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4월 프로모션 최대 1,000만 원
수입차 4월 구매 혜택 최대 1,800만 원

솔깃한 문구다. 그토록 원하던 수입차를 1,800만 원, 무려 소형차 가격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니 말이다. 이러한 문구는 수입차 브랜드의 보도자료, 매체들의 기사 타이틀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월 말이나 월초, 프로모션 정보가 뜨는 시점에 보도되는 기사들의 단골 타이틀이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 기사에선 최대 1,800만 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언론의 오보인 것일까?
일반 소비자들은 알게 모르게 브랜드와 언론의 말장난에 넘어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들은 타이틀에 ‘최대’라는 명사를 붙여놨기 때문이다. 즉, 조건에 따라 1,800만 원의 최대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받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치인의 유행어가 생각나는 것은 기분 탓일 거다.

‘이윤 추구’가 기본 목표인 기업 입장에선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왠지 속은 기분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자동차 비하인드 뉴스에선 수입차 프로모션의 이면, 그리고 그들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게임 사이트에 가끔 이런 배너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보험료 계산만 해도 게임 머니 1만 원을 드립니다”라고 쓰여있는 광고 문구들 말이다. 막상 들어가 보면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직접 가입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 프로모션도 마찬가지다. 막상 찾아가 보면 머리가 아플 정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최대’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건을 많이 충족할수록 할인 혜택은 늘어난다.

이러한 할인 혜택은 기본적으로 브랜드마다, 모델마다, 출시 시기마다 제각각이다.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기자가 작년 여름에 구입한 ‘BMW 320d’는 1,100만 원 정도의 할인과 함께 구매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구매한 ‘기아 스팅어’는 100만 원 정도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고, 올해 3월에 구입한 신형 ‘토요타 캠리’는 20만 원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딜러 서비스의 질과 양은 세 차량 모두 비슷했다. 어떤 것은 차량 가격에서 할인 금액이 빠졌고, 어떤 것은 캐시백으로 돌려받는 형태였다.

이렇듯 브랜드마다, 모델마다, 출시 시기마다 프로모션은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제시하는 프로모션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브랜드의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조건은 브랜드의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 혹은 딜러사에서 제공하는 자체 파이낸셜(금융)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이자율 혜택과 더불어 차량 가격을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파이낸셜 서비스는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한 할인 금액보다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사의 할인 또는 캐시백 프로그램이 더 이득일 경우가 많고, 오히려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손해일 때도 있다. 이는 브랜드마다, 차량마다, 시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잘 계산해보는 것이 최선이다. 불행히도 딜러들은 이러한 정보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둘째, 현금 일시불, 할부, 리스 등
구매 유형에 따라 다르다

다음으로 대표적인 것이 구매 유형에 따라 다른 것이다. 현금 일시불, 할부, 리스 등 구매 유형에 따라 할인율이나 이자율이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 역시 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리스 > 할부 > 일시불 순으로 할인율이나 이자율이 높다. 작년에 320d를 구입할 때 BMW의 할인율은 리스 > 할부 > 일시불 순으로 높았다. 이 역시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할인율은 할부가 더 높지만 막상 계산해보면 일시불 구매가 더 저렴한(혹은 손해가 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째, 재구매 고객에게만 주어지는 경우

지금부터는 극소수 고객들에게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재구매 고객’에게만 혜택을 주는 경우다. 메르세데스 E-클래스를 구매했던 고객이 S-클래스를 구매하면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제네시스를 구매했던 고객이 S-클래스를 구매할 경우에는 할인 혜택이 없는 것이다.
넷째, 트레이드인(중고차 반납) 조건 충족 고객

트레이드인 조건을 충족해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 메르세데스 ‘E200’ 프로모션 내용에도 있던 것이다. 4월 기준 E200의 경우, 트레이드인으로 500만 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단,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중고차의 경우 메르세데스 차량 또는 에쿠스 급이 여야 하고, 차량 연수는 6년 또는 12만 km 이하여야 했다.
다섯째, MOU 체결을 맺은 대기업 종사자만

회사의 영향을 받을 때도 있다. 이 역시 최근 E200 할인 조건에 포함되었던 내용이다. 메르세데스 파이낸셜과 MOU 체결을 맺은 대기업 종사자도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기업이 차량 가격의 2%, 즉, 약 124만 원 가량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달 간 판매 실적에 따라 삼성, LG, 대한항공 등의 직원들은 차량 가격의 3%(약 187만 원)를 할인받을 수 있었다.

최근 E200 프로모션 사례와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할인 금액만 제시할 뿐 그에 따른 조건 언급은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5월에 E200이 단종된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언론에서 말하는 ‘최대’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마치 입사시험처럼 수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메르세데스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최대 할인 혜택과 함께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수입차의 파격적인 프로모션, 한편으론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론 찝찝하다. 할인 후의 가격이 원래 차량의 가격은 아닌지, 아니면 정말 기분 좋은 할인인 것인지 말이다. 또, 국산차를 살 때도 영향이 있다. 수입차는 이만큼이나 할인을 해주는데 국산차는 할인이 거의 없다. 그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월, 관련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이를 인용하여 다시 전달해드린다.


