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를 시승한 날
이 노래가 나왔다
“돌이켜보면 창작의 근원적 에너지는 ‘막연한 동경’이었다”… 우연처럼 이 자동차의 첫 시승 행사가 진행된 날 이 노래가 나왔다. 15일, 가수 윤종신 씨는 월간 윤종신 5월호를 통해 ‘New York’을 공개했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자신에게 큰 인상을 주었던 도시에 대한 노래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가 창작의 근원적 에너지로 생각한 막연한 동경 중 하나는 미국 뉴욕이다. 갈 때마다 길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제대로 살아본 것도 아니어서 뉴욕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뉴욕을 참 좋아한다고 한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막연한 동경으로 만든 ‘New York’이라는 노래는 뉴욕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도 그곳의 거리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가 떠오르도록 만든다. 막연한 동경으로 만들어진 창작의 힘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우리는 독일차를 따라 해왔고, 그것을 능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미국 자동차 기업이 전 세계적 자동차의 기준으로 통하고 있는 독일차를 모방해왔다는 것을 시인했고, 이와 함께 “독일차를 능가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짝퉁 독일차”라고 비판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독일차를 벤치마킹하여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더욱더 발전시킨 지금의 모델들이 캐딜락의 생명줄을 이어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독일 자동차를 만들어보진 않았지만, 막연한 동경으로 독일차를 모방해왔다. 그들의 모방 행위는 다행히 짝퉁에서 그치지 않고 창작의 근원적 에너지가 된 듯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은 ‘캐딜락 CT6 플래티넘’ 모델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 박준영 기자

내용 들어가기 전에
제원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오늘 캐딜락코리아가 진행한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우리는 ‘플래티넘’모델을 탔다. 컴포트 모델 상위 트림이다. CT6는 334마력, 39.4kg.m 토크를 발휘하는 3,649cc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GM이 개발한 새로운 10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다.

크기 제원은 길이 5,227mm, 너비 1,880mm, 높이 1,473mm, 휠베이스는 3,109mm다. 공차중량은 1,941kg다. 제네시스 G90보다 제원상 길이가 더 긴데, 디자인 때문인지 눈으로 보기엔 길이감이 크지 않다.

Q. 편안한가?

A. 편안하고 안락하다
제어가 참 똑똑하다
편안하게 타고 다니기 정말 좋은 차라 생각한다. 시승 전 관계자들이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에 대해 많이 강조했다. 1,000분의 1초마다 노면을 감지한다고 하는데, 사실 몇 분의 몇 초씩 노면을 감지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얼마나 편안하고 정숙한가가 궁금했다.

부분변경되기 전 ‘CT6 3.6’ 모델이 매우 편안했던 기억이 난다. 부분변경 이후에도 그때 그 편안했던 움직임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노면 충격을 매우 잘 흡수한다. 톨게이트를 몇 곳 지났는데, 톨게이트 앞 홈이 패어 있는 노면을 아주 조용하고 편안하게 지나갈 정도다. 타이어는 소음을 잘 흡수하고, 서스펜션은 충격을 잘 흡수한다. 댐퍼는 노면을 어떻게 타고 넘어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전형적인 미국 차인데, 잘 만들어진 미국차 느낌이다. 편안하고 푹신한 승차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매우 좋아하실 것이다. 고저차가 심한 곳이나 요철을 지날 때, 그리고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기분 좋은 반동과 함께 충격을 상쇄한다. 푹신한 침대처럼 기분 좋은 편안함이다.

컴포트 모드로 주행할 때는 규모가 조금 작은 크루즈선을 타는 것 같다. ‘S클래스’가 규모가 큰 크루즈선처럼 거의 모든 충격을 흡수한다고 말을 하면 ‘CT6’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크루즈선이 파도에 부딪히는 것처럼 편안하고 푹신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라는 화려한 이름 때문에 기대를 안 했는데,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몇 차례 시승기에서 나는 자연흡기 엔진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자연흡기 엔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보단 여유로운 가속을 더 좋아하고, 저속에선 부드럽다가 레드존 가까이 RPM이 올라갈수록 부드럽고도 앙칼지게 들려오는 엔진음을 좋아한다.

