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쏘렌토는 올해 가장 많은 논란에 휩싸인 신차다. 출시 직후 많은 결함들이 속속 터져 나온 것이 이유였다. 그랜저는 엔진오일 감소, 도장 불량, 조립 불량, 단차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친환경차 인증 실패와 더불어 출시 4개월 만에 4번의 무상수리를 거치며 곤욕을 치렀다.

이상한 점은 이러한 와중에도 두 차량이 국내 자동차 판매량 1, 2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함에 대한 호소글과 관련 기사를 봐도 이상하다. “내 차는 안 그러던데”, “뽑기 잘못하셨네요” 같은 댓글이 많다. 결함으로 고통받고 있는 차주를 두 번 죽이는 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국산차 결함 논란과 소비자들의 태도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원섭 에디터

그랜저와 쏘렌토
각종 결함의 중심

그랜저는 작년 11월 출시 이후 많은 결함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엔진오일 감소 현상이 가장 대표적이다. 도장 불량과 조립 불량, 소음, 단차, 헤드램프 박리 현상 등의 문제도 계속해서 발견되는 상황이다. 이런 결함은 동호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극소수가 겪는 특수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출시된 쏘렌토도 각종 결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출시 한 달 만에 변속기 전자제어 장치와 엔진 냉각수 혼합 비율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두 번의 무상수리를 겪었다. 지난 5월에는 전기 장치 결함이 무려 5건이나 발견되며 또다시 무상수리를 실시했고 지난 7월에도 무상수리가 진행됐다. 최근에는 ISG에서도 결함이 나타나며 또 한 번 논란이 되었다.

결함이 잇따르는데도
자동차 시장 판매량 TOP2

결함이 계속해서 발견되는 중에도 그랜저와 쏘렌토는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량 1,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랜저는 작년 12월부터 한 달에 1만 대 정도가 판매되며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6월에만 15,688대가 팔렸다. 쏘렌토도 지난 4월부터 한 달에 9,000대 정도가 판매되며 판매량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11,596대가 판매되기도 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분개하고 있다. “도대체 결함이 있는 차를 왜 자꾸 사주는 거냐”라는 것인데 판매량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말 많은 결함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며 알려지지 않은 결함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결함이 있는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수록 결함 피해자도 늘어날 테니 걱정하는 소비자들도 여럿 있다.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3년 동안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계속된 품질 및 결함 논란, 내수 차별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매년 1%씩 점유율을 상승시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마땅한 적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을 견제할 만한 제조사가 없으니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국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계속해서 상승시키는 중이다. 작년 현대차그룹의 국산차 시장 점유율은 82%였다. 7%를 차지한 쌍용차와 6%를 차지한 르노삼성차, 5%를 차지한 한국 GM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냥 놔둬도 잘 팔리는데 현대차그룹이 나서서 결함을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내 차는 안 그런데요?”
다음 차도 과연 안 그럴까

각종 결함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이와 관련된 호소글이나 기사의 양도 함께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글에 자주 보이는 댓글이 하나 있다. “내 차는 안 그런데”라는 댓글이다. 결함으로 인해 본인의 차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결함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차가 멀쩡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지금은 차가 멀쩡할지 몰라도 한순간에 새로운 결함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의 차가 아닌 미래에 새로 구매할 차에서 결함이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내 차는 안 그런데”라며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린다면 이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뽑기를 잘못하셨네요”
목숨을 건 도박인 걸까

마찬가지로 “뽑기를 잘못하셨네요”라는 댓글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 본인은 뽑기를 잘해서 결함 없는 차를 받았다는 것인데 굉장히 위험한 이야기다.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는 가장 안전해야 하는 기계장치다. 이를 뽑기로 생각한다는 것은 본인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물론 “신차는 뽑기다”라는 말은 예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결국에는 제조사들이 이러한 말을 등장시킨 원인이겠지만 소비자들도 한 번쯤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차는 안 그러니 됐다”, “뽑기를 잘못했다”라는 생각보다는 한 명의 소비자로서 제조사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지 않을까?

“현까 vs. 현빠”
서로 싸우는 소비자들

결함 관련 기사에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차주들끼리 서로를 공격하거나 매체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현까’, ‘현빠’와 같은 용어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를 비판하는 것은 ‘현까’, 칭찬하는 것은 ‘현빠’라는 것이다.

결함 관련 기사의 댓글 창에서 소비자들 간의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최근 연이은 결함으로 인해 관련 기사들이 많아지자 이러한 싸움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싸움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서로 힘을 합치지 못할 것이고 어차피 차는 잘 팔릴 것이니 제조사는 뒤에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제도와 제조사도 문제지만
소비자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제조사가 변화하지 않는 것에는 법과 제도의 문제가 일차적이다. 레몬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법과 제도가 미비하니 제조사는 결함이 나와도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다. 제조사의 제품이 팔리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있기 때문인데도 부적절한 태도로 일관하는 제조사도 분명한 문제다.

소비자들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을 구매함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시승조차 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내 차는 안 그런데요”, “뽑기를 잘못하셨네요”라는 태도를 가진 소비자들도 문제다. 결국 소비자들이 힘을 합쳐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기보다는 특정 집단끼리 싸우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무엇이 먼저 변화해야 하는가
정답은 독자분들께 달렸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는 미비하고 제조사는 부적절한 태도로 일관한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어도 서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이 힘을 모으지 못하니 법과 제도는 미비한 채로 남고 제조사도 변화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함에 관한 부분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과 제도, 제조사, 소비자들 중 무엇이라도 변화한다면 이런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하는지는 독자분들의 생각에 맡기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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