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신형 G80이 출시되면서 가격 때문인지 자꾸 비교되는 자동차가 있다. 기아 플래그십 세단 ‘K9’ 이야기다. 두 차량은 분명 세그먼트가 다른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비교가 되면서 서로 어떤 차가 더 나은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두 세단은 각자 명확한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차가 더 좋은지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소비자 본인의 마음에 드는 차를 사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제네시스 신형 G80과 계속해서 비교되는 기아 K9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제네시스 G80의 저력
제네시스 신형 G80은 출시가 되자마자 하루 만에 2만 2천 대 계약을 달성하여 국산차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작 가격이 5천만 원이 넘는 대형 세단인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고급 세단인 G80이 이렇게 많이 팔리니 불경기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듯하다.

G80이 흥행을 이어가면서 요즘은 가만있던 기아 K9이 비교선상에 오르게 되었다.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K9은 항상 G80과 G90 사이에 위치한 고급 세단으로 인식되며 가성비가 좋은 대형 세단으로 사랑받아 왔었다.

K9은 신형으로 탈바꿈하면서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구형 K9은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매우 강해 큰 인기가 없었으나 2018년 4월 신형으로 탈바꿈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판매량 역시 수직 상승하여 연간 1만 대 이상이 판매되어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 G80과 EQ900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걸쳐있던 기존 K9과는 달리 신형은 조금 더 EQ900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받아 이제는 엄연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디자인에 대해선 라이벌들 대비 아쉽다는 평이 많았으며 결정적으로 ‘기아’라는 브랜드 가치가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는 먹혀들기 어렵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출시 후 2년 정도가 지난 지금 시점에 K9의 판매량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새롭게 출시된 신형 G80과 다시금 비교당하게 된 처지에 놓였다.

두 차량은 세그먼트가 달라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따져보면 K9과 G80은 엄연히 세그먼트가 다른 차량으로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K9은 길이가 5.1미터가 넘는 플래그십 세그먼트에 속하며 G80은 5미터가 넘지 않는 E세그먼트 세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급만 따지고 보자면 K9과 G80을 비교하는 것은 벤츠 S클래스와 E클래스, 또는 BMW 7시리즈와 5시리즈를 동급으로 보고 비교하는 것과도 같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꾸 비교가 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가격대가 겹치기 때문”이다. G80을 살 가격이라면 충분히 K9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대가 겹쳐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두 차량 중 어떤 것을 사는 것이 더 나을지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같은 돈을 주고 더 큰 플래그십 세단 K9을 선택할지, 완전히 새로워진 제네시스 G80을 선택할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브랜드 가치가 약한 K9은
가성비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K9의 가격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G90과 가격대가 동일했다면 분명 처참한 판매량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아차는 F세그먼트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아래급인 E세그먼트 G80과 가격대가 겹치도록 판매를 하여 경쟁력을 키운 것이다.

그래서 K9은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가성비가 좋은 모델로 통한다. 특히 감가가 다른 차량들보다 더 큰 편이기 때문에 “중고 K9은 국산차 최고의 가성비를 가지고 있다”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어봤을 것이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옵션도 매우 풍부하며 승차감과 주행성능도 구형보다 훨씬 발전했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사진=다나와 자동차)

가장 기본 사양으로
비교해 보니
가격이 거의 동일했다
그렇다면 G80과는 가격차이가 얼마나 나길래 가성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이렇게 비교가 되는 것일까. K9의 3.8 가솔린 기본 트림인 플래티넘 RWD와 G80의 2.5 가솔린 터보 RWD 기본 사양으로 가격비교를 해보았다. 두 차량은 각각 6기통과 4기통으로 엔진 차이가 존재하지만 제네시스는 2.5 터보 엔진이 기존 3.8 가솔린 엔진과 동급 수준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고 발표했다.

K9 플래티넘 RWD의 기본가격은 5,580만 원, G80 2.5 터보 RWD의 기본가격은 5,390만 원으로 약 2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K9은 기본 현금 할인 3%가 적용되어 167만 원이 깎인다. 그렇게 되면 두 차량의 실구매 가격은 20만 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다.

