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판매되는 코란도를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 비용으로 무려 3,500억 원을 들였지만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적자폭이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차라리 지프 코란도를 부활했으면 이지경까지 오지 않았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많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프 코란도를 만든다고 얼마나 팔리겠냐?”라고 반문하고 있지만 국내나 해외 시장을 살펴보면 지프 코란도를 만드는 쪽이 더 나아 보인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쌍용차와 지프 코란도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풀체인지 이후로
월 3천 대를 못 팔고 있다
2019년 2월, 뷰티풀 코란도가 출시된 이후로 지금까지 월 3천 대 이상을 판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월 2천 대 이상 판 적도 많지 않으며, 대부분 1,000대~2,000대 사이에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총 2만 7,933대를 팔았다.

동급 모델인 투싼과 스포티지는 끝물 모델임에도 지난해 출시된 코란도보다 많이 팔렸다. 특히 코란도가 출시된 직후에 투싼은 3천 대를 팔았다. 일반적으로 신차 출시 후 판매량이 증가하는 신차 효과를 전혀 받지 못했다.

티볼리와 닮은 디자인
코란도만의 정체성을 잃었다
뷰티풀 코란도의 실패 원인은 고유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처음 공개될 당시 티볼리와 닮은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제 코란도는 포기하는 건가?”, “코란도라는 이름이 아깝다”등 혹평했다.

특히 코란도 이후에 나온 베리 뉴 티볼리는 코란도와 거의 동일한 옵션 사양으로 구성했다. 코란도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이름인데 쌍용차는 이를 살리지 못하고 티볼리를 더 밀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전 모델인 코란도 C는 2011년 처음 나올 당시 정통 SUV가 아닌 도심형 SUV로 변경되었지만 그나마 디자인은 독창적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지금보다는 나았을 거라는
네티즌들의 의견
네티즌들은 예전부터 지프 코란도를 부활해달라고 쌍용차에 끊임없이 요구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부담이 너무 크고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도심형 SUV 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일부 네티즌들도 “정통 SUV 내놔야 얼마나 팔리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선 쌍용차의 현재 상황을 보면 정통 SUV로 나왔으면 큰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외 몇몇 브랜드들도 주로 도심형 SUV를 많이 만들고 있지만 정통 SUV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지프는 레니게이트,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를 판매하면서 랭글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벤츠는 정통 SUV에 럭셔리 감성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레인지로버를 앞세운 랜드로버는 브랜드의 정체성이었던 디펜더를 비교적 최근까지 생산하다가 단종한 후, 지난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부활했으며, 포드는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브롱코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부활시켰다. 특히 브롱코는 3주 만에 16만 명 이상이 예약할 만큼 인기가 높다.

국내도 정통 SUV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벤츠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G63은 2억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입되는 즉시 판매되고 있으며, 랭글러는 월평균 200대가량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현재 사전 계약 중인 디펜더는 10일 만에 300대를 넘겼다고 한다. 요즘 레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정통 SUV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위에 언급한 모델들 모두 수입차다 보니 비싼 가격에 주저한 소비자들이 꽤 많은 편이다. 코란도가 합리적인 가격대로 나왔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특색 있는 SUV가 될 수 있었다
현재 국산 SUV 중에서는 정통 SUV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 없는 상태다. 물론 기아의 모하비나 쌍용의 렉스턴이 프레임 보디를 활용하긴 했지만 정통 SUV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프 코란도가 출시된다면 남들과는 다른 매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르노삼성 XM3가 쿠페형 SUV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처럼 지프 코란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어중간한 포지션이 아닌
확실한 포지션을 잡았을 것
현재 뷰티풀 코란도는 어중간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한 등급 낮은 셀토스, 트레일블레이저가 코란도와 맞먹는 크기로 나왔으며, XM3은 소형인데도 준중형인 코란도보다 크기가 크다. 그에 반해 가격은 당연히 소형급인 셀토스, 트레일블레이저, XM3가 더 싸다.

경쟁 모델인 투싼과 스포티지는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으며, 코란도와 급 차이를 나눠도 될 만큼 크기가 대폭 커진다고 한다. 그에 반해 코란도는 이제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모델이다. 앞으로 몇 년간 어중간한 포지션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반면 정통 SUV로 나왔으면 이것 하나만으로 포지션을 확실하게 잡았을 것이다.

나름 괜찮았던
티볼리 에어가 살아남았을 것
나름 괜찮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티볼리 파생모델 ‘티볼리 에어’도 단종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었을 것이다. 쌍용차는 7월에 코란도와 포지션이 겹친다는 이유로 티볼리 에어를 단종하고 코란도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막상 코란도의 판매량이 나아지지 않자 다시 티볼리 에어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부터 티볼리 에어의 테스트 카가 주행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코란도의 실패를 쌍용차 스스로 시인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뉴시스)

잘 팔릴 것 같은 차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차
지금 쌍용차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17년 1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이 기간 누적 적자가 6,271억 원에 달한다. 또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의 4,480억 원 초과했다. 쌍용차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2분기 연속 감사 의견을 거절했으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었다.

모기업의 마힌드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결국 쌍용차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글로벌 M&A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 지지부진하다. 또한 마힌드라가 지분을 줄일 경우 외국계 은행에 차입금 2천억 원을 갚아야 한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이외에도 산업은행 등 정부 지원도 여의치 않다. 현재 쌍용차는 서울 서비스센터 등 몇몇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버텨내고 있다.

어찌 되었든 만약에 쌍용차가 일이 잘 풀려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면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잘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만들어야 수요가 생긴다. 코란도도 소비자는 정통 SUV를 원했지만 쌍용차는 잘 팔릴 것으로 판단한 도심형 SUV로 응답했으니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코란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전기차도 현재 소비자들의 혹평을 받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다시 일어서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도 소비자와 소통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소비자들도 언젠가는 쌍용차를 다시 알아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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