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에서 신차를 공개할 때마다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 ” n개월 출고 대기”이다. 신차효과에 힘입어 이러한 출고 대기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출시된 지 1-2년이 지난 모델들이 아직 높은 인기를 끌며 차량 계약 후 출고 대기를 몇 개월 동안 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볼보의 이러한 인기는 신뢰성 있는 소재와 안전기능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5년 전의 볼보와 현재 볼보의 시장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도 볼보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차라는 인식이 존재했지만 지루한 디자인, 개성 없는 디자인, 노인이 탈 것 같은 디자인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 볼보 디자인이 세련된 자동차 디자인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다. 오늘은 볼보가 5년 만에 이루어낸 디자인 혁신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Joseph Park 수습기자

가재처럼 튼튼한 차를
만들어보자

볼보의 창업자인 가브리엘 손과 라르손이 식당에서 바닥에 실수로 떨어트린 가재의 껍데기가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는 것을 보고 한말이다. 볼보의 탄생지인 스웨덴의 험난한 기후와 혹독한 환경 또한 볼보의 안전 및 신뢰성 추구라는 철학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개발 배경으로 태어난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며 디자인보다 안전성 및 신뢰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브랜드 안전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어가며 볼보 또한 디자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망치형태의 주간주행등
언제부터?

볼보는 디자인 분야에서도 수월하게 본인들의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011년에 괴랄한 디자인이 적용된 ‘Universe’ 콘셉트와 ‘You’ 콘셉트 모델이 공개되기도 하였지만 이내 방향을 새로 잡는다. 그로부터 2년 뒤 출시한 쿠페 콘셉트 모델을 중심으로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은 전 모델에 빠르게 적용되었다. 이 콘셉트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망치 형태를 띠고 있는 주간주행등이다.

토마스 잉겐라스(Thomas Ingenlath), 로빈 페이지(Robin Page), 맥시밀리안 미소니(Maximilian Missoni) 이 세 명의 디자이너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주간주행등의 디자인은 해외 권위 있는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헤드라이트 중앙을 가로지르는 안정적인 형태로 현재 볼보의 주요 패밀리룩 요소로서 조화와 균형을 강조하는 스웨덴의 디자인을 잘 표현하고 있다. XC60는 한국인인 이정현 볼보 자동차 그룹 외장 디자인팀 디자이너가 디자인하였는데 스웨디시 다이내믹을 잘 표현했다는 평과 함께 유명세를 타기도 하였다.

볼보의
코리아 마케팅

볼보가 한국 공략에 앞세운 단어는 스웨디시 럭셔리다. 이 단어를 앞세워 기존 독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럭셔리카와 장신정신을 강조하는 일본 브랜드와 차이를 두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볼보의 SUV 3인방 XC90, XC60, XC40 이 있었다.

SUV 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볼보 또한 SUV 마케팅에 힘썼으며 ‘XC RANGE’라고 불리는 SUV 라인업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되기 전인 2013년 대비 638%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기존에 볼보가 쌓아온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차라는 이미지에 디자인까지 세련되어지니 사람들은 이차를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사람 중심의 안전 철학이 제대로 녹아있는 볼보 모델답게 시티 세이프티, 충돌 회피 지원 기능,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등 볼보의 최신 안전기술이 대거 탑재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디자인 또한 망치 형태의 데이라이트를 또한 각 세그먼트에 맞게 변형되어 안정적인 디자인을 보여줌과 동시에 각 모델의 개성을 살려주고 있다.

볼보 SUV 맏형
XC90

단조로운 박스 형태가 주를 이루던 볼보는 이 모델을 기점으로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볼보차에서 볼 수 없었던 우아함이 느껴진다. 전면부는 수평형 디자인이 주를 이루며 안정적이고 듬직한 스탠스를 만들어냈다. 반면 후면부는 수직 형태의 테일램프가 적용되었다 볼보의 자신감이 느껴지는부문이다. 간결하고 꾸밈없지만 아름답다.

