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를 타면 성공한 사람”, “E클래스나 5시리즈를 사면 카푸어” 실제로 세 브랜드의 자동차를 구매하게 되면 의외로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될 이야기들이다. 당장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는 제네시스 G80과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세대를 비교해 보자면 셋 중 브랜드 파워는 벤츠가 가장 우세하지만 현실적으론 G80을 타는 사람들을 더 부유층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가격대를 가지고 있으며 국산차와 수입차라는 갭이 존재함에도 왜 이런 말들이 나오게 된 것일까? 일각에선 “카푸어들이 E클래스나 5시리즈를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는 주장을 했는데 이는 현실성 있는 주장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제네시스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E클래스, 5시리즈는 카푸어
제네시스는 성공의 상징?
전 세계 어디에서도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타면서 카푸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하는 벤츠와 BMW는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제네시스와 비교당하며 여러 부분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벤츠는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BMW는 그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굳건한 제조사들임에도 그들은 매번 제네시스와 비교된다.

유독 한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프리미엄이 높게 통하고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의 태생이 현대차 였으며 과거 현대 에쿠스 같은 고급차를 즐겨타던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제네시스로 옮겨가게 되었기에 한국에선 충분히 고급차로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금은 플래그십 세단 아래에 E세그먼트 G80이 생기며 진입 장벽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그랜저 이상의 고급 세단을 타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은 제네시스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선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벤츠와 BMW는 오히려 역풍을 맞은 셈이다. 벤츠는 그나마 낫지만 BMW는 조금 더 심각한 수준이다.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나 뉴스 기사들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BMW는 카푸어의 상징이다”, “원룸 이미지의 대명사”, “요즘은 젊은 층도 무리해서 BMW를 많이들 사더라”라며 BMW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벤츠 역시 정도가 달랐을 뿐이지 분위기는 비슷하다. 특히 옵션 부분에서 지적을 많이 당하는데 “옵션 다 빠진 E클래스 깡통은 카푸어들이나 타는 차다”, “꼭 돈 없으면서 겉멋만 들어서 E250을 산다”, “그 돈이면 제네시스 사는 게 훨씬 낫다”라는 이야기는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사진=모터원)

과거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카푸어가 늘어났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수입차 브랜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달콤한 프로모션을 실시하기도 하며 시기가 잘 맞는다면 천만 원 이상을 할인받을 수도 있다. 또한 금융상품 체계도 잘 잡혀 있어 소득이 조금 부족하거나 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할부 또는 리스 상품을 이용해 얼마든지 차를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면서도 선납금조차 없이 수입차를 전액할부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꽤 많이 생겨났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카푸어’라고 지칭한다.

G80을 살 수 있는 사람은
E클래스, 5시리즈도 살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대체 왜 ‘벤츠’나’ BMW’를 타면 카푸어라는 말이 생긴 걸까? 단순히 수입차 진입 장벽이 낮아져 많은 사람들이 구매했기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제네시스를 타는 사람들에겐 카푸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네시스는 오히려 한국에서 ‘성공의 아이콘’으로 통하기도 한다.

