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제네시스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2018년 G90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될 때에는 오각형 그릴과 헤드 램프, 테일램프로 인해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거기다 가격이 비싸졌고 앞서 풀체인지 된 K9의 디자인이 호평을 받으면서 K9이 G90을 이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1년 이상 G90과 K9의 판매량을 비교해본 결과 예상과는 다르게 G90의 판매량이 더 높다. 가격 비싸고 디자인도 별로라는 평가를 받은 G90이 K9보다 많이 팔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혹평 받는 G90이 K9보다 많이 팔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기자

2018년 페이스리프트 된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G90은 2018년 11월, EQ900이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해외 시장과 동일한 이름으로 통일했다. 페이스리프트지만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폭 변했다.

G90은 제네시스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전면에는 오각형 크레스트 그릴과 지-매트릭스 그릴 패턴, 슬림형 쿼드 램프, 상하 헤드램프 사이에 존재하는 일자형 방향지시등이 존재하며, 후면에는 제네시스 엠블럼을 형상화 한듯한 테일램프, 엠블럼을 대신하는 제네시스 영문 레터링, 오각형 머플러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실내는 기존 EQ900과 거의 동일한 모습이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하고 센터 디스플레이 크기 확장, 송풍구와 버튼 형상을 변경했다. 센터패시아 버튼 개수를 전작보다 줄였으며, 콘솔 상단은 가죽 소재가, 버튼에는 크롬 도금이 적용되었다.

옵션으로는 국산차 최초로 적용된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 기능이 적용되었으며, 지능형 차량 관리 서비스를 통해 차량 운행 습관을 분석해 운전자 맞춤형 차량 가이드를 제공한다. 그리고 제네시스 전용 그래픽이 적용된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원격 시동 및 공조, 비상등 점멸 등을 지원하는 제네시스 커넥티드 앱, 카카오 i의 음성 인식 서버를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을 적용했다.

G90보다 앞서
풀체인지 된 기아 K9
기아 K9은 G90 페이스리프트보다 앞선 2018년 3월에 풀체인지 되었다. 기존에 혹평 받았던 디자인을 대폭 개선했으며, 후면부는 벤틀리 느낌이 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리고 차체 크기를 키워 G80과 G90 사이 애매했던 포지션을 개선했다.

실내에는 센터패시아부터 도어 트림까지 쭉 이어지는 랩 어라운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시트와 도어 트림에 퀼팅 패턴을 적용했으며, 크래시 패드와 도어 트림 등에 우드 트림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옵션은 디지털 계기판, 전자제어 서스펜션, 후측방 모니터,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퀸셜 방향지시등, 각종 주행 안전 시스템, 12.3인치 UVO 내비게이션,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 등이 있다. VIP시트 옵션이 존재하지만 G90과 달리 완전 독립식은 아니다. 또한 G90과 달리 리무진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파워 트레인은 3.8 가솔린을 기본으로 3.3 가솔린 터보, 5.0 가솔린 3가지가 있다. 이는 G90에도 동일하게 탑재된다. 변속기는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G90 판매량이 높았다
지금은 제네시스 패밀리룩이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었지만 G90이 출시될 때만 해도 오각시스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혹평이 많았다. 게다가 가격도 더 비싸졌다. 반면 K9은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디자인이 괜찮아졌고 G90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호평받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K9이 G90보다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G90이 출시된 이후 K9과 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K9이 G90의 판매량을 넘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네티즌 결과와는 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선 G90이 출시된 다음 달인 2018년 12월 판매량부터 살펴보자. G90은 2,139대, K9은 1,082대를 기록했다. G90이 두 배가량 많이 팔렸다.

이후 2019년부터 분기별 판매량을 살펴보자. 먼저 G90 판매량이다. 2019년 1분기는 4,721대, 2분기는 6,178대, 3분기는 3,125대, 4분기는 3,518대, 2020년 1분기는 2,722, 4월과 5월 합친 판매량은 2,461대다. K9 분기별 판매량은 2019년 1분기 2,956대, 2분기는 2,899대, 3분기는 2,500대, 4분기는 2,523대, 2020년 1분기는 2,144대, 4월과 5월을 합친 판매량은 2,007대다.

브랜드 가치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줬다
G90이 혹평 받고 K9은 호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G90의 판매량이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브랜드 가치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줬다. 그랜저 이상 대형 세단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브랜드 가치, 즉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이고 기아차는 대중차 브랜드이기 때문에 동급 모델이라도 사람들은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인 G90을 K9보다 좀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대형 세단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이왕 큰 차 사는 거 프리미엄 모델로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G90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다.

K9에 대해서는 “잘 만든 차지만 기아 마크만 떼면 더 잘 팔릴 것 같다”라는 안타까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 오피러스나 모하비, 스팅어처럼 전용 엠블럼이라도 달아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랜저도 오랫동안 유지한 브랜드 가치 덕분에 마름모랜저라는 조롱 속에서도 K7 판매량을 가뿐히 제치는 사례가 있는 반면 1990년대 말 출시된 엔터프라이즈가 기아산업의 부도로 판매량이 급감한 사례도 있다. 그만큼 대형 세단에 이미지는 상당히 중요하다.

F 세그먼트 급은
단순히 가성비만 따지지 않는다
K9의 가격은 트림별로 5,377만 원~9,232만 원, G90은 7,707만 원부터 1억 5,657만 원에 책정된다. 기본 가격이 K9이 무려 2천만 원이나 저렴하며, 각 트림별로 적용되는 옵션 사양은 거의 비슷해 가성비만 따지면 K9이 압승이다.

비슷한 크기와 옵션을 가진 두 차가 있다면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한 차에 마음이 기울기 마련이다. 하지만 판매량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F 세그먼트 급은 단순히 가성비만 따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아차는 K9을 출시하면서 가성비를 강조했으며 G90보다 젊은 40대 고객을 노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대형 세단 전략은 잘 먹히지 않았으며, 주 타깃층인 40대 고객들은 K9을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다.

법인 수요가
상당히 많다
G90을 비롯한 제네시스는 법인 수요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G90의 전체 판매량 중 70% 이상이 법인 수요다. 중요한 손님을 맞을 때나 거래처에 나갈 때 아무래도 고급차가 회사 이미지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K9보다 G90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차 값이 비쌀수록 경비로 인정되는 비용도 많아져 세금 감면 효과가 더 커진다. 앞서 말했듯이 G90은 K9보다 기본 2천만 원 이상 더 비싸기 때문에 비용도 2천만 원 더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운행 기록부 작성을 철저히 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이외에도 대기업 임원들에게 업무용 자동차로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 국산차 중에서는 G90과 K9뿐이고 수입차를 제공하기에는 사회 분위기상 눈치가 많이 보이고, 직급에 맞게 고급차는 제공해야 하기에 웬만한 기업들은 국산 프리미엄 모델인 G90이나 G80을 선호한다. 물론 회사와 직급에 따라 K9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 아래급인 그랜저와 K7을 제공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G90이 혹평 받고 있음에도 K9보다 잘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G90은 내년쯤 풀체인지가 예정되어 있다. 풀체인지를 거치게 되면 아마 지금보다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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