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WHO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135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고 한다. 24초에 한 명꼴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교통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안전에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왔다.

볼보는 오래전부터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브랜드로 명성이 높다. 최근에는 볼보가 앞으로 양산되는 모든 차의 속도를 180km/h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논란을 제기했으나, 네티즌들은 볼보의 결정에 대해 대체로 지지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속도제한 결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볼보의 정체성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기자

최고 속도를 줄여
사고를 막겠다는 볼보의 목표
볼보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0명으로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안전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차량의 속도를 180km/h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볼보는 “과속은 교통사고 사망의 흔한 이유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과속운전의 위험성을 잘 모르고 있다”, “특정 속도 이상에서 사고 발생 시 튼튼한 설계와 각종 안전기술로도 중상과 사망을 피할 수 없다”라고 최고 속도 제한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기존에는 25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 출시하는 신차에 케어 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케어 키를 차량의 속도 제한을 설정해 키에 입력하는 것으로 부모가 운전이 미숙한 자녀에게 차를 빌려줄 때, 또는 고령자가 운전할 때 최고 속도를 더욱 낮출 수 있어 안전 운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외에도 볼보는 GPS를 활용해 특정 구간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학교 근처 어린이 보호구역을 통과할 때 자동으로 차량 속도를 제한하는 식이다.

일각에서 논란이 있지만
조치를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볼보
볼보의 속도제한 결정에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논란은 제기했다. 요즘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안전하면서도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단순히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하칸 사무엘슨 볼보 CEO는 “우리의 연구 덕분에 중상과 사망 사고를 없애는데 있어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알게 되었다,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잠재 고객을 잃더라도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며 속도제한 조치를 그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볼보의 조치에
지지하는 네티즌들
이와 같은 조치가 국내에도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볼보라서 이해가 된다”, “서킷 아니고서야 속도 200km/h을 넘을 일이 없다”, “요즘 과속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라도 줄여야 한다”, “고객을 잃더라도 생명이 먼저라는 마인드를 다른 브랜드도 배워야 한다”등 볼보를 지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역으로 180km/h까지는 어느 정도 안전을 자신한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볼보의 기술력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런 정책은 정말 필요하다”라며 정부에 국내 판매되는 모든 차에 속도제한 조치를 확대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반응도 있다.

요즘 자동차에 쓰이는
많은 안전장치의 상당수를 개발
예전부터 볼보는 안전 기술의 대명사로 명성이 높은 브랜드다. 볼보가 설립된 계기부터 남달랐다. 창업자인 가브리엘손과 구스타프 라르손은 어느 날 식당에서 가재 요리를 먹다가 땅에 떨어트렸는데,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은 가재를 보고 “저 가재처럼 튼튼한 차를 만들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가 채택하고 있는 3점식 안전벨트를 1959년에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차량들의 시속이 50~60km/h 정도였던 만큼 추돌 사고 시 중상, 사망률을 크게 낮추게 된 혁명적인 발명품이었다.

이외에 안전벨트 미착용 시 경고등이 점멸하는 장치를 1971년에 추가로 개발했으며, 충격 흡수식 범퍼, 측면 에어백 및 측면보호 시스템 SIPS, 커튼형 에어백 등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차량 내 안전장치의 상당수를 개발했다. 또한 보행자 안전에도 신경 써서 세계 최초로 돌출되지 않은 범퍼와 보닛 에어백을 적용하기도 했다.

현재 볼보는 IntelliSafe라는 통합 안전 시스템과 시티 세이프티라는 긴급 제동 시스템 및 보행자 추돌 방지 기술,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을 발전시켜 차량의 후측면에서 좌우로 통행하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감지하는 통행차량 경고 시스템, 파일럿 어시스트라는 반자율 주행 기술 등을 자사의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차체 설계도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기본적인 차대 설계도 안전 쪽으로 굉장히 선진적이다.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미국 IIHS에서 처음 시험했을 때, 벤츠나 BMW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처참한 결과를 기록한 반면 볼보는 G 판정을 받았다.

한 해외 영상에서는 92년식 볼보 850 에스테이트를 다른 차에 충돌, 전복시켰는데 기초 프레임은 멀쩡한 데다 수도 없이 부딪히고 완파시켜도 멀쩡히 주행하는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게다가 B필러와 C필러는 아예 구겨지지도 않은 모습을 보였다.

2002년에 출시되어 2014년까지 12년 동안 1세대 XC90은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G 판정을 받았으며, 요즘 기준으로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를 했는데도 통과했다. 2세대 XC90는 여러 번 차를 옆으로 굴려 테스트했음에도 찌그러짐이 거의 없이 멀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전 앞에서 뚝심과 방향이
남다른 볼보만의 정체성
볼보는 안전 기술과 튼튼한 차체 설계도 훌륭하지만 안전에 대한 뚝심도 남다르다. 볼보는 사람 중심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홈페이지에서도 자사 소개에 안전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1959년,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할 당시 이를 특허로 신청해 큰돈을 벌 기회가 있었으나, 사람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특허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특허 신청을 포기, 경쟁 회사에 무료로 이 기술을 배포했다. 천문학적인 금전적 이득보다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볼보의 선례는 다른 유럽,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안전 관련 기술을 특허 없이 모두가 공유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ESP로, 1995년 메르세데스 벤츠와 보쉬가 합작으로 개발한 후에 특허를 걸지 않고 널리 퍼트렸다.

1970년에는 교통사고 연구팀을 만들어 볼보 본사 주변 100km 내 자사의 차가 사고 나면 해당 차를 회수하고 운전자와 목격자 진술, 경찰의 조사 내용, 사고로 인한 부상자의 부상 정도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파악한다. 지금도 운영하고 있으며,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연구 자료를 축적해왔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E.V.A 프로젝트를 전 세계 모든 회사, 개인들이 자동차의 안전에 대한 볼보의 연구를 참고하도록 개방했다. 3점식 안전벨트 사례와 더불어 안전에 대한 뚝심이 얼마나 남다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볼보가 가진 안전에 대한 철학은 상용차에도 적용된다. 칼 요한 암키스트 볼보트럭 교통 및 제품 안전 담당 이사는 “실제 트럭의 운행 환경을 알고 있으며, 사고 형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볼보가 법규에서 요구하지 않는 수많은 추가 테스트를 실시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말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트럭을 만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볼보만큼 안전에 집착하며, 전문 연구팀까지 꾸려 가며 교통사고를 연구하는 제조사는 거의 없는 편이다. 현재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이 볼보 덕분에 지금까지 안전 기술이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볼보만의 철학, 자동차 제조사들이 본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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