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4시 50분경 창원 남해고속도로 진주방향을 달리던 제네시스 G80 차량의 엔진룸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 신형 G80에서 발생한 첫 화재였기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고 불이 난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화재 원인을 밝혀내던 중 순정 부품으로 장착한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70만 원을 들여 옵션으로 추가한 순정 블랙박스 빌트인 캠은 사고 순간에도 전혀 녹화가 되지 않고 있었는데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빌트인 캠 순정 블랙박스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4일 경남 남해고속도로에서는 출고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신차 제네시스 G80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대차가 밝힌 사고 원인은 주행 중 도로에 떨어져 있었던 대형 트럭용 에어클리너 부품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쳐버린 상태로 주행을 이어가다 마찰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발표했다.

현재 소방당국은 더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들을 취합해보면 현대차가 발표한 내용이 맞는 것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차후 에어클리너 부품 사진으로 올라온 것이 사고 차량이 있었던 곳과는 다른 곳에서 촬영되었다며 조작설을 제기했지만 부품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촬영한 것이라는 말과 함께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화재가 발생한 것 역시 중요한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순정형 블랙박스인 빌트인 캠이 전혀 상황을 녹화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쏘나타 이후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에 순정 옵션으로 빌트인 캠 블랙박스를 제공한다.

순정 부품으로 달려서 나오기 때문에 호환성도 좋으며 스마트폰과 미러링 하여 녹화된 영상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빌트인 캠 옵션을 추가하여 출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돈을 주고 추가한 이 옵션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 차주가 녹화를
수동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번 G80 사고에서 빌트인 캠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녹화 모드가 비활성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당연히 주행 중에 녹화가 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현대기아 순정부품으로 장착되는 빌트인 캠은 출고 시 녹화 설정이 모두 OFF로 되어있는 것이 기본 세팅이다.

대부분 딜러들이 출고 시 설정을 ON으로 바꿔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녹화를 켜지 않고 그대로 운행을 하는 차주들도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 사건의 G80 역시 녹화를 직접 활성화해야 하는 것을 모른 채 운행해왔다. 제네시스 빌트인 캠 기능을 설명하는 영상에도 차량 출고 시 녹화 설정은 모두 OFF 상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2. 빌트인 캠은 음성이
녹음되지 않는다
두 번째 단점은 바로 음성녹음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블랙박스는 선명한 화질뿐만 아니라 음성 녹화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는 음성이 가장 좋은 증거가 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녹음이 가능하지만 비활성화를 시킬 수 있는 구조였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음성 녹화 자체를 할 수가 없다. 70만 원짜리 블랙박스 치고는 상당히 아쉽다.

3. SD카드를 뺄 수 없는
EMMC 타입이다
세 번째 단점 역시 치명적인 부분이다. 일반적인 블랙박스는 영상을 SD카드에 저장하기 때문에 사고 상황이나 필요시 언제든 SD카드만 빼면 영상을 차주가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빌트인 캠 블랙박스는 SD카드가 아닌 EMMC 타입으로 내장되어 있는 칩 타입이기 때문에 따로 SD카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차량이 화재로 전소가 되었을 시엔 EMMC 칩도 같이 전소가 된다면 차주는 어떠한 영상기록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사용자의 편리성을 생각하면 당연히 SD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인데 왜 구식 타입인 EMMC를 고집한 것인지 의문이다.

4. 32G 고정 용량으로
확장이 불가능하다
마지막 치명적인 단점은 32G 고정 용량이기 때문에 저장공간 확장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SD 타입이었다면 용량이 다 차더라도 언제든지 소비자가 SD를 교체하여 새 영상 녹화를 진행할 수 있지만 32G라는 작은 용량때문에 며칠 전 영상은 이미 덮어져 확인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요즘 블랙박스엔 기본적으로 64G 이상의 메모리를 탑재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32G 고정용량을 사용한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70만 원을 주고 추가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치명적인 단점들을 감수하면서까지 꼭 순정형 블랙박스를 고집할 이유가 마땅히 없다.

결함을 숨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현대기아차는 빌트인 캠 기능을 소개하며 “새로운 순정형 블랙박스 장착으로 사용자가 편리함을 느낄 수 있으며 차량 구매 후 사제 블랙박스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사제 블랙박스와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기능과 스펙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녹음도 되지 않으며 SD카드도 뺄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일각에선 “결함을 숨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라는 지적까지 나오기도 했다.

얼마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었으면 이 정도로 여론이 차가운 것일까. 현대차는 빠르게 빌트인 캠의 기능을 빠르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2020년도에 출시된 블랙박스가 음성이 녹음되지 않으며, 화재로 차가 전소될 시 블랙박스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지금 상황이 이어진다면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빌트인 캠 대신 별도의 사제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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