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자들의 자동차 ‘목포II빈쑤’님)

올해 1분기 국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기아차에게 불경기란 존재하지 않는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내수 판매량 14만 대를 기록했다. 르노삼성과 쉐보레가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분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입지는 역시나 탄탄했으며 그중에서도 그랜저의 판매량은 단연 돋보였다.

현대 더 뉴 그랜저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무려 1만 6,600대를 판매하며 단일 차종으로는 최고 기록에 근접하는 어마 무시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제외하면 현대에서 판매하는 가장 비싼 세단인 그랜저가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라니 대단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 그랜저 판매량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경기 불황에도
신차 판매량은 끄떡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전 세계에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신차 구매와 자동차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불경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불경기엔 보통 새 차 구매를 꺼려 하는 심리 때문에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기 마련인데 올해 1분기 국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작년 대비 소폭 감소하긴 하였으나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난 브랜드와 차종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항상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생계형 1톤 트럭 포터는 2만 2,355대를 판매하여 2위를 차지하였고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1만 4,084대를 판매하여 4위를 차지했다.

눈여겨볼 점은 기아 K5의 선전이다. K5는 올해 1분기 총 1만 8,432대를 판매하여 국산차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국산 중형 세단의 일인자는 항상 현대 쏘나타였으나 K5가 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현대 쏘나타는 같은 기간 1만 3,320대가 판매되어 K5와는 약 5천 대 정도 차이가 났다.

매번 서자 취급을 받으며 아무리 차가 잘 나왔어도 쏘나타의 아성을 무너트리긴 힘들었으나 이번 신형 K5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K5는 인기가 많아 하이브리드는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럼 대망의 1분기 국산차 판매량 1위는 누구일까. 2만 3,255대를 판매한 포터를 제치고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현대 그랜저다. 현대 더 뉴 그랜저는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가솔린과 LPG만 하더라도 올해 1분기 총 3만 6대를 판매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3,309대가 판매되어 두 판매량을 합치면 신형 그랜저는 총 3만 3,315대가 판매된 것이다.

기본 사양이 3천만 원 중반대부터 시작하며 최고 사양은 5천만 원에 가까운 그랜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다. 그랜저 판매량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이제 국민차 타이틀은 쏘나타가 아닌 그랜저가 가져가야 할 듯”,”쏘나타 살바에 더 보태서 그랜저 사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르노삼성과 쉐보레 모두
1분기 총 판매량 2만대를
넘기지 못했다
그랜저의 1분기 판매량 3만 3,315대가 얼마나 대단한 판매량인지 잘 체감이 오지 않는다면 나머지 국산 브랜드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체감하기 쉽다. 올해 XM3를 출시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르노삼성은 1분기에 총 1만 9,988대를 판매했다. 트레일블레이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쉐보레의 1분기 총 판매량은 1만 9,044대다.

이는 단일 차종 판매량이 아닌 브랜드에서 판매한 모든 차량 대수를 합친 결과이다. 쉐보레나 르노삼성 각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을 집계해도 그랜저 단일 차종 판매량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두 브랜드 판매량을 합쳐야 4만 대에 가까운 수준이 되어 그랜저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종만 수십 가지에 달하는데 그랜저 단일 차종 판매량이 다른 국산 브랜드 전체 판매량을 압도했다는 사실에 네티즌들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랜저가 생산되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는 하루 수백 대의 그랜저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순 계산을 해보자. 그랜저가 1분기 3달 동안 총 3만 3,000대 정도가 판매되었으니 한 달 평균 1만 1,000대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1만 1,000대를 30으로 나누어보면 주말을 포함한 한 달 내내 그랜저를 매일 366대씩 생산해내야 감당할 수 있는 판매량인 것이다.

많이 팔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민차로 불릴 정도라는 현대 그랜저가 이렇게 많이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랜저가 신형 모델로 변화하면서 갑자기 판매량이 올라간 기이현상은 아니다. 국산차 치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랜저는 원래 꾸준히 잘 팔리던 차량이었다.

특히 5세대 그랜저인 HG 시절 쏘나타와 대등하거나 쏘나타를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랜저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잘 팔리던 그랜저는 6세대 IG 모델이 등장하면서 판매량에 더욱 불이 붙었다. 2018년엔 8만 8,533대를 판매하며 싼타페에 이어 국산차 판매 2위를 차지하였으며 2019년엔 6만 6,039대를 판매해 역시 싼타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작년 연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더 뉴 그랜저는 올해 1분기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싼타페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그랜저가 이렇게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1. 그랜저는 법인,
리스 수요가 많다

첫 번째는 그랜저의 수요층 때문이다. 기업의 임원 자동차로 많이 활용되는 그랜저이기에 법인 수요가 굉장히 많다. 실제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인차 수요도는 그랜저와 제네시스에 비중이 대부분 몰려있었다. 여기에 렌터카로 빠지는 매물들도 상당하며 일반 고객들 역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사람들은 그랜저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폭넓은 수요층이 존재하는 것이다.

거기에 젊어진 그랜저의 이미지도 판매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원래 그랜저는 현대의 최고급 차였지만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등장한 이후로는 플래그십 세단의 역할을 그들에게 내어주었다. 따라서 그랜저는 그에 맞추어 점점 젊어졌고 이제는 4~50대뿐만 아니라 30대가 그랜저를 타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2. 그랜저 정도면
고급차라고 인정해 주는
사회의 분위기
두 번째는 바로 그랜저의 포지션이다. 중형 세단인 쏘나타와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는 한체급 차이이지만 서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차이가 크다. 평범한 패밀리 세단인 쏘나타와는 다르게 그랜저는 어느 정도 고급차로 인식이 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를 출시하며 성공 마케팅을 이어갔고 그랜저를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랜저 정도면 사회에 나와서도 어디 가서 무시당할지는 않을 적당한 고급차 이면서도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충분히 구매 선상에 올릴 수 있는 차량이다.

3. 쏘나타를 사려다
그랜저가 보이는 가격정책
HG 그랜저 시절부터 이어져온 이야기다. 현대 매장에 쏘나타를 사기 위해 방문했으나 옵션을 넣다 보니 그랜저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결국 그랜저 기본 사양을 계약하고 나왔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겪었던 에피소드였다.

쏘나타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주요 구매 가격대는 2천만 원 중후반이다. 반면 그랜저는 3천만 원 초반에 형성되어 있어 조금 더 무리를 하거나 쏘나타를 살 돈에 차액은 할부 제도를 이용하면 부담 없는 수준에서 그랜저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쏘나타를 사러 간 고객이라면 충분히 그랜저에 유혹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4.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그랜저만한 차도 없다
마지막은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그랜저만한 차도 없다는 결론이다. 기본 가격 3천만 원이 넘으며 최고 사양은 5천만 원에 근접하는 그랜저이지만 이 가격에 비슷한 사양을 누릴 수 있는 준대형 세단은 사실 마땅한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입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기 위해선 최소 6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매년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랜저의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대한민국의 그랜저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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