제네시스에서 현재 가장 잘 팔리고 있는 대표적인 차량인 G80과 동급이라고 할 수 있는 E클래스 가격을 비교해 보면 실구매 가격대가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604만 원짜리 E450이 아닌 E300으로 한정 짓는다면 가격 격차는 더욱 좁아진다. 제네시스 G80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소비자라면 무리 없이 E클래스나 5시리즈로 넘어갈 수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무리해서’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과시욕이
강한 경향이 짙다
비슷한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세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는 프리미엄으로 통하지만 E클래스와 5시리즈는 카푸어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이유는 카푸어들의 소비패턴과 심리 속에 답이 숨어있다. 차를 전액 할부로 구매하거나 무리해서 구매하려는 그들은 기본적으로 남들에게 자동차를 과시하고 싶은 심리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가진 재력과 수입 수준으로는 수입차를 타는 것이 버겁다는 걸 본인 스스로 매우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들에겐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더욱 중요하기에 수입차 계약서에 사인을 진행하게 된다. 그들이 비슷한 가격대이지만 제네시스가 아닌 벤츠와 BMW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이유는 정말 단순하다. ‘수입차’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충분히 성공의 상징으로 통할 수 있다. 특히 사업이나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보여지는 이미지를 위해 벤츠를 선호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사회 상류층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벤츠이기 때문에 벤츠를 탈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마저 벤츠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BMW 역시 마찬가지다. 벤츠보다는 브랜드 파워가 세지 않지만 벤츠보단 조금 더 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에 젊은 층들은 벤츠보다 BMW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20대나 30대 초반 고객들은 BMW를 선호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제네시스 주된 수요층은
4~50대로 형성되어 있다
두 브랜드가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는 제네시스가 가진 성공의 이미지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제네시스는 아직 대한민국 주 수요층이 4~50대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제네시스는 결국 ‘국산차’이기에 수입차에 근접하는 수준의 멋이 나지 않는다는 게 카푸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를 반대로 돌려서 생각해 보자면 제네시스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4~50대 소비자들이 주가 된다는 것이다. 주로 제네시스를 타고 다니는 소비층들이 여기에 머물러 있으니 자연스레 “부자들이 타는 차”, “성공의 상징”으로 통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기업의 법인차로 자주 활용되는 것이 이런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520i, 520d가 판매량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카푸어’들의 흔적은 E클래스와 5시리즈 판매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애초에 수입차를 구매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들이기에 보통 E클래스의 가장 하위 트림인 E250이나 BMW 520i를 구매한다. 그나마 신차로 살 수 있다면 다행이고 중고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카푸어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젊은 카푸어들이 더 선호한다는 BMW 5시리즈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을 살펴보면 엔트리 모델인 520i가 전체 판매량의 33%로 1위를 차지했다. 520d 역시 14%를 차지해 두 모델 판매량을 합치면 절반 수준에 가까워진다.

염가형 E클래스인
E250도 27% 비율을 차지했다
벤츠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옵션이 풍부한 E300 4MATIC이 38%를 차지했지만 바로 아래 27%를 차지한 건 E250이었으며 E300이 그 뒤를 이었다. E250은 E클래스의 염가형 버전으로 출시가 된 차량이기 때문에 엔진 출력도 낮으며 옵션들도 많이 빠져서 출고가 된다. 멀티빔 헤드램프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뷰 카메라, 반자율 주행 시스템, 통풍시트 같은 사양들은 당연히 제외된다. 그래서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E250을 구매하는 모든 소비자가 카푸어는 아니겠지만 국산 준중형 차보다도 못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 E클래스이기 때문에 사실 벤츠 엠블럼 외에는 상품 가치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재력이 충분하고 E클래스를 구매할만한 능력이 되는 소비자들은 염가형 E클래스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정말 수입차를 탈 능력이 되어 구매한 소비자들은 E클래스 중에서도 옵션이 강화된 E300 아방가르드나 익스클루시브, 6기통 E450을 선택한다. BMW라면 530i 가솔린 또는 더 화끈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540i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력이 되어 상위 등급을 구매한 차주들은 대부분 주변의 의견에 흔들리기보단 본인의 의사에 따라 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 시선이나 반응은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반떼 이상은 사치다”
카푸어를 비꼬는 네티즌들
카푸어 논란이 강해지자 일각에선 “대한민국은 아반떼로 충분한데 그 이상은 사실 다 사치이며 허세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금 과장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는 카푸어들을 저격한 의견으로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혼자 타고 다닌다면 아반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4인 이상 가족이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엔 부족할 수도 있다.

아반떼나 쏘나타 정도를 구매해야 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무리를 해서 수입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비꼬아 “능력에 맞는 차를 타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차를 구매하는 건 자유지만 요즘은 E클래스나 5시리즈론 그들이 원하는 하차감을 느끼긴 어렵다는 것을 명심하자.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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