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보다 6개월 먼저 샀고
캠리보다 2만 km 덜 탔습니다
활주로를 찾았다. 스펙이 비슷한 어떤 자동차와 비교하기 위해 주말 동안 지방 촬영을 다녀왔다. 오토포스트 인스타그램을 구독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어떤 자동차와 비교했는지 아실 것이다. 박준영 기자가 쓴 시승기 한 편이 하나 더 나온 뒤, 두 자동차를 비교하는 시승기가 나올 예정이다.

스팅어는 2년 전 여름쯤 구매했다. ‘캠리’보다 6개월 정도 먼저 샀고, 캠리보다 2만 km 정도 덜 탔다. 스팅어 주행 거리는 1만 2,000km 정도다. 캠리는 3만 3,000km 정도다. 차이가 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앞서 캠리 시승기에서도 말씀드렸듯 푹신하고 편한 자동차를 좋아하다 보니 캠리를 더 자주 타고 다니게 된 것 같다.

그간 내가 내보내는 기사를 통해 쓴소리를 여러 번 들은 자동차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단독 보도를 세 차례 정도 했었다. 내 자동차인데 정이 없을 리가 있나. “문제의식이 있어야 문제가 발견되고, 문제를 발견해야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문제 제기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라는 어느 언론인의 말처럼 기자 생활을 했던 것뿐이다.

어쨌거나, 구입한지 2년 만에 독자분들께 시승기를 통해 스팅어를 소개해드린다. 오늘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은 다섯 가지 키워드와 함께 ‘기아 스팅어 2.0 터보 가솔린’ 모델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 박준영 기자

2.0 가솔린 모델이다. 255마력, 36.0kg.m 토크를 내는 1,998cc 4기통 싱글 터보 가솔린 GDi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AWD 옵션을 추가하였고, 공인 복합연비는 9.6km/L다. AWD 모델 공차중량은 1,720kg이다.

크기 제원은 길이 4,830mm, 너비 1,870mm, 높이 1,400mm, 휠베이스는 2,905mm다. 5인승 구조이고 앞뒤 225/45/18 규격 타이어를 장착한다.

Q. 스포티한가?

A. 구형 3시리즈가 떠오른다
현대기아차 같지 않은 기아차
이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현대기아차 같지 않은 기아차”라는 말이 떠오른다. 스포티한 주행에서만큼은 그렇다. 현대기아차 특유의 뒤뚱거리는 무거움이 없고, 불안하게 날리는 움직임도 없다. 영국 자동차 저널리스트 제임스 메이가 말했듯 스팅어는 기아차도 스포티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토포스트 법인 차로 사용하고 있는 ‘제네시스 G80 스포츠’보다 공차중량이 가벼운 것이 매우 큰 장점이다. 같은 후륜구동 기반 자동차지만 제네시스는 무거운 중량 탓에 코너를 급격하게 돌면 오버스티어가 아닌 언더스티어가 나버린다. 반면 스팅어는 “전형적인 후륜구동 기반 자동차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낮게 깔리며 코너를 쭉 휘감는 느낌이 있다. 그간 현대기아차에서 느낄 수 없던 요소 중 하나다. 구형 ‘3시리즈’를 타는 것 같다. 코너를 아름답게 휘감아 가는 능력이 3시리즈만큼 뛰어나진 않지만 맛과 향을 잘 흉내 내었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능력만큼은 ‘3.3 터보’ 모델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말에 동의한다. 3.3 터보 엔진의 무게는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버거워하는 느낌이다. 2.0 터보 엔진 무게가 스팅어 차체 설계와 맞는 가장 적절한 세팅 값이 아닐까 한다.

가속감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스포츠카보단 고속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GT카 성격에 더 가깝다. 머리가 뒤로 젖혀질 만큼 폭발적인 가속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팅어’라는 자동차의 이미지는 빠르게 쏘며 달릴 것 같다. 이는 3.3 터보 모델에 가깝고, 2.0 터보 모델은 조금 빠르게 달릴 수 있는 GT카에 가깝다. 즉각적이고 빠른 움직임을 기대하는 분들에겐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변속기는 아쉽다. 다운시프트는 반응이 빠른데, 가속에 필요한 업시프트 반응이 그리 좋지 못하다. 자동 변속으로 하나 패들 시프트로 변속하나 마찬가지다. 변속기가 좀 더 똑똑했다면 초반 가속 능력이 더 좋아졌을 뿐 아니라 고속 크루징도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Q. GT 카가 맞는가?
A. 장거리 고속 주행하기 편하다
뒷자리 상관없이 앞자리를 세팅하면 낮게 깔린 자세로 편안하게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 드렸듯 시트 포지션이 BMW 3시리즈만큼 낮게 깔린다. 낮은 시트 포지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장거리 주행을 위한 편의 장비는 옵션으로 선택했다. 사진 속 스팅어에는 반자율 주행 기능이 들어가 있다. 볼보만큼 부드럽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분들이라면 충분히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시내 주행에서도 크게 불편한 건 없다. 승차감은 단단하다. 푹신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좋아하는 분들과는 성격이 안 맞다. 풍절음은 거의 없는데 타이어 소음이 조금 올라오는 편이다. 요철을 지나면 트렁크 쪽에서 찌그덕 거리는 소리도 난다.