자연흡기 V6 엔진이다. V8 엔진만큼 우렁차고 폭발적이진 않지만 저속이든 고속이든 부드럽고 여유롭다. 가속페달 무게, 스티어링 휠 반응, 변속기 반응 모두 편안하고 묵직하다.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모두 갖추었다. ‘편안하게 탈 수 있는 플래그십 세단’으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Q. 스포티한 주행은 어떤가?

A. 스포츠 플러스 모델을
따로 시승해보고 답변하겠다
질문을 조금 더 상세하게 바꿔서 답변하겠다. “‘CT6’는 스포티한가” 대신 “‘CT6 플래티넘’은 스포티한가”로 바꿔 답변하겠다. 전자에 대해선 ‘스포츠 플러스’ 모델을 따로 시승해보고 답변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플래티넘’ 모델은 철저히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세단’을 생각한다면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반면 스포츠 모드가 있지만 스포티하진 않다. 사륜 조향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 전체적인 움직임은 매우 민첩하지만 ‘스포티한 자동차’로서는 몇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가장 먼저 변속기다. CT6 플래티넘의 변속기 세팅은 부드러움과 연비를 위해 세팅되어 있다. 편안한 주행에선 변속 충격 없이 매우 부드럽고 안정적인 변속을 보여주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위한 세팅은 아니다. 직결감이 좋지 못하고, 10단 변속기이기 때문에 수동으로 조작한다면 패들 시프트를 열심히 당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변속 시점을 놓치면 스포티한 주행의 맥이 빠진다.

여유롭게 잘 달리지만 스포츠카처럼 머리가 뒤로 젖혀질듯할 가속력은 아니다. 만약 자연흡기 엔진 자동차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낮은 RPM에서는 차가 잘 안 나간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는 자동차 성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마다 엔진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자연흡기 엔진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브레이크도 아쉬운 것 중 하나다. 일상 주행에선 독일차처럼 잘 듣는다. 국산차처럼 밀리는 느낌도 없다. 그런데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스포티한 주행에서의 브레이크 한계’가 곧바로 드러난다. 이는 타이어 성능 한계가 아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중량이 2톤에 가깝다. 이 무게를 독일차처럼 안정적으로 버티기엔 브레이크 성능이 부족하다. 고속에서 급제동하면 차가 좌우로 흔들리며 타이어 소리가 크게 난다. ABS가 있음에도 좌우로 흔들리며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 좌우로 흔들린다는 것은 제동 장치들이 차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는 소리다. 일상 주행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급박한 상황에선 그리 이상적이지 못할 것이다.

사진을 보면 뒷바퀴가 안쪽으로 약간 꺾여있다. 사륜 조향 시스템이 장착되어 그렇다. 이 덕인지 코너링은 매우 우수하다. 미국차를 보고 흔히 “직빨에 강한 차”라고 말하는데 CT6 플래티넘은 오히려 반대다. 직빨보단 코너링이다.

플래티넘 모델은 스포티를 강조하지 않았다. ‘스포츠 플러스’모델이 있기 때문에 “‘CT6’는 스포티한가”에 대해 답변할 수 없었는데, 조만간 스포츠 플러스 모델 별도 시승을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마무리하겠다. “‘CT6 플래티넘’은 스포티한가”에 대해선 답변할 수 있다. 플래티넘 모델은 스포티함보다 편안함이다.

Q. 럭셔리 한가?
A. 소재는 좋은 것을 썼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럭셔리함도 평가 기준이 된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럭셔리함이 적절한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우선 첫째는 소재는 모두 좋은 것을 썼고, 구성도 나름 알차다는 것이다. 천장과 필러는 알칸타라로 부드럽게 덮여있고,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 그리고 시트는 부드러운 천연가죽으로 덮였다.

패들 시프트는 마그네슘 재질이다. 카본 파이버처럼 보이는 것들은 모두 진짜 카본 파이버 소재다. 나무, 알루미늄도 마찬가지 눈에 보이는 모든 소재들이 진짜다. 구성도 괜찮다. 마사지 시트가 모든 좌석에 장착되고, 뒷좌석은 리클라이닝 기능을 갖췄다. BOSE 파나레이 34스피커 오디오 시스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등 럭셔리한 자동차로서 갖춰야 할 장비들을 거의 모두 갖췄다.

그러나 표현 능력은 조금 부족하다. 여기서 표현 능력의 기준은 ‘얼마나 화려하게 표현하는가’다. 좋은 소재와 탄탄한 구성을 갖췄지만 이를 표현하는 실내 디자인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럭셔리하지만 화려하진 않다.