위 자료는 차량 판매가와 수입원가, 수입사 마진, 딜러 마진, 그리고 세금을 나타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마진과 세금이 가장 많은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E300인 것으로 나타났고, 가장 적은 차량은 토요타 캠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BMW 520d의 경우, 수입사와 딜러 마진을 모두 더하면 1,154만 원 가량이다. 할인 금액이 1,100만 원이더라도 54만 원이 남는 셈이다.
할인 금액이 많다고 해서 남는 이윤도 많은 것은 아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는 회사는 메르세데스-벤츠다. 메르세데스는 차량 평균 가격도 5,491만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대 당 이윤 역시 171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대 당 마진은 89만 원, BMW 코리아는 65만 원이며, 일본 브랜드는 평균 마진 93만 원, 미국 브랜드는 95만 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수입 원가에 대해, 그리고 수입차 판매로 남는 이윤에 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소형차 가격 수준의 할인, 국산차는 불가능하고, 수입차는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복잡한 가격 결정 구조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가격 결정 구조다. 국내 브랜드는 모든 지점이 동일한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한다. 가격 결정 구조가 단일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차의 가격 결정 및 배분 구조는 복잡하다. 자료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수입차 판매 가격의 60%가량이 원가다. 나머지는 업체와 딜러사의 이윤, 물류비, 마케팅 비용, 세금 등의 비용이다.

세금은 관세, 개소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붙는다. 원가 대비 약 24%가량이 세금으로 나간다. 수입차는 딜러사도 여러 군데로 나뉜다. 이에 따라 지역별 딜러 회사들이 제각각의 할인율을 적용하게 된다.

둘째, 개소세 환급 거부 논란

전문가들은 개소세 환급 거부 논란도 복잡한 가격 결정 구조를 형성하는 것에 일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소세 환급이 반영되었는지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또한, 개소세 인하분을 공개할 경우 수입원가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차 브랜드들이 이를 꺼려 하는 것이다.

더불어 비공식 할인을 계속해오고 있기 때문에 할인 금액이 개소세 인하분인지, 다른 부문의 할인인지도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결론 1 : 정부의 역할
투명한 가격 결정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투명한 가격 결정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일부 딜러들이 차량을 싸게 판매하는 대신 차량 정비 등에서 고수익을 얻고 있다”라며, “보다 투명한 가격 결정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수입차 가격 정책은 한 해 4000~5000대 판매되던 시절의 관행”이라며, “내수 점유율 15%를 넘은 수입차 시장이 좀 더 투명해져야 한다”라고 낡은 가격 정책 제도를 비판했다.

결론 2 : 언론의 역할
사실과 근거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정부의 역할만큼, 혹은 정부의 역할보다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업계의 소식을 접한다. 요즘은 단독 보도 전성시대다. 때문에 명확한 팩트체크도 없이 퍼다 나르는 식의 보도가 판을 친다.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대 1,800만 원 할인”, 명백히 잘못된 말은 아니다 ‘최대’라는 명사가 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 방식이 완벽하게 옳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론은 할인 금액과 더불어 할인 조건 등을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정확한 팩트체크 역시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3월과 4월, E200의 경우 할인 관련 보도만 나갔을 뿐 실질적으로 재고 물량이 없어 구매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아 소비자와 딜러 사이에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당장 5월에 E200이 단종된다는 사실도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았다.

여담과 함께 글을 마친다. 포르쉐,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가 파 한대를 팔면 남는 이윤은 얼마일까?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는 “포르쉐는 ‘911’ 한 대를 팔면 쉐보레 크루즈 한 대를 구입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포르쉐가 차 한 대를 팔면 1만 7,25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900만 원의 이윤이 남는다.

작년 대비 9% 증가한 포르쉐의 이윤율은 독일의 다른 고급차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차량 한 대를 판매해 남기는 이윤은 5,000달러(약 560만 원) 정도다. 판매대수는 메르세데스와 BMW가 포르쉐를 압도하지만 이윤은 3배 이상 적다. 포르쉐의 고수익 비법은 고가 옵션에 있다. “포르쉐에서 제일 싼 것은 차량 자체의 가격”이라는 농담도 나올 만큼 포르쉐의 옵션 가격은 그리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예컨대, 전체에서 40%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크로스오버 모델 ‘마칸’의 경우 차량 기본 가격은 4만 7500달러(약 5300만 원)인데, 21인치 휠을 추가하면 약 600만 원, ‘에스프레소’ 가죽 시트를 추가하면 약 550만 원, 커스텀 보디 컬러를 선택하면 약 730만 원이 추가된다.
페라리는 어떨까. 페라리의 경우 차량 한 대를 팔아 남기는 이윤은 9만 달러, 약 1억 원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페라리가 판매한 차량 대수는 약 800여 대, 포르쉐는 올 2월에만 판매한 차량이 그 두 배에 달한다.

페라리는 차량뿐만 아니라 의류, 스케일 모델, 열쇠고리, 카본 파이버 체스 세트 등 고가의 액세서리 판매와 페라리 월드 등을 통해 30%의 매출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국산차의 마진은 어느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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