2.0 터보는 좋게 표현하면 가속감이 묵직하고, 나쁘게 표현하면 ‘스팅어’라는 자동차 이미지 치고 굼뜨다. 일상에서 얻은 팁이 하나 있다면 차로를 변경할 때 가속페달을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깊게 밟아주는 것이 좋다. 가속 페달과 변속기 반응이 그리 즉각적인 편은 아니라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면 이를 감안해야 한다.

Q. 패밀리카로는 어떤가?

A. 뒷자리 앉는 사람이
키가 크지 않다면 좋다
현대기아차하면 “실내 공간 잘 뽑는 브랜드”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은데 스팅어는 아니다. 아이들의 편안함보다 아빠들의 즐거움을 위한 자동차에 가깝다. 앞자리는 편하지만 뒷자리는 다소 불편하다. 아이들을 위한 편안한 뒷자리가 필요하다면 다른 차를 구매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G70’처럼 아주 협소할 정도는 아니다. 앞자리와 뒷자리에 앉는 사람 키가 크지 않다면 양쪽 모두 나름 넉넉하게 자리를 사용할 수 있다. 후륜구동 자동차이기 때문에 센터터널이 불룩 솟아있다. 제원상 5인승이지만 사실상 4인승에 가깝다.

Q. 럭셔리한가?

A. 눈으로 보기엔 좋다
손에 닿는 소재들은 아쉽다
눈으로만 보면 만족하고, 손으로 만져보면 조금 실망한다. 눈으로 보이는 디자인은 만족스럽다. 그간 기아차에서 볼 수 없었던 독일차의 좋은 점들을 여럿 차용한 것 같은 실내 분위기가 꽤 고급스럽다. 현대기아차 틀에서 벗어났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운전자 손에 닿는 부분은 신경을 잘 못썼다. 이는 순수하게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아직 제네시스를 비롯한 현대기아차가 전체적으로 이 영역 경험치가 부족하다.

운전자 손에 닿는 곳, 부드러워야 할 곳은 부드럽고 푹신할 곳은 푹신해야 하는데 이러한 감성 품질을 표현하는 것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게 스티어링 휠이다. 적어도 운전자 손이 항상 닿아있는 스티어링 휠 재질만큼은 땀을 더 잘 흡수하고 부드러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가죽이 사용되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4,000만 원이 넘는 자동차라면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 노브에 들어가는 가죽은 천연가죽을 써줬어도 괜찮았을 텐데 아쉽다. 3,000만 원대 캠리도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에는 천연 가죽을 쓴다. 고급 브랜드라 불리는 제네시스도 아직 이런 표현이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Q. 엔진은 어떤가?

A. 사례마다 다르겠지만
문제가 없진 않았다
국내와 해외에서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엔진이라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뽑기 운에 달렸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뽑기던 로또던 어쨌거나 문제 사례가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없다. 아직 내구성은 어떤지 알 수 없다. 이제 1만 2,000km 정도 탔는데 어찌 내구성을 논할 수 있겠는가.

시동 꺼짐과 같은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다만 시동 지연 문제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경쾌하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쿨럭쿨럭” 기침을 오래 하다가 시동이 걸린다. 오토큐 측에서 고압 펌프 문제라고 하여 두 번 교체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해 주행 중 문 열림 문제 취재로 박병일 명장을 찾아갔을 때 이 문제도 함께 질문하였다. 박 명장은 이에 대해 “고압 펌프 문제일 가능성은 낮다”라며, “스타트 모터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전류가 한 번에 제대로 공급되어 힘 있게 기어가 맞물리며 시동이 걸려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었다.

Q. 누구를 위한 자동차인가?
A. 이런 사람들에게 알맞다
그간 국산차 중에 성격이 뚜렷한 차가 몇 없었다. 스팅어는 성격이 뚜렷하다. 고객 성향을 뚜렷하게 공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팅어는 수입차가 부담스럽지만 빠르고 재밌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원하고, 스포츠카처럼 가벼운 날렵함이 아닌 어느 정도 묵직한 느낌을 가진 중형 세단을 원하며, 가족들이 가끔 탈 수 있는 뒷자리가 있는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자동차다.

그간 현대기아차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경쾌한 후륜구동 자동차의 움직임을 느껴볼 수 있다. 한 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스팅어를 통해 그간 볼 수 없던 재미있는 자동차를 만나보았으니, 이제는 그간 현대기아차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좋은 품질의 자동차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품질과 디테일만 제외하고 본다면 스팅어는 분명 잘 달리는 좋은 자동차다.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