인들은 그의 부상이 자동차 헤드레스트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부당한 판결이다”
외신은 “이 때문에 2017년부터
시트 디자인 바뀌었다” 말해
그가 전신 마비 판정을 받은 원인으로 변호인들은 아반떼의 헤드레스트 설계 결함 의혹을 제기했다. 헤드레스트의 기둥이 추돌 상황에서 그의 머리와 목, 등뼈 등을 강하게 타격했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근거다.

위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헤드레스트를 받치고 있는 기둥이 앞쪽으로 많이 꺾여있다. 저속 추돌 사고였음에도 이 기둥이 벤터번터의 머리와 목, 등뼈 등을 강하게 타격하여 벤터번터가 전신마비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지난달 13일, “현대차는 밴더번터에게 3,8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50억 원 수준이다. 이어 변호사는 “고객들이 사고로 잃은 것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사람들이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사실관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터무니없는 판결”이라며,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외신은 보도 내용에 “사고 이후 현대차는 2017년형 모델부터 시트 디자인(설계)을 변경했다”라고 덧붙였다.

에어백 터지지 않은 투스카니
미국선 160억 원 지급 판결
해당 내용은 오토포스트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다.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였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한국은 기업의 편에서, 미국은 소비자의 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나올 수 없는 판결이다”라며, 한국에서의 사고 사례들을 회상했다.

“운전자에게 450억 원 배상”이라는 판결이 한국에서는 매우 낯설게 들린다. 이렇게 큰 배상액은 그간 북미 소식으로만 접했었다. 비슷한 일은 지난 2013년에도 있었다. 당시 미국 법원은 충돌 사고 발생 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뇌 손상을 입은 운전자에게 1,400만 달러, 그 당시 환율로 약 160억 원을 현대차 측에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사고는 운전자의 잘못으로 난 것이지만, 큰 사고에도 차량의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은 것은 현대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사건 변호사는 “현대차가 측면 에어백 센서를 잘못된 위치에 장착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고, 회사 측도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들의 황당한 발언들
이 모든 것은 한국의 이야기
북미는 관계자나 변호인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적극적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흔치 않다. 부산 싼타페 급발진 사고 당시 조사 경찰은 “부산 ‘싼타페 사망사고’는 운전자 과실이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차축이 부러져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뒤축이 부러진 것이 아니고, 분명 다른 충돌에 의한 2차 사고로 운전자 과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싼타페 DM 충돌 사고와 관련하여 유명한 말도 있는데, 사고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이유는 충돌각이 맞지 않아서”라고 말했었다. 이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모든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사고는 발생하고, 사고로 인해 무너지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나, “우리에겐 책임이 없다”라는 말만 계속해서 듣고 있다.

관련 법에도 치명적 문제
사고는 예견된 일들일 수도
그런데 어쩌면 모든 것이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 비슷한 수위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국과 미국의 다른 결과, 국내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적절한 조치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이유 모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관련 법에 치명적 문제들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자동차를 팔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레몬법’을 도입했음에도 변화를 체감하는 소비자들은 적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레몬법은 법적 강제성이 있으나, 한국의 레몬법은 단순 권고 사항에서 끝나기 때문에 제조사는 보상을 해줘도 그만, 안 해줘도 그만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폭스바겐 디젤 사태와 BMW 화재 사태, 그리고 끊임없는 국산차 품질 및 결함 논란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변화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부’만 변화했다.

지난 2018년 4월부터 배상액을 높여 ‘징벌’ 성격을 넣었지만, 손해배상 대상이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을 경우”, 즉,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경우에만 한정되며, 재산 피해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이라 보면 된다.

폭스바겐 사태 이후 2016년, 국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안 8건이 올라왔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1건, 야당이었던 더불어 민주당은 7건을 냈다. 민주당 법안 중에는 재산 피해도 포함 시키자는 내용이 일부 있었고, 배상 한도도 법안을 발의한 대표 의원별로 3배에서 12배까지 다양했다.

결국 당시 여당 안대로 되었고,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특별한 반대나 치열한 토론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전경련은 “기업 활동 위축을 초래한다”라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급발진 의심 사고 등에서 운전자는 물론 제조사도 입증 책임을 지게 한다. 또한 제조사가 원인을 밝히지 못할 경우 소비자에게 배상하는 제도가 존재한다. 비슷한 사건의 결과가 180도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해리 트루먼 前 대통령의 말
어딘가 비슷했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 그러나…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멈춘다 (The buck stops here)”… 미국 전 대통령 헤리 트루먼의 책상에는 이러한 문구가 놓여있었다. 누가 되었든 대통령이라면 그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는 의미가 들어있었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책임의 엄중함을 의미한 그 말은 지금까지도 오랜 시간 회자되고 있다.

트루먼은 퇴임을 앞둔 연설에서도 잊지 못할 한 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책임을 질 수 없으면 책임을 맡지고 마라”… 이 역시 책임의 엄중함과 무거움을 뜻했던 한 마디였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되었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든 그들에게 소비자들이 하고 싶은 말처럼 들리는 한 마디였다. 그리고, 우리 기업 명예 회장도 트루먼과 비슷한 한 마디를 남겼었다.

“나는 내 이름을 걸고 일하는 한 내 권한을 양보도 안 하는 대신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지도 않는다”… 트루먼과 마찬가지로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명예 회장… 그러나 지금은? 오늘의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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