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남자들의 자동차 ‘이재준’님)

국내 도로에서 경차 한 대가 포착되었다. 앞모습을 보면 기아 모닝이 떠오르기도 하고, 옆모습을 보면 스마트 포투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자동차의 기본 가격은 5,500만 원 정도, 한때 7,000만 원 넘는 스페셜 에디션 모델도 있었다.

사진 속 자동차는 스마트 포투도, 기아 모닝도 아니다. 영국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이 만든 ‘시그넷’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는 애스턴마틴이 토요타와 함께 합작하여 만든 소형차 ‘시그넷’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2009년 토요타와 OEM 체결
‘iQ’ 베이스로 생산 계획
2009년 애스턴마틴은 토요타와 OEM 체결에 따라 ‘시그넷’ 양산을 계획했다.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전 당시 애스턴마틴은 토요타 iQ를 기반으로 콘셉트카를 제작 중이었다. V8 밴티지, DB9, DBS와 같은 고배기량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스포츠 쿠페 브랜드 이미지와는 상반되지만 애스턴마틴은 시그넷을 통해 자신들이 가진 디자인 기술과 섬세한 장인 정신,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표현하겠다고 밝혔었다.

애스턴마틴은 시그넷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시티 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사다리꼴 모양 프런트 그릴, 에어벤트 등으로 애스턴마틴임을 표현했고, 당시 외신들은 다임러 그룹 소속 ‘스마트’가 추구하는 콤팩트 프리미엄 카 시장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콘셉트카로 처음 등장
애스턴마틴 시그넷 콘셉트
예정대로 시그넷 콘셉트카가 2010 제네바 모터쇼 무대를 통해 공개되었다. 프런트 그릴은 여전히 애스턴마틴 특유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실내에는 고급스러운 가죽, 금빛이 감도는 금속 소재를 곁들여 토요타 iQ와 차이를 두었다.

시그넷 콘셉트카는 98마력을 내는 1.3리터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기본 장착, CVT 변속기를 옵션으로 장착한다. 파워트레인은 토요타 iQ와 동일하다. 연비는 25km/L, CO2 배출량은 110g/km다. 실내에는 앞서 언급한 고급 가죽, 금속 소재뿐 아니라 알칸타라, 알루미늄 등도 사양되었다. 차체 길이는 3미터가 조금 넘는다.

2011년 양산 확정
스페셜 에디션도 함께 공개
2011년에는 시그넷 양산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토요타 iQ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변함없었고, iQ와 동일한 98마력 1.3리터 엔진을 장착한다는 것도 변함없이 이어갔다. 실내 구조는 2+2인승, 2+1인승, 그리고 2인승 세 가지 구조로 제공되는 것으로 계획됐었다.

시그넷 출시를 기념하면서 애스턴마틴은 스페셜 에디션 모델도 함께 공개했다. ‘블랙 & 화이트 에디션’이라는 이름과 함께 공개된 시그넷은 화이트 페인트와 매직 블랙 메탈릭 두 가지 외관 컬러를 기본으로 적용받는다. 화이트 모델에는 은색 그릴, 화이트 다이아몬드 튠 합금 휠, 펄 화이트 가죽 인테리어, 알칸타라와 새틴 크롬 등을 구성으로 갖췄다.

깊은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초록빛이 감도는 블랙 페인트 모델은 매트 블랙 루버를 기본으로 다이아몬드 패턴 펄 블랙 가죽을 실내 소재로 사용했다. 시그넷 구매 고객에겐 시그넷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빌햄버그 비스포크 여행용 가방 세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시그넷 기본 모델 가격은 약 5,500만 원부터 시작됐고, 블랙 & 화이트 스페셜 에디션은 약 7,200만 원이었다.

14대 한정 스페셜 에디션
모터스포츠계의 전설
스털링 모스가 아내에게 선물
시그넷 공식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애스턴마틴은 14대 한정 제작 판매되는 ‘시그넷 & 꼴레뜨’를 선보이기도 했다. 라이트닝 실버 외관 컬러에 프런트 그릴, 보닛, 사이드 미러, 휠 등에 레이스카 스타일 꼴레뜨 블루 컬러를 적용했다.

초콜릿을 테마로 꾸며진 한정판 모델의 실내에는 푸른 가죽 쿠션과 더불어 선바이저에는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했다. 시그넷 & 꼴레뜨는 애스턴마틴 딜러가 아닌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꼴레뜨 상점에서 주문할 수 있었다. 가격은 약 6,900만 원이었다.

모터스포츠 전설 스털링 모스가 자신의 아내에게 선물한 자동차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름이 붙은 ‘SLR 스털링 모스’라는 자동차가 있었을 정도지만 그는 아내에게 애스턴마틴과 비밀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특별하게 꾸며진 시그넷을 생일 선물로 전달했다.

스털링 모스의 아내에게 전달된 시그넷 실내에는 실버 스티치가 들어간 옵시디언 블랙 가죽이 씌워졌고, 외관에는 레이싱 그린 컬러가 칠해졌다. 이 레이싱 그린 컬러는 1950년대에 스털링 모스가 몰았던 애스턴 마틴 DB3S, DBR1에 칠해졌던 것과 동일한 컬러다.

굿우드 페스티벌 무대에
시그넷 V8이 등장하기도
지난해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무대에서는 ‘시그넷 V8’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위 사진 속 시그넷에는 430마력을 발휘하는 V8 엔진이 들어가 있다. 애스턴마틴 엔지니어들은 3미터가 조금 넘는 시그넷에 V8 엔진을 넣기 위해 벌크업 작업을 진행했다.

전방 벌크헤드와 트랜스미션 터널을 개량했고, 밴티지 S에 쓰이던 고성능 파워트레인과 짧은 토크 튜브를 넣었다. 밴티지 S에서 가져온 4.7리터 V8 엔진을 탑재하여 430마력, 50kg.m 토크를 발휘한다. 또한 밴티지 서프 프레인과 서스펜션을 장착하면서 양옆으로 튀어나온 새로운 19인치 휠과 타이어를 감싸기 위해 카본 파이버 소재로 휠 아치를 확장시켰다.

엔진이 커진 덕에 시그넷 중량은 1,375kg으로 증가했다. 다만 엔진 출력이 4배 이상 증가하면서 출력 대 중량비는 313hp/톤으로 상승했다. 늘어난 출력 덕에 제로백 3.2초, 최고 속도는 274km/h를 기록한다. 98마력 엔진일 때보다 100km/h 빨라진 것이다.

시그넷 V8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는 아니다. 그렇다고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를 위해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진 차도 아니다. 애스턴마틴 맞춤 제작 전담 부서 ‘Q’에게 실제 차주가 제작 의뢰를 맡겨 탄생한 자동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