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자들의 자동차 ‘Gt’님)

한때 정체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여 호불호가 많이 갈리던 현대차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준중형 세그먼트에서 파격적인 도전을 시도한 아반떼와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을 갖춘 신형 제네시스 디자인은 나무랄 곳이 없었다. 좋은 디자인은 곧장 판매로 이어져 신형 제네시스 G80은 최소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 디자인이 급속도로 발전한 것은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는데 최근 그가 갑자기 돌연 사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던 현대차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수장이 갑자기 자리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YF 쏘나타 시절부터
디자인 과도기를 보내왔다
파격적인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던 YF 쏘나타가 등장하던 2010년 초반부터 현대차는 디자인 과도기를 보내왔다. 패밀리룩을 구축하기 위해 새로인 디자인 언어인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적용하여 현대차에서만 볼 수 있는 디자인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패밀리룩 디자인은 해당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만 이것이 남발되기 시작하면 각 차량마다 고유의 개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2010년 초반 등장했던 YF 쏘나타와 그랜저 HG의 유사한 전면부 스타일에 대해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

그렇게 패밀리룩을 구축해 나가던 2015년 11월, 현대차는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였던 루크 동커볼케를 영입했다. 피터 슈라이어의 부름을 받고 현대차로 거처를 옮긴 루크 동커볼케는 곧바로 현대차 수석 디자이너 및 제네시스의 디자인 부분 총책임자 자리를 맡게 되었다.

폭스바겐 그룹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루크 동커볼케는 21세기 람보르기니의 시작을 알린 ‘무르시엘라고’, ‘가야르도’를 디자인했으며 벤틀리에선 ‘컨티넨탈 GT’와 ‘벤테이가’등 대부분 모델을 디자인하며 명성을 떨친 실력 있는 디자이너다. 동커볼케의 영입 이후 벤틀리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상엽 디자이너도 영입하여 현대차와 제네시스 디자인은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디자이너의 투톱 체제로 들어섰다.

현대차로 거처를 옮긴 루크 동커볼케는 2018년 10월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두 총괄하며 차세대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개발을 주도했다. 그가 디자인 전략을 수립할 때만 해도 현대차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있던 시기였다.

삼각떼라고 불리며 조롱당하던 아반떼나 호불호가 강했던 팰리세이드 같은 디자인으로 파격적인 도전을 이어오던 현대차였지만 디자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출시하고 있는 새로운 현대차 디자인에 대해선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동커볼케 부사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신형 제네시스 디자인에 대한 반응들이 매우 좋다.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
그런데 잘나가던 좋은 분위기 속 지난 1일, 루크 동커볼케가 현대차를 갑자기 떠났다. 회사에 합류한지는 4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1일 현대차의 발표에 따르면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일신상 이유로 사임했다는 짧은 발표로 4년간의 커리어를 마무리 지었다.

2015년 그를 영입할 당시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디자인 역량 강화에 힘쓰기 위하여 인재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었고 그를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엽 디자이너의 영입 역시 그가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것이 영향을 미쳤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의 돌연 사임은 좋지 않게 물러난 것이 아닌 박수칠 때 떠나는 분위기라 다들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는데, 현대차는 “일산상의 이유”라는 짧은 답변만을 내놓아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선 “가족이랑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싶다”라는 동커볼케의 말을 기억하며 잠깐 일을 쉬고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의 생활을 즐기고 싶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현대차로썬 디자인 수장이 이탈함으로써 당황스러운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동커볼케의 돌연 사임을 위기라고 보는 이유 중 첫 번째는 디자인 과도기가 이제 끝나고 호평이 이어지고 있었던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가 합류한 시점인 2015년은 한창 현대차가 디자인 과도기를 거쳐오던 시절이었으며 그가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책임 지던 2018년까지도 현대차 디자인은 호불호가 강하여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의 손길이 들어간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파격적이면서도 라이벌을 뛰어넘는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돌연 사임은 현대차 입장에서 위기일 수밖에 없다. 제네시스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이제 시작인데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야 할 상황에 계획을 세워놓은 책임자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박수칠 때
떠난 이유를 궁금해 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의 사임 소식에 많은 소비자들은 의아해했다.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현대차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더 발전시켜나가야 할 그가 사임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대해 현대차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짧게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어 더욱 의문을 증폭시켰다. 많은 소비자들은 동커볼케 부사장의 사임 이유를 제시했는데 주요 내용들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일을 잠깐 내려놓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사임후 곧장 가족들이 있는 독일 바이에른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는 다른 곳으로 스카웃 당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동커볼케의 나이는 54세로 자동차 디자이너 세계에서는 한창 현역일 나이다. 그는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지 다른 브랜드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본인이 해야 할 업무는 모두 완수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에 몸담은 시절 중 가장 큰 프로젝트였던 신형 제네시스의 디자인 언어를 구축해 놓았으니 이제는 후임자에게 미래를 맡기면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해석이다. 좋은 틀을 다져놓아 본인의 자리가 비더라도 이를 잘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건 리더의 덕목이다.

이외에도 몇가지 이유들을 추측하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갑자기 사임을 할만한 마땅한 이유가 없었고 사임 사유도 두루뭉술 했기 때문에 의문은 커져갔다. 일각에선 “내부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니냐”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패밀리룩, 이제는
제대로 갖춰야 한다
이제 현대차 디자인 총괄은 벤틀리 출신인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 센터 전무와 인피니티 디자인 총괄이었던 카림 하리브 2인 체제로 운영된다. 루크 동커볼케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두 디자이너 역시 실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디자이너이자 최근 현대기아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현대차 디자인 미래는 크게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두 디자이너는 호평받기 시작한 새 현대차 디자인을 유지해나가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최근 출시한 신형 아반떼는 그간 어떤 준중형 세단에서도 볼 수 없던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로 대변되는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를 확실하게 정립 시켜야 한다.

그동안 현대차는 패밀리룩 구축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신차가 나올 때마다 디자인이 크게 바뀌어 사실상 구축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간 현대차에서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네티즌들은 “현대차는 1년마다 디자인이 바뀌는 거 같다”,”새로운 디자인이 나왔으니 몇 년간은 또 저 디자인만 나오다 바뀌겠구나”라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제는 어느 정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패밀리룩 디자인이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기에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른 차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닌 현대차만의 디자인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신형 아반떼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앞으로의 현대차 디자인을 더 기대해 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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