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하자마자 2만 대 넘게 계약이 된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은 국내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추후 출시된 2.5, 3.5 가솔린 모델도 인기가 많아 현재 디젤을 계약할 시엔 약 9개월, 가솔린은 6개월 정도를 대기해야 차를 인수할 수 있다고 한다.

국산차를 9개월이나 기다려서 인수를 해야 한다니 대체 얼마나 많이 팔리고 있길래 이렇게 대기 기간이 오래 걸리는 걸까. GV80을 기다리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소식인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계획을 살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GV80 신차 인도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국산 프리미엄 SUV
GV80은 승승장구 중이다
연이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제네시스 GV80은 국내 소비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 차량이다. 그동안 중형급 이상의 프리미엄 SUV를 원하는 고객들은 국산차 중에선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 수입차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GV80이 등장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SUV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시작가격이 6천만 원이 넘었지만 지난 1월 15일 출시 후 GV80 계약자들은 2만 명이 넘어 출시가 3개월 정도 지난 현시점에도 여전히 수많은 계약자들이 몰려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기본 대기 기간이 6개월 정도며 사양에 따라 9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수준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수입차 대기 기간과 견줄만하다.

G80이 출시되었음에도
여전히 GV80 대기는 줄지 않았다
GV80의 뒤를 이어 출시된 신형 G80은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량이라고도 할 수 있는 G80은 출시 첫날 2만 대가 넘는 계약을 기록하여 국산차 역대 최단기간 최고 계약 기록을 세우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G80 세단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GV80을 기다리던 대기자들은 G80으로 넘어가는 기존 대기자들 취소 물량이 생겨 GV80 인도가 조금 더 빨라질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보다 인도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대체 왜 그런 것일까.

G80으로 수요가 몰렸지만
GV80 대기 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현대 내부 속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고객들 입장에선 GV80의 인도가 더 늦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출시 후 약 3개월 정도가 지난 현시점에선 분명 출시 초기보단 신규 계약자들이 줄어든 상황이며 G80의 출시로 GV80에 대한 관심이 기존보다는 떨어졌기 때문에 GV80 인도 기간이 짧아질 것을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니 오히려 G80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판매되어 오히려 GV80 생산량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6월부턴 내수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 관계자의 제보에 의하면 GV80 생산량은 4월, 5월까진 월별 내수 4~5천 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6월부턴 내수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 이유는 올해 하반기부터 GV80의 북미 판매를 시작하기 때문에 6월부터는 수출 물량도 같이 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6월부터 내수 물량은 1,700대가량, 수출 물량은 3,600대가량 생산할 예정이며 7월엔 내수 물량을 더 줄이고 수출 물량을 4천 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안정화가 접어드는 8월부터 비율 조정이 다시 들어간다고 하는데 국내 대기자들 출고분은 여전히 밀려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오히려 줄어들어 인도 기간에는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게 되었다.

내수 물량 이외 생산은
모두 수출형으로 나가게 된다
월별 세부 생산량을 살펴보니 이랬다. GV80 내수 모델은 후륜구동보다 4륜 구동 계약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가장 계약 건이 많은 3.0 디젤 4륜 구동 모델은 1,000대가량 생산이 될 7월을 제외하곤 모두 월 1,200대 생산 분량을 유지할 전망이다.

또한 인기가 많은 2.5 가솔린 터보는 4월과 5월에 1,000대가 넘는 생산으로 물량을 집중적으로 소화하고 난 뒤 6월부턴 월 100대 수준으로 생산이 확 줄어들게 된다. 3.5 가솔린 터보는 셋 중 계약자 비율이 가장 적기 때문에 4월과 5월 계약분 600대 정도를 소화해낸 뒤 6월부터는 월 30대 수준의 적은 출고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나머지 생산량은 모두 수출형으로 나가게 된다.

작년 팰리세이드 때와
동일한 시나리오다
이는 작년 6개월 이상 대기 기간이 소요되었던 현대 팰리세이드 사태 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팰리세이드 역시 밀려드는 주문에 국내 공장 생산량을 더 늘리기도 했으나 내수보다는 수출 물량을 생산하는 데 비중을 더 크게 두어 내수 대기자들은 여전히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했었다.

기다리다 지친 일부 소비자들은 결국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으며 작년 하반기 연이어 출시한 타사의 대형 SUV들로 눈길을 돌렸다. GV80 역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된다면 계약 취소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G80의 성공이 오히려
GV80 에겐 독이 되었다
거기에 신형 G80 대기수요가 GV80 이상으로 몰리게 되면서 현대차는 결국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같이 전해졌다. GV80과 G80은 같은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데 미션 생산량이 부족하여 GV80보다 G80에 우선적으로 공급을 한다는 것이다.

현대가 하루 최대 생산이 가능한 미션은 400대 분량으로 GV80엔 140대, G80엔 260대 수준으로 배분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전해졌다. 거기에 G80 생산량은 계속 늘릴 계획이기 때문에 GV80의 생산은 어쩔 수 없이 당분간 계속 지연이 될 전망이다. 물론 차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의 속은 탈수밖에 없다.

국내 공장 가동은 100%
영업손실은 계속되는 적자
GV80의 대기 기간은 정확하게 1년 전 팰리세이드 때와 완전히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 수요 예측에 실패했으며 현대차 측은 수출 물량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생산량 조절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출시하는 신차들이 모두 판매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나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대기 기간이 생기는 만큼 악순환이 계속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당장 출고가 밀려있는 GV80 생산을 해결하기 위해선 증산을 실행하거나 해외 수출 물량은 해외공장에서 생산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작년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 가동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해외 공장은 가동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 간의 원만한 협의가 필요
소비자는 그저 답답할 뿐
지난해 4분기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 국내 공장은 가동률은 106%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공장 실적은 적자, 영업 손실은 무려 593억 원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가동률이 100%가 넘었음에도 수익은 적자가 났다는 것인데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인건비 상승, 해외시장 부진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출 물량들을 가동률이 떨어진 해외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원만한 노사 간의 협의를 통해 국내 생산 물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 이미 문제와 이에 대한 진단서는 처방된 상황이지만 제조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답답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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