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비슷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다. 패밀리룩 (Family look)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공유하여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시장 내 차별화를 위해 획일화를 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산업, 제품 디자인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패밀리룩의 대표주자는 애플이라고 볼 수 있다. 사과 로고를 앞세워 소비욕을 자극한다. 제품 정 중앙에 위치하는 사과 로고, 차가워 보이는 알루미늄 바디, 무채색, 심플한 디자인 모두 패밀리룩 디자인 요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스터디 카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수많은 랩탑들 중 우리는 별다른 노력 없이 애플 제품을 찾아낼 수 있다. 성공적인 패밀리룩 디자인의 좋은 예시이다.

이렇게 좋은 마케팅 수단이자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방법인 패밀리룩은 자동차 산업에도 오래전부터 적용되어왔다. 어쩌면 현대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는 자동차 디자인이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일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기아자동차가 호랑이 코 형태의 그릴이 적용된 1세대 K5가 출시되며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글 Joseph Park 수습 기자

패밀리룩이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전인 1930년대 초부터 BMW는 패밀리룩을 자사 차량에 적용해왔다. 1933년에 공개된 모델 ‘303’을 시작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BMW의 키드니 그릴은 ‘327’ 과 ‘328’ 의 스타일링이 유명해지며 현재까지도 BMW의 핵심 디자인 요소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BMW의 패밀리룩은 BMW만의 넘볼 수 없는 개성과 아이덴티티 구축에 거의 대부분의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독일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현재는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같은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패밀리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건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 일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또한 패밀리룩의 필요성을 느끼고 기존 삼각별로 만 묶이던 자사 차량 디자인에 S클래스를 필두로 한 새로운 디자인 큐를 전체 모델에 입히기 시작하였는데 S클래스를 쏙 빼닮은 C클래스가 출시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국내 여론은 괜찮았다.

문제는 E클래스에 적용되면서 본격적으로 불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든 바그너 손에서 태어난 유려한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기존 E클래스 만의 개성이 사라지며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표한 것이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마주하는 면적과 차체 크기에서 느껴지는 중압감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구별해낼 수 있겠지만 관심이 없다면 다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그차가 그차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였는지 메르세데스 벤츠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중심으로 선 긋기에 들어갔다. C클래스는 1줄, E클래스는 2줄, S클래스는 세 줄의 LED 라이트릉 통해 차별화를 둔다는 것인데, 국내외에서 디자인 관련 논란이 꾸준한 걸 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세그먼트 사이의 차별화는 완벽히 이뤄내지 못한 듯하다. 외신도이를 패밀리룩이 아닌 “트윈 룩”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트윈 룩” 논란은 아우디 디자인에서도 있었다. 점점 세그먼트 사이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BMW의 디자인은 다른 독일 브랜드 보다 나아 보인다. 유치한 선 긋기가 아닌 각 세그먼트가 추구해야 할 디자인 방향을 구별하며 패밀리룩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콤팩트 스포츠 세단인 3시리즈에서는 강렬한 전면부 캐릭터 라인을 통해 날렵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고, 최근 페이스리프트 된 5시리즈에서는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보다 깔끔한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그리고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그릴을 필두로 럭셔리 세단의 품위를 그려냈다. 하지만 세그먼트별 확고한 차별화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BMW도 일명 패밀리룩의 저주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볼 수 없다.

독일에서 만들어진 후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패밀리룩으로부터 현대자동차는 벗어나려고 한다. 애초에 워낙 자유분방한 디자인과 국내외 현대자동차 디자인 이원화 정책 때문에 “제대로 된 패밀리룩이 있긴 있었냐” 라는 여론이 있긴 하지만 단편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그릴 디자인을 위주으로 나름의 패밀리룩을 꾸려온 현대자동차다.

그리고 이제 현대자동차는 억지스러운 패밀리룩보다는 모델별 개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덧붙여 공통 디자인에 기반한 과거 패밀리룩은 각 세그먼트의 특성을 약화시킬 뿐이라며 단순히 크기 차이가 다인 결과물에서 벗어나겠다고 말하였다. 독일 중심의 패밀리룩이라는 트렌드를 이제는 ‘과거’의 것으로 여기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현대차는 자사 차량들을 체스 팀에 빗대었다. 이 체스 팀의 개념은 현대자동차의 SUV 라인업이 팰리세이드와 베뉴로 완성되며 처음으로 나온 말이다. 체스에서는 킹, 퀸, 비숍, 나이트의 생김새와 역할이 모두 다르지만 이러한 말들을 한곳에 모으면 하나의 팀이 된다고 현대자동차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각 모델의 또렷한 개성이 존재하지만 체스판 위에서 하나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체스 말처럼 하나의 디자인 랭귀지를 공유하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패밀리룩이 아닌 현대 룩 (Hyundai Look)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대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시도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일본차 브랜드에서도 볼 수 있다. 2020년 부터 2021년까지 도요타에서 출시된 최신 차량들을 살펴보면 마쯔다, 닛산과 분명히 다르다. 사다리꼴 형태의 기본 틀을 기준으로 각 세그먼트의 특성이 반영되어 각 모델마다 또렷한 차별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요타의 차량처럼 보인다. 이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아이덴티티 구축과 모델별 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고 한다.

패밀리룩이 옳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개인의 철학과 삶의 방향이 모두 다른 것처럼 자동차 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 없다. 디자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패밀리룩은 분명 필요하다. 디자인 자체가 그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쌓는 과정인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더더욱 그럴 것이다.

소비자들은 극단적으로 획일화되어가는 디자인에 지쳐가고 있다. 무분별한 패밀리룩의 적용은 지양해야 할 때다. 트렌드를 만들거나 발 빠르게 따라가야 하는 매스티지 브랜드일수록 더 영민하게 패밀리룩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자동차는 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한뒤 장점만 취해 스스로의 답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패밀리룩이 시작된 지 80년이 지났다. 본격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시점부터 생각해보아도 30년이 넘는다. 새로운 것이 필요할 때이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현대 룩’이라고 명칭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에 괜스레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에게 상당히 박하게 구는 국내 여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것을 깨고 새로운 걸 꾸준히 도전하는 현대자동차의 노력과 그 과정을 감정적이고 막연한 평가절하로만 대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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