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1,000만 원 할인”, “아반떼 가격으로 수입 중형 세단을”, “평생 무상보증” 모두 소비자들이 현혹되기 좋은 달콤한 이야기들이다. 이는 지난해 일본차 불매운동이 불거지기 시작한 뒤 판매량이 급락한 일본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내세운 판매전략들이다.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할인에 판매량은 잠깐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닛산은 한국 시장 철수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닛산 측은 “2028년까지 AS를 지속할 것이며 책임 있는 모습으로 한국을 떠나겠다”라고 밝혔지만 최근 닛산 딜러사들은 한국닛산을 상대로 소송을 이어가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마찰이 계속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마음 역시 불안할 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역대급 할인에 좋다고 일본차를 구매한 차주들이 후회하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닛산 본사는
최악의 상황이다
일본 닛산 자동차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해외로 도피를 한 상태고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계속해서 수직 하락하고 있어 닛산의 앞날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위기를 느낀 닛산은 내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차원에 수익성이 적은 시장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본 본사 측은 지난 5월 28일 한국 시장 철수를 발표하며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16년간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해 왔던 닛산은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닛산 철수는 올해 초 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급작스러운 철수 소식에 닛산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적잖게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사실 한국닛산의 철수는 예견되어 있었던 일이다. 한국닛산은 닛산과 인피니티 두 브랜드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둘 다 원래부터 한국에서 그렇게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던 브랜드가 아니다.

그런데 작년 8월부터 불거진 일본차 불매운동 이후엔 판매량이 급속도로 추락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닛산은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할인정책을 펼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잠깐 판매량이 회복되나 싶었지만 올해 초부터는 다시금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에 “남은 재고만 모두 처리되고 나면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철수설이 들려올 때마다 한국닛산 측은 “철수는 없다”라며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은 닛산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누적 부채는
약 2,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결국 한국 닛산은 철수를 감행했고 2015년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부채만 약 2천억 원에 달했다. 닛산코리아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2019~2020년 회계 기준 부채가 총 1,867억 원이며 일본 닛산 본사로부터 1,350억 원을 차입했다고 밝혔다.

연도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6년 226억, 2017년 79억, 2018년 140억, 2019년 4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4년간 총 868억 원 규모이며, 닛산 코리아는 올해 연말까지 법인 청산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곧바로 수도권과 지방에 위치하는 닛산 인피니티 딜러사 5곳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딜러사들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소송을 제기했다
닛산 코리아에 소송을 제기한 일부 딜러사들은 거래 갱신 거절과 관련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일방적인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도 계약 해지 무효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닛산코리아 측이 딜러사에게도 사전에 한국 시장 철수를 예고하지 않았으며 급작스럽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진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여기에 한국닛산 측은 철수로 불안해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2028년까지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기존에 차량을 판매한 딜러가 아닌 수입차 정비 서비스센터 업체인 코오롱 모빌리티에 곧바로 위탁을 맡겼다. 앞으로 닛산 차주들은 딜러사를 통한 제대로 된 서비스가 아닌 사설 업체를 통한 간이 서비스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철수 없다고 해서 샀는데…”
당황한 닛산 차주들
이에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닛산 측이 시장을 철수하지만 AS를 2028년까지 책임감 있게 제공하겠다는 발표를 했었을 때만 해도 크게 걱정이 없다는 분위기였지만 곧바로 사설업체로 서비스를 위탁하는 한국닛산의 태도를 보고 난 뒤 소비자들 역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달랐다. 대부분 “예견되어 있던 철수인데 이제 와서 불안하다니”, “차를 산 소비자 잘못이다”, “그러게 누가 이 시국에 일본차를 사라고 했나”라며 오히려 소비자들을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법적 제도 내에서
최소한의 서비스만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닛산차를 구매한 차주들에겐 비관적인 소식이지만 안타깝게도 앞으로 닛산 서비스센터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전망이다. 2028년까지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발표는 언뜻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이는 법으로 강제되는 기한이 8년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자동차 관리법 제32조의 2항과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 제49조의 3항을 살펴보면, 자동차를 제작·조립·수입한 주체에게 자동차는 판매한 날부터 3년, 6만 km(원동기 및 동력전달장치) 및 2년, 4만 km(그 외의 장치) 이내인 자동차에 대해 무상수리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정비에 필요한 부품 역시 8년 이상을 공급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다. 자동차 관리법뿐만 아니라 소비자보호법 시행령 10조 3항에도 자동차 AS 용 순정부품은 단종 이후 최소 8년은 공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언뜻 소비자들을 위해 오랜 기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법적으로 품질을 보증해 줘야 하는 기간만을 채우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스바루, 미쯔비시와
큰 차이가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닛산보다 앞서 철수한 다른 일본차 브랜드의 전례를 살펴보면 닛산 역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차주들에게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2012년 철수를 선언한 스바루는 철수 당시 서비스센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공식 서비스센터는 모두 사라졌으며 현재는 사설 업체를 방문해야만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스바루에 이어 출시한 미쯔비시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 잠깐 진출했던 미쯔비시는 총 판매량이 200대 남짓이었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별다른 고지조차 없었다. 한국 닛산 역시 이들과 동일한 노선을 걷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철수를 선언함과 동시에 그들이 보이는 태도로 증명되고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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