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다산 신도시 택배 갑질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아파트 입주민들은 택배 배송차량들의 단지 내 진입을 불허했었고 이에 배송기사들은 아파트 입구에 택배 물품들을 모두 모아놓는 방법으로 대처해 많은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이어갔던 사건이다.

약 2년이 지난 최근 다산 택배 사건과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엔 인천이다. 송도 국제도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들의 진입을 거부하자 배송기사들은 이번에도 물품들을 모두 아파트 입구에 두고 가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택배 갑질 논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택배를 일일이 카트로
끌어서 배달해 달라”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요청
벌써 2년 전 사건이다. 남양주 다산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택배 갑질 논란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해당 사건은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금지하고 택배 노동자들에게 현관 앞까지 택배를 일일이 카트로 끌어서 배달해달라고 요구한 ‘갑질’에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배송기사들은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에 일일이 걸어서 짐을 배송하기는 어렵다고 호소를 했지만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택배 배송 기사들이 아파트 입구에 배송물품을 내린 뒤 입주자들에게 직접 찾아가라고 해버려 논란이 되었다.

(사진=한겨레 뉴스)

당시 대부분 네티즌들은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이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택배차량 통제 협조 안내문이 아파트의 벽보에 붙었고 해당 안내문의 내용에는 택배사가 물건을 정문으로 찾으러 오라 할 시 집 앞까지 배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매뉴얼이 적혀있었다.

아파트 출입을 불허한 것은 주민들이었으니 택배 배송기사들이 배송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는 분위기였으며 결국 해당 사건은 흐지부지하게 마무리가 되었는데 최근 인천 송도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인천 송도 국제신도시에서
발생한 택배 갑질 사건
이번 사건은 인천 연수구 송도 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이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아파트 정문 앞에 수백 개의 택배 상자가 어지럽게 놓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전날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하고 지하 진입만을 허용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는 지상에서 수레를 활용해 택배 물품을 옮기거나, 지하 주차장에 비치된 무인 택배함을 활용하는 방안을 배송 기사들에게 제시했다. 그러나 2년 전 다산 택배 사건 때처럼 배송 기사들은 수레를 이용하는 방법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돼 실질적인 배송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했으며,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 높이가 2.3m인데, 택배 탑차 높이는 2.5m라서 지하주차장 진입이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불만도 추가적으로 제기되었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택배 기사들은 차량 지상 진입이 불가능하니 세대별 문전 배송을 포기하고 정문 한쪽에 택배 물품을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택배 기사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불편해하는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면서도, “그러나 기사들이 정문에서부터 택배 물품들을 집마다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이에 주민들은 당연히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안전 문제 때문에 차량 진입을 못 하게 한 건데 아무렇게나 쌓인 택배들 때문에 아이들이 더 위험할 거 같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었고, “음식물 택배인데 상온에 놓여서 상할 수도 있겠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거기에 택배 더미 속에서 본인 물건을 찾아야 하니 이것 역시 너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사진=드림위즈)

지상공원형 신축 아파트들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아파트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었다. 바로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하며 지어진 지상공원형 신축 아파트들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런 방식으로 지어지는 아파트들이 꽤 많은데 택배차가 지상에 돌아다니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택배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다른 문제도 존재했는데 지하주차장 진입 높이가 탑차 높이인 2.5m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마련됐지만, 이미 건축됐거나 사업 계획 승인을 받은 아파트의 경우엔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일이 되게 꼬인 것이다. 아파트 주민 입장에선 택배를 제대로 받을 수 없으니 화가 나고, 배송기사 입장에선 배송에 제약이 생기니 화가 나고. 그런데 해당 사건을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아파트 주민들보단 배송기사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아파트 출입 단지 내 출입이 원활하지 못한 건 아파트의 잘못인데 피해를 택배기사들이 고스란히 담당해야 한다”라는 게 그 이유였다.

택배 갑질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본인들이 못 들어오게 막아놓고 뭐라는 건지”, “저런 아파트는 주문할 때부터 배송 불가 지역으로 하면 금방 해결된다”, “이기적인 입주민들이다”, “어느 아파트던 차로 인한 위험은 존재하고 그게 택배차량의 문제가 아닌데 애꿎은 배송기사들만 고생시키려고 한다”, “아파트 관리비를 더 걷어서 자체 배송 시스템을 만들어라”라며 입주민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었다.

(사진=KBS 뉴스)

결국 주민들은 아파트 입구에서
택배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해당 아파트들은 대부분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사진과 같이 입주민들이 직접 아파트 입구에서 택배를 찾아가는 그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입주민들은 “지상에 차가 다닐 수 없으며, 다닌다면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으나, 애초에 지상에 차가 다니지 못하는 구조의 아파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방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에 지은 공원형 아파트들도 이삿짐을 나를 때는 아파트 내에 있는 도로로 화물차들이 지나가게 만들어 놓았다.

(사진=SBS 뉴스)

그런데 예외로 택배 배송차량만 지나가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네티즌들은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 택배기사들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택배차가 쌩쌩 달려서 아이들이 위험하잖아요”라고 이야기하는 네티즌도 있었으나 그렇다면 아파트 도로 내에 방지턱을 추가해 놓는다든지 하는 그런 방안을 찾아야지, 무작정 택배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그런 방식을 택하는게 옳은 방법이라고 보긴 어렵다. 계속해서 같은 주장이 반복된다면 앞으로도 아파트 입구에서 택배를 직접 찾아가야 할 전망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상호 간에 사소한 배려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지상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걱정된다면 단지 내를 돌아다니는 배송 기사에게 단지 내에서는 서행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든지, 아니면 방지턱을 더 만들어 놓는 방법들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은 일방적으로 “단지 내에 들어오지 마라”는 대책을 내놓았으니 배송기사의 입장에선 “그러면 우리도 배송 못한다” 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서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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