차분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르겠으나, 화려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좋은 소재와 구성들을 화려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Q. 운전자와 뒷자리 승객
누구를 위한 자동차인가?

A. 두 가지 답변이 가능하다
운전자 중심으로 본다면 충분히 럭셔리하다. 위에서 잠시 살펴보았듯 운전자 손에 닿는 것들에는 충분히 좋은 소재를 썼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마사지 시트, 나이트 비전 어시스트 등 운전자를 도와주는 장비들도 부족하지 않다.

다만 뒷자리 승객 중심으로 본다면 충분히 화려하지 못하다. 2열 공조장치 버튼은 몸 전체를 움직여야 할 정도로 멀리 있고, 뒷자리에서 조수석 시트를 움직일 수 없다. 운전자를 위한 럭셔리함은 충분히 갖췄지만, 뒷자리 승객을 위한 화려함은 부족하다. 즉, 뒷자리 승객보단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에 가깝다.

Q. 디테일은 어떤가?

A. 발전한 미국 차다
몇 가지 사소한 것들이 걸린다
‘전형적인 미국차’는 아니다. ‘전형적인 미국차’라 하면 대부분 조립 품질이 엉망이고, 모든 것을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말하며 만든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품질이 떨어지는 자동차는 아니다. 전형적인 미국차라 부르긴 아깝다.

‘발전한 미국차’다. 전형적인 미국차 정도는 아니지만 독일차에 비하면 디테일이 아쉽다. 여기서 말하는 ‘디테일’이란 ‘탑승자를 위한 배려’를 말한다. 몇 가지 사소한 것들인데 하루빨리 개선되면 좋겠다.

손이 닿는 곳마다 지문이 많이 묻는 소재를 사용했다. 피아노 블랙 소재가 컵홀더 커버를 비롯해 센터패시아 버튼들에도 사용되었다. 누를 때마다 지문이 남는다. 손에 땀이 많고, 지문 남는 걸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지문 방지 필름이라도 붙이는 것이 낫겠다.

비상등 버튼은 이해할 수 없는 위치에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터치 방식이다. 그리고 센터 디스플레이 우측 상단 끝 쪽에 위치한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에서 사용되는 버튼인데 감으로 누르기 불편하다. 안 보고 누르면 비상등이 켜지는 대신 글러브 박스가 열릴 수 있다. 경적 버튼 면적도 너무 좁다. 경적도 비상 상황에서 빠르게 눌러야 하는 것인데, 손을 스티어링 휠 중앙까지 가져가야 하는 수준으로 버튼 면적이 좁다.

Q. 그래서 누구를 위한 차인가?
A. 성격이 뚜렷해서 고르기 쉽다
무엇이든 애매한 것보단 뚜렷한 것이 좋다. “점심 뭐 먹을래?”라고 물었을 때 “난 아무거나”보다 “난 김치찌개”, “난 돈가스”라고 말해주는 것이 덜 피곤한 것처럼 자동차도 성격이 뚜렷할수록 고르는 사람 입장에서 편하다.

CT6의 성격은 뚜렷하다. 아니, ‘CT6 플래티넘’의 성격은 뚜렷하다. 이런 분들에게 적합하다. 편안한 승차감을 원하는 사람, 조용한 V6 엔진을 원하는 사람,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보단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원하는 사람, 그럼에도 가끔 달리고 싶을 때 스포츠카 수준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잘 달릴 수 있는 차를 원하는 사람, 흔한 독일차보다 가끔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 뒷자리에 누군가 타도 어색하지 않을 차를 원하는 사람에게 맞다.

캐딜락코리아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빠른 차를 원한다면 다른 차를 구매하세요”라고 말하는 안전의 대명사 볼보처럼 “빠른 차를 원한다면 ‘CT6 스포츠 플러스’를 구매하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CT6 플래티넘’은 편안하고 푹신한 승차감을 원하는 분들이 매우 마음에 들어 할 자동차다. 편안함에 초점을 둔 자동차를 보았으니 이제 스포티함에 초점을 둔 자동차를 살펴볼 차례다. ‘스포츠 모델’ 시승기를 조만간 내보내드릴 예정이다. 여건이 된다면 비교 시승기도 함께 준비해보려 한다.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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