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슈퍼카’라는 말이 있다. 언뜻 워딩만 본다면 슈퍼카를 뺨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서 온라인에서 인정받은 자동차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원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능이나 판매량을 보이는 그런 자동차들을 비꼬는 용어다.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인터넷에서 찬양하던 차가 막상 까보니 폭망했더라” 라는 말도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나름 신경을 써서 열심히 만든 차량이고, 또 여론의 반응도 꽤 괜찮았었는데 막상 판매를 시작하니 판매량은 저조했던 그런 자동차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역대급 반응이 이어졌지만 막상 판매를 시작하니 결과는 처참했던 자동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1. “껍데기만 바꾼 그랜저”
현대 아슬란
제조사가 나름 머리를 굴려서 내놓았는데 폭망한 자동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는 현대 아슬란이다. 그랜저 HG를 베이스로 만든 준대형 세단 아슬란은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분리하며 그랜저보다 상위 등급 플래그십 세단을 만들고 싶었기에 탄생한 자동차다.

사실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사이 등급이라는 자체부터 애매했기에 아슬란은 기획 단계 때부터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웠던 자동차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랜저를 베이스로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든 아슬란은 그랜저에서 다음차로 넘어가는 고급 수요층을 노린다며 야심 차게 데뷔했으나 처참한 실패를 기록하며 결국 단종이라는 쓸쓸한 결과를 맞이했다.

아슬란의 주요 패인은 그랜저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그랜저와 같은 차대를 유지했으나 스티어링 휠은 제네시스 G80에서 가져왔고 센터페시아 디자인 역시 G80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일과 유사하게 바꾸며 그랜저보다 한 급 위의 자동차라는 것을 어필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그랜저와 동일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던 게 문제였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는 그랜저와 완전하게 일치하여 한때 “껍데기만 바꾼 그랜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그렇게 아슬란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다 결국 2017년 별다른 후속 모델이 없이 단종되었다.

2. 유럽에선 인정받았지만
한국에서는… 현대 I40
아슬란과 비슷한 운명을 가진 현대차를 한대 더 꼽아보자면 I40를 빼놓을 수 없다. I40는 유럽 전략형으로 개발된 중형차로 쏘나타의 유럽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외관도 유럽 스타일로 디자인되었을뿐더러 실내에서도 유럽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조그 다이얼식 헤드램프 컨트롤러가 추가되는 등 현대차가 유럽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꽤나 신경을 많이 쓴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있었던 차량이다.

그래서 I40은 현대차가 만들었던 차량들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차로 칭송받기도 했지만 국내에선 그다지 높은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다. 쏘나타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I40을 살 돈으로 그랜저를 사게 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I40은 세단과 왜건 두 가지 형식이 존재했지만 세단은 쏘나타보다 비쌌기에 판매량이 적었고, 왜건은 원래부터 국내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세그먼트인지라 높은 판매량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I40를 구매한 실제 차주들은 실용성에 만족하여 한때 국산차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자동차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비록 국내시장에선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며 결국 단종을 맞이했지만 유럽시장에선 나름 인정을 받았으니 현대차 입장에선 애초에 I40의 국내 판매량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3. 기본기는 탄탄했으나
가성비에서 밀려버린
쉐보레 말리부
세 번째는 국산 중형 세단들에게 상품성으로 밀려 빛을 보지 못한 쉐보레 말리부다. 쉐보레는 항상 주행 기본기가 현대기아차 대비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음에도 국내에서의 판매량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훌륭한 기본기를 갖췄음에도 쉐보레 차량들이 국내 시장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에 부응하지 못했던 몇 가지 단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쉐보레 차량들은 동급의 현대기아차와 비교해 보면 평균적으로 가격이 조금 비싸거나, 같은 가격이라면 옵션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라이벌 모델들 대비 뒤떨어지는 내장 품질과 마감 수준도 단점으로 작용했다. 쉐보레는 미국차 특유의 심플하고 단조로운 실내 구성을 갖추고 있다. 좋게 이야기하면 심플한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다소 투박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산 중형 세단들과 비교해보면 동급 기준으론 가격이 조금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누릴 수 있는 옵션은 부족했으며 내장 품질 역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과는 조금 맞지 않았기에 쉐보레는 이 부분에서 항상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다.

4. “다 좋은데 가격이 문제”
쉐보레 이쿼녹스
네 번째 주인공은 쉐보레의 실패한 가격정책을 예로 들 때 항상 우선순위로 등장하는 이쿼녹스다. 2018년 국내에 선보인 이쿼녹스는 수입차 시장에선 혼다 CR-V, 토요타 RAV4 같은 준중형 SUV 들과 경쟁하는 차량인데 국내에선 시작 가격이 3천만 원에 육박했으며, 최고 사양 가격은 4천만 원에 달했다.

세그먼트는 투싼과 동급으로 봐야 하지만 투싼과는 가격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으며 싼타페보단 조금 작았기에 포지셔닝 자체도 애매했다. 크기만 비교한다면 르노삼성의 QM6와 비슷했는데 2,300만 원 대부터 시작하는 QM6와도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이쿼녹스의 사양 중 지적되었던 것은 기본 트림에 적용된 직물 시트다. 이 정도 급이 되는 SUV라면 보통 기본 사양에도 인조가죽 시트를 적용해 주지만 이쿼녹스엔 직물 시트가 적용되어 소비자들에겐 아쉬운 부분으로 작용했다.

가격과 세그먼트, 상품성 그 어느 측면을 보더라도 이쿼녹스는 국산차들과는 경쟁하기가 어려웠던 SUV였다. 결국 이쿼녹스는 도로에서 만나보기 힘든 차가 되었다.

5. 그랜저 잡겠다고 나왔지만…
쉐보레 임팔라
마지막 주인공도 안타깝지만 쉐보레에서 나왔다. 길이 5미터가 넘는 대형 세단 임팔라는 출시 초기에 그랜저와 K7을 잡겠다며 국산 준대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로 야심 차게 등장하여 주목받았다. 초기엔 많은 소비자들에게 임팔라의 매력이 어필되어 괜찮은 판매량을 보였지만 전량 북미에서 생산하여 수입을 해오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물량 수급에 차질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처음 판매를 시작한 임팔라는 3,000대 정도가 계약되었는데 인도까지 세 달 정도가 걸렸다는 후문이다. 차를 오래 기다려야 하니 결국 취소 후 그랜저를 구매한 차주들이 많았다.

차후엔 임팔라 자체가 그랜저의 후속 모델 IG가 나올 때까지도 별다른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판매량은 수직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2020년 1월에는 한국 쉐보레 홈페이지에서도 삭제되며 단종이라는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시장에서 도태되고 쓸쓸한 판매량을 기록한 차량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대부분 소비자들을 너무 만만하게 봤거나 현실에 안주하여 라이벌들 대비 상품성이 많이 뒤처진 경우다. 자동차 시장은 굉장히 급진적으로 변화를 맞이하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걸맞는 신차들을 출시해야 이런 불명예스러운 모델들이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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