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니밴 기아 카니발은 없어서 못 파는 효자 같은 존재다. 국내에선 카니발과 비슷한 가격으로 이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으며, 사업자 명의로 출고 시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패밀리카와 법인차로 매년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카니발 차주들 사이에선 항상 불만으로 지적되는 것이 있다. 비정상적인 9인승과 11인승 시트 배열이다. 카니발에 9인승과 11인승 시트를 집어넣은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대다수인데 제조사는 왜 이런 무리를 감행하면서 카니발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카니발 시트 배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11인승 카니발은 국내에만 존재
북미 수출형은 7,8인승
곧 신형 모델 데뷔가 얼마 남지 않은 카니발은 현재 3세대 YP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시장을 포함한 해외에도 카니발을 판매하고 있는데 수출형 모델과 내수형 모델의 가장 큰 차이는 시트 배열이다. 내수형 카니발은 7인승, 9인승, 11인승 3종류로 판매하고 있으며 북미 수출형은 7인승, 8인승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인도에는 한때 11인승 모델도 잠깐 판매했었지만 현재는 7인승, 9인승만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카니발급 미니밴은 동급 라이벌 수입차를 살펴봐도 대부분 7인승 또는 8인승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데 국내에 판매하는 카니발만이 9인승과 11인승이라는 특이한 시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많은 차주들은 “카니발에 9인승 이상을 적용한 것은 무리”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카니발 9인승과 11인승은 외형으로도 구분된다. 11인승은 법적으로 승용차가 아닌 승합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관 디자인으로 쉽게 구분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외관상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9인승은 전면부에 LED 포그램프가 적용되지만 11인승은 프로젝션 타입 포그램프가 적용된다. 그리고 리어 범퍼 디자인도 조금 다르다. 9인승 카니발이 조금 더 스포티한 스타일로 다듬어졌다.

기괴한 시트 구조는
2세대 카니발부터 시작되었다
국내에 판매하는 카니발은 왜 9인승,11인승 시트 구조를 가지게 된 걸까? 이는 2세대 카니발 VQ가 출시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까지는 7~9인승 차량들도 승합차로 분류했지만 2001년부터는 4년의 유예기간을 가진 뒤 11인승 이상만 승합차로 인정되도록 국내 자동차 법이 개정되었는데 이것이 큰 변수였다.

법 개정에 따라 2세대 카니발 9인승 모델은 더 이상 승합차가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승합차는 연간 자동차세가 65,000원이었고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로 이용 혜택을 누릴 수 있었기에 이러한 혜택이 없어진다는 건 기아차에게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아차는 카니발에 11인승 모델을 추가했고 이것이 4열 카니발의 시작이었다.

현행 카니발 역시
한국에선 4열 시트 구조로
판매되고 있다
2014년 출시된 현행 3세대 카니발 YP는 7인승, 9인승, 11인승 3종류로 판매가 되고 있다. 기존 2세대 카니발과는 11인승과 9인승 시트 배열이 조금 달라졌는데 1열에 존재하던 중앙의 간이 좌석이 사라지고 9인승 모델도 4열 좌석이 추가되어 2/2/2/3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11인승은 9인승 배열에 2,3열 간이 좌석을 추가하여 기본적으론 9인승과 11인승이 같은 시트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2세대 11인승 카니발에서 지적받던 3열 거주성은 전혀 해결이 되지 않은 것이다. 4열 시트는 사실상 사람이 편하게 타기 어려운 시트로 만들어져 있어 대부분 카니발 차주들은 4열 시트를 접어서 트렁크 공간으로 활용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9인승 모델 4열을 접고 짐을 싣게 되면 중앙 통로는 텅 비어있어 급정거 시 짐이 앞으로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2001년 개정된 자동차 법
때문에 11인승이 추가되었다
기아차는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승합차로 인정을 받기 위해 카니발에 4열 시트를 추가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11명 모두가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설계가 승용차 기반의 승합차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던 기아차지만 세제혜택을 위해 11인승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요즘 말로는 세낳괴, ‘세제 혜택이 낳은 괴물’ 이 되어버렸다.

2세대 카니발의 시트 구조는 9인승 모델까진 1세대처럼 3열로 마무리가 되었다. 요즘 카니발에서는 볼 수 없는 1열 중앙 간이 시트가 포함되어 있었고 2열과 3열에 각각 3명이 앉을 수 있게 구성되어 일반적으로 저 시절 9인승 카니발을 떠올리면 3열 시트로 구성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11인승 카니발은 차체 크기를 더 키웠음에도 무리하게 4열을 추가한 탓에 2열과 3열 거주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사진=뉴스웍스, 편집=오토포스트)

국내 시장성 반영 vs
법규 빠르게 개선해야
이러한 카니발의 기괴한 시트 구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국내 법규와 시장성을 반영하여 출시된 것이니 문제가 없다”라는 의견과 “현행법을 개정하여 안전하지 못한 차를 타는 현 상황을 더 이상 이어가선 안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여기엔 카니발에만 적용되는 특혜도 존재해 더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05년 자동차 법 개정 이후 9인승 카니발은 승용차로 구분되며 11인승은 승합차로 구분된다. 따라서 법대로라면 9인승 카니발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카니발 9인승은 예외 목록에 포함되어 버스전용차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른 미니밴들이 9인승 시트 배열을 가지고 출시가 되더라도 누릴 수 없는 특혜를 카니발 혼자만 누리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안전하고 쾌적한 미니밴을 누리고 싶다면 현행 카니발에서 선택할 수 있는 7인승 버전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버스전용차로 혜택을 누릴 순 없지만 카니발 같은 미니밴에는 4열 구조가 적합하지 않다는 게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에 판매하는 카니발과 동급 라이벌 미니밴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혼다 오딧세이나 토요타 시에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는 모두 7인승 또는 8인승 시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카니발마저도 북미 수출형 모델은 라이벌 미니밴들과 같은 시트 구성을 가지고 있다. 11인승 카니발은 한국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사양이다.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왔던 카니발 4열의 형평성 논란은 곧 출시하는 신형 모델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신형 카니발도 기존 모델보다 차체 크기를 조금 더 키웠지만 여전히 4열은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형식적인 시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사실상 6명이 타고 다닐 9인승 카니발이라면 7인승 팰리세이드 같은 대형 SUV에 6명이 타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실제로 팰리세이드 트렁크를 열고 2열과 3열 시트를 폴딩 해 보면 3열 시트 뒤에 남는 여유 트렁크 공간이 존재한다.

여기에 폴딩형 시트를 무리해서 추가한다면 카니발처럼 9인승 또는 11인승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카니발 같은 특이한 시트 구조를 다른 차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안전하고 쾌적한 카니발을 누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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