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뉴스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위기’이다. 매스컴들은 쌍용 자동차의 위기를 하루가 멀다하고 이야기한다. 특히 최근에는 쌍용자동차의 유동부채가 5,898억 원을 초과하여 계속기업으로서 의문이 제기된다는 기사까지 보도되었다.

현재 쌍용자동차의 위기 요인으로는 많은 것들이 거론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내외 시장 상황이 악화되며 불가피하게 판매 차질이 발생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또한 기업회계 기준에 따른 유형자산 손상차손분까지 반영되며 순손실이 크게 늘었다.

쌍용차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

국내에선 쌍용차의 위기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여론이 강하다. 아무래도 SUV 모델을 앞세워 시대를 풍미했던 쌍용차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쌍용차가 존속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소형 SUV인 티볼리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선도하였으며 은근히 팬층이 두꺼운 픽업 차 시장에서도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는 입지가 두텁다.

Joseph Park 수습기자

SUV 전문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다시 쟁취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쌍용차의 문제 요인으로는 많은 부분이 작용한다. 디자인 또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쌍용차 실적에 대단한 기여를 한 티볼리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쌍용차는 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까지 연달아 출시했다.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은 나쁘지 않았다.

티볼리의 경우 여심을 자극하는 귀여운 디자인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마초스러운 디자인과 가성비를 앞세운 렉스턴 또한 이전 세대 모델 대비 많은 발전을 이루어내며 국내 다른 기업 SUV 모델에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쌍용차는 이러한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코란도를 출시하였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코란도의
병살타

1996년 출시된 쌍용의 1세대 코란도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몇 차례의 세대교체와 우여곡절을 거쳐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Korean Can Do’의 의미를 담고 있는 ‘코란도’라는 이름에 대한 쌍용차의 애착은 깊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끄는 이탈 디자인에 디자인을 의뢰했을 정도로 말이다.

당시 쌍용자동차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안은 3가지로 점쳐졌다. 첫 번째로 1세대 코란도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뉴트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 두 번째로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티볼리 디자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쌍용차의 패밀리룩을 적용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쌍용차는 마지막 선택지를 선택하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애초에 패밀리룩의 근간이 될 쌍용차만의 아이덴티티가 부족한 상황이었으며 획일화된 패밀리룩은 최신 트렌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각 모델마다 독특한 개성을 원했다. 사람들이 코란도에게 기대하던 것은 최신 트렌드 중 하나인 뉴트로 디자인이었다.

코란도는 출시 초기 첫 달 2,202대를 판매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판매량은 그 뒤로 꾸준히 감소하였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코란도는 큰 티볼리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티볼리 신화를 이어가려 투입하였던 코란도가 실패로 이어지자 쌍용차의 재정 문제는 더 악화되기 시작하였고 현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쌍용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랜드로버이다. 랜드로버 또한 재정 문제로 인해 인도 그룹에 인수합병 당한 회사다. 쌍용차가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합병당한 것처럼 말이다. 랜드로버는 타타그룹 인수합병 뒤 이보크를 선보였다. 쌍용차는 마힌드라 그룹 인수합병 뒤 티볼리를 출시했다. 하지만 현재 두 회사의 운명은 뚜렷하게 갈렸다.

타타의 랜드로버 인수 후
디자인 이야기

랜드로버의 디자인 혁신을 이끈 모델이 이보크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기존의 정체되어 있던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환기시켰으며 랜드로버의 재정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후 이보크에 적용된 디자인 랭귀지는 다른 모델에 전방위로 적용되며 현재의 랜드로버를 만들었다.

현재 랜드로버를 떠올리면 흙밭을 뒹구는 전형적인 유틸리티 차량의 이미지가 아닌 도심을 유유히 지나는 고급 SUV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도 이러한 혁신의 결과이다. 랜드로버 디자인을 이끄는 개리 맥거번(Gerry McGovern)은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는 매력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단어는 ‘설득력’이라는 것이다.

맥거번의 설득력 있는
디자인이란?

그가 말하는 “설득력 있는 디자인”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설득력은 곧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말한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이보크는 기존의 고착되어 있던 랜드로버 이미지를 바꾸어놓는데 성공하였다. 다른 모델에 적용시키니 더 반응이 좋았다.

사람들이 랜드로버 이미지 혁신에 대한 동의를 판매량으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최근 디자인한 랜드로버 디펜더는 다른 모델과 다르다. 이보크의 얼굴이 떠오르던 디자인 요소들이 모두 배제됐다.

눈치 빠른
랜드로버 디자인

그들이 디펜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선택한 방식은 뉴트로 디자인이다. 맥거번은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지만 그것에 얽매이려 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랜드로버의 역사와 함께한 디펜더 고유의 특징은 유지하되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다시 디자인 한 것이다.

그들은 이전의 랜드로버와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디자인을 똑같이 입히는 방법보다 67년 동안 만들어져온 디펜더의 유산을 가져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 이는 적중했다. 디펜더 출시와 동시에 반응이 뜨겁다. 만약 레인지로버나 벨라와 비슷한 형태로 디펜더가 디자인됐더라면 이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차별화도 실패했을 것이고 애매한 가격대와 위치 때문에 시장에서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의 최근 행보는 랜드로버와 비슷했다. 랜드로버의 이보크가 그랬던 것처럼 티볼리로 기존에 고착되어 있던 이미지를 쇄신했다. 이후 티볼리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가지 디자인 장치들은 렉스턴에서도 세그먼트의 특징을 살리도록 무난하게 어우러졌다.

하지만 코란도에도 적용시키기엔 사람들의 구형 코란도에 대한 향수가 너무나도 짙었고 이미 티볼리에서 실컷 봐온 새로운 디자인은 그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실패했다.

심지어 기존 코란도에 대한 재해석이 담겨있는 XAV 콘셉트까지 공개했었다. 물론 이 콘셉트 모델이 조형미가 넘치는 아름다운 모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큰 티볼리라 조롱당하는 현 코란도의 디자인보다는 나아 보인다. 쌍용차는 코란도를 레트로 디자인을 통해 출시했어야 했다.

최근 기사들을 보다 보면 쌍용차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여력이 남아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참 아쉽다. 새로운 모델 출시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컸던 최근 10년이었기에 쌍용차의 보수적인 판단을 이해는 한다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쌍용차가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곧 출시한다. 재정난에 휘청대는 쌍용차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보며 글을 마치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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