프로파일에서 느껴지는 역동감은 사이드 펜더에 근간을 두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이미지는 차체 측면을 연결하는 직선 캐릭터 라인을 통해 더 견고해지며, 반짝이는 크롬 가니시들로 XC90이 어떤 차인지 이야기한다. 이전 세대의 XC90과 전체적인 실루엣은 변함이 없다. 기존 SUV 디자인에서 벗어나지 않은 보수적인 디자인이었지만 이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모델은 볼보의 디자인 혁신이 녹아든 첫 번째 상용모델이자 SUV 라인의 맏형답게 대성공을 이루어냈다.

스웨디시 다이내믹
XC60

XC60은 한국인 이정현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보통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전공하는 것에 반에 이정현 디자이너는 공대를 졸업한 뒤 유학길에 올랐다. 이정현 디자이너는 볼보 자동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계승하면서 더 뉴 XC60만의 차별화된 메시지를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릴의 바로 옆면까지 확장된 T자형 헤드램프와 입체감이 강조된 그릴, 후드에서 시작되는 벨트라인과 날렵하게 디자인된 여러 캐릭터 라인 등을 통해 스포티하고 강인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본인을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XC60에는 한국적 미와 북유럽의 미가 복합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말하였다. 덜어내고 덜어냈을 때 만들어지는 순수함이 곧 궁극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며 이는 동양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와도 잘 부합된다고 밝혔다. 심플함이 강조되는 스웨디시 디자인과 한국의 여백의 미가 자연스럽게 교집합을 만든 것이다.

당돌한 막내
XC40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콤팩트 SUV 세그먼트에 볼보 또한 합류했다. 볼보가 처음 도전하는 세그먼트이다. 하지만 앞서 여러 모델에 적용한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 랭귀지를 능숙하게 녹여냈다. 전면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상당히 다부지다. 기존 모델들 대비 각진 아이언 그릴과 사선을 그리는 헤드라이트의 형태를 통해 덩치는 작지만 당돌한 소형 SUV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릴 안쪽은 형급인 XC60, XC90과는 다르게 검은색의 패턴 리브가 적용되어 차분하면서 단단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기존의 ‘T’ 자 형태 주간주행등이 ‘Y’자의 형태에 가까워졌다. 복잡한 기교 없이 간단한 변화를 통해 ‘XC40’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온전히 전달한다. 위로 치솟는 벨트라인과 투톤 루프가 적용되었다. 이를 통해 더 날렵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하며 가장 젊은 볼보의 SUV 임을 강조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깊숙이 파여진 도어 패널이다. 이 때문에 프로파일에서 차량이 조금 불안해 보인다.

리어뷰에서는 볼보의 시그니처인 세로 형태의 리어램프가 적용되었고 볼보 모델답게 볼륨감이 잘 느껴진다. 콤팩트 SUV 후발주자이지만 디자인으로는 기존 강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디자인으로 태어났다. 실제로 한국 출시 후 대기 기간이 3년에 육박한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화려한 데뷔를 했던 모델이다.


사람을 항상 먼저 생각하는 볼보의 철학은 확고하며 변함없다.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이제는 훌륭한 디자이너, 게다가 탄탄한 자금력까지 갖추었다.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기존 수입차 부문 강자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볼보를 즐기기 위해서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출시된 지 1-2년이 지난 모델인데도 말이다.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볼보는 이상하리만큼 보수적인 판매 목표를 고수한다. 이에 대해 볼보의 답변은 이렇다. “볼보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면 정비부문이나 여러 서비스 등에서 문재가 발생한다”며, ”기존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바람직 않다”고 말하였다. 무조건 적인 판매량 증가를 통한 회사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의 시장 점유율보다는 고객의 편의가 우선이라는 모범생 볼보 다운 대답이다. 최근에는 서비스 센터를 6곳까지 증설하며 총 30개의 서비스 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라 밝혔다. 이를 통해 서비스 품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며 고객 응대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고객이 볼보를 소유하는 과정을 재정비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볼보가 한국에서 이루어낼 조금은 느리지만 그만큼 단단한 성장을 기대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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