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he Palisade’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북미 전략형으로 개발된 현대의 픽업트럭 싼타크루즈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외서 활발한 로드테스트를 진행 중인 싼타크루즈는 최근 모노코크 바디가 유출되기도 했으며, 견인능력을 테스트하는 사진도 포착이 되어 제대로 된 픽업트럭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싼타크루즈는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픽업트럭이지만 이차를 국내에도 출시해 주길 바라는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렉스턴 스포츠의 대안으로 탈 수 있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픽업트럭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실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싼타크루즈가 국내 시장에도 출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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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오랫동안 승용차 개발에 힘써왔던 현대차가 난데없이 픽업트럭을 만든다니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신형 투싼과 플랫폼을 공유하여 만들어진 이 픽업트럭은 오직 미국 시장을 위해 개발한 현지 전략형 모델이다.

현대가 픽업트럭을 만든 이유는 북미시장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함이다. 전 세계 픽업트럭 시장 규모 1위를 자랑하는 미국이기에 적어도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 생각이 있는 자동차 제조사라면 픽업트럭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내놓아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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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미 현대차 딜러들은 꾸준히 제조사에게 “픽업트럭을 만들어 달라”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마케팅 수단으로라도 픽업트럭이 꼭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미국 자동차 소비자들은 딜러숍에 방문하여 “왜 현대에는 픽업트럭이 없냐”라며 자주 질문했다는 후문이다.

이 정도로 픽업 시장이 미국에선 중요하기 때문에 만들어본 적이 없는 차량임에도 현대차는 싼타크루즈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몇십 년 전인 포니 픽업을 제외한다면 이렇다 할 픽업트럭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 따라서 관련 데이터가 있을 리 만무하다. 다른 제조사와 협력을 하여 개발한 것이 아닌 독자 개발로 만들어낸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싼타크루즈는 사실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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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북미시장에서 인기 많은 정통 픽업트럭들은 바디온 프레임 방식을 사용하지만 현대차는 신형 투싼 플랫폼을 사용하여 유니바디 픽업트럭을 만들어넀다. 이것이 현대차가 북미시장 소비자들에게 당장 픽업트럭을 선보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현대차는 정통 픽업트럭을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면 상품성이나 기본기로 승부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따라서 싼타크루즈를 통해 픽업트럭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다양한 편의 장비들을 갖춘 것을 장점으로 내세워 크로스오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정면승부는 어렵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노려보겠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살 수 있는
픽업트럭은 렉스턴 스포츠와
콜로라도 둘뿐이다
현대에서 싼타크루즈를 출시한다는 소식에 많은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이차를 국내에도 출시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현재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살펴보면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매월 픽업트럭 판매량 1위를 달성하고 있으며 작년에 출시한 미국산 정통 픽업트럭 콜로라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픽업트럭은 이 두 대가 전부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콜로라도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인기가 많으며 조금 더 정통 픽업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탄탄한 기본기와 활용성으로 무장한 콜로라도를 선택하는 형국이다.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싼타크루즈가 이 빈자리를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미국산 정통 픽업 콜로라도가 예상외로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자츰 규모를 키워나갈 전망이다. 현재 다른 미국산 수입차 브랜드들도 국내에 픽업트럭의 출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쉐보레 콜로라도와 동급인 레인저를, 지프는 랭글러의 픽업트럭 버전인 글래디에이터를 차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시장 규모가 커진다면 현대차 역시 싼타크루즈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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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싼타크루즈는 당분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없을 전망이다. 2018년 정부가 미국과 맺은 한미 FTA 규정 때문이다. 싼타크루즈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 아닌 전량을 미국 현지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하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FTA 협의 당시 정부는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자동차 업체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 관세 철폐 시한을 2041년까지 연장했다. 따라서 앞으로 20여 년간은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만약 국내에서 픽업을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려면 25%의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틈새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통 프레임 바디 픽업트럭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현대의 판단하에 싼타크루즈는 북미 픽업트럭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다. 현대로썬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꾸준히 픽업트럭을 요구했기에 이차를 만들 명분은 충분했지만 경험이 없는 현대차는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을 추가하여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북미시장에서 싼타크루즈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미 싼타크루즈와 비슷한 방법을 시도해본 혼다 릿지라인의 실패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혼다의 대형 SUV 파일럿을 잘라서 만들어 놓은 유니바디 픽업트럭 릿지라인은 정통 픽업들 대비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았으며 많은 보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차체 강성이 프레임 바디 픽업트럭들을 따라가진 못해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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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크루즈 역시 릿지라인과 같은 노선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미 정통 픽업들에 익숙해져 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유니바디 픽업트럭의 장점을 어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싼타크루즈는 라이벌 픽업트럭들 대비 크기도 작은 편이라 적재공간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싼타크루즈가 훌륭한 상품성을 갖추고 출시된다면 이것이 시장에서 먹혀들 가능성도 물론 있지만 현재로썬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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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보다 국내에서
더 어필할 수 있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싼타크루즈의 상품 구성만 놓고 본다면 이차는 북미시장보다 국내에 더 잘 어울리는 픽업트럭이다. 인기가 많은 렉스턴 스포츠보다도 조금 작은 크기를 자랑하기에 큰 차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으며 옵션이 더 뛰어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여기에 렉스턴 스포츠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된다면 현대차의 특성상 분명 렉스턴 스포츠를 제대로 견제하거나 그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기본가격이 3,800만 원이 넘으며 최고 사양은 4천만 원 대 중반까지 올라가는 콜로라도와는 다르게 2,4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렉스턴 스포츠의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싼타크루즈가 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갔을 때 승산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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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서 언급했던 한미 FTA 규정 때문에 싼타크루즈가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미에서 주력으로 생산하여 판매되는 차량인 만큼 이 차를 국내에서 팔기 위해선 역수입을 해야 하지만 현대차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부품 및 완성차를 역수입하기 위해선 노조와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I30 N 같은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대기아차를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한 선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역수입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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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수입이 어렵다면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을 하지 않고 내수 판매만 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수출 없이 오로지 내수용으로만 싼타크루즈를 생산하기 위해 국내 현대차 공장에 전용 라인을 추가하는 것은 수지 타산이 크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 4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싼타크루즈가 뛰어들어 이 수요의 절반을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노리고 국내생산을 감행한다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대차가 싼타크루즈를 국내에 출시할 가능성은 아쉽지만 매우 낮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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