(사진=다나와 자동차)

K9 3.8 풀옵션
G80 2.5 풀옵션으로
비교해보니
K9 3.8 가솔린 풀옵션과 G80 2.5 가솔린 풀옵션으로 비교해 보면 어땠을까. K9 3.8 가솔린의 가장 상위 등급인 베스트 셀렉션 2 AWD는 7,642만 원이며 옵션은 360만 원이 추가된다. G80 2.5 가솔린 터보는 별도의 트림이 없으며 기본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더하면 2,220만 원이 추가된다.

결과적으로 ‘K9 3.8 가솔린 풀옵션’은 8,310만 원 정도, ‘G80 2.5 가솔린 풀옵션’은 8,298만 원 정도가 나와 이 역시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가격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다나와 자동차)

상위 등급으로 가면
가격 격차가 벌어진다
대부분 K9과 G80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압도적으로 3.8 가솔린과 2.5 가솔린 터보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지만 상위 등급인 3.3 터보와 3.5 터보 가격도 비교해 보았다. K9 3.3 가솔린 터보의 가장 하위 트림인 마스터스 RWD의 기본가격은 6,557만 원이며 똑같이 할인 3%가 적용되어 실구매가격은 6,809만 원이다.

G80 3.5 가솔린 터보 기본 트림 가격은 6,050만 원으로 K9보다 약 450만 원 정도 저렴하다. 실구매가격은 6,328만 원으로 가격차이가 꽤 난다.

(사진=다나와 자동차)

가격을 비교해보니
서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K9 3.3 가솔린 터보 풀옵션’과 ‘G80 3.5 가솔린 터보 풀옵션’은 가격이 비교될 수 있었다. K9은 8,860만 원 정도, G80은 8,812만 원 정도로 약 50만 원 정도 차이가 있어 이 역시 실구매자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두 차량 가격이 정확하게 겹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두 차량을 실제로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선 세그먼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떤 차를 선택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 K9을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점들
제네시스 신형 G80이 아닌 K9을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G80보다 더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제공하며 뒷자리에 대한 배려가 G80보다 더 뛰어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퍼드리븐에 가까운 세단을 원한다면 G80보다 K9이 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용된 소재나 실내공간, 승차감에 있어서도 K9은 플래그십 세단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G80에선 선택할 수 없는
V8 5.0 가솔린 엔진
두 번째는 G80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V8 5.0 엔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K9 5.0을 구매하는 고객은 거의 없는 만큼 이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지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기아차의 가장 높은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제네시스 G90과 동일한 자연흡기 V8 5.0리터 가솔린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K9의 급을 나타내며 분명한 장점이다.

(사진=’G80 CLUB’ 동호회)

2. G80을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점들
반면 K9이 아닌 G80을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점도 크게 나누자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제 막 출시된 신차이기 때문에 K9에는 없는 몇 가지 첨단 사양들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K9도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필요한 옵션들은 모두 적용되어 있지만 G80에는 K9보다 더 큰 14.5인치 메인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K9에 적용되는 12.3인치보다 조금 더 크다.

또한 차선 변경 기능을 지원하는 HDA 2역시 G80에만 적용되며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기능 역시 G80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사양이다. 하지만 이 정도 옵션들은 실제로 사용했을 때 없어도 무방한 사양들이기 때문에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제네시스 브랜드 파워와
감가를 무시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K9보다 G80을 선호하는 이유는 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는 ‘K9’과 ‘G80’ 모두 브랜드 가치를 어필하기 어렵지만 국내시장에서만큼은 아직까지 제네시스의 브랜드파워가 월등하다. 수많은 전국 각지에서 법인차로 활용되고 있으며 현재도 출시되자마자 구매를 하려고 줄을 선 것은 그만큼 제네시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추후 중고차로 매각할 때 감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원래 대형 세단은 감가가 심한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K9을 신차로 구매 후 2~3년 뒤 판매하려고 시세를 알아보았을 땐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질 것이다. 감성적으로는 K9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결국 G80에 더 끌리는 것이 대부분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K9이 조금 더 매력적인 차가 되려면 가성비 이외에 무언가 큰 결정적인 한방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도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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