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인수합병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경영 상황 개선, 메인 사업분야와 관련 없는 분야를 정리, 새로운 가치 창출, 타 기업과 경쟁을 줄이려는 목적,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분야 혹은 시장에 진출해 사세를 키우기 위함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인수합병이 생각보다 꽤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닛산과 혼다의 합병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합병 소식도 흥미롭지만 이를 기업이 아닌 일본 정부가 주도했으며, 두 회사가 서로 거절한 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닛산, 혼다 합병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비용 절감 및 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 및 제휴가 활발하다
자동차 기업들은 여러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수 합병을 다양하게 추진해 왔다. 폭스바겐은 이륜차부터 대중차, 고급차, 슈퍼카, 럭셔리카까지 많은 분야에 진출해 있으며, 르노는 닛산에 이어 미쓰비시와 연합해 플랫폼과 부품을 공통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푸조는 시트로엥과 오펠을 인수했고, 피아트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

요즘에는 자율 주행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바뀌는 데다 막대한 비용 지출 부담을 덜고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부터 인수 합병이나 제휴를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포드와 폭스바겐이 비용 절감을 위한 글로벌 동맹을 결성했고, 푸조/시트로엥과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지난해 말 합병에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전기차를 준비하기 위해 리막에 1천억 원을 투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를
만들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닛산과 혼다에 합병을 제안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자율 주행차와 전기차 등 글로벌 자동차 산업 트렌드가 크게 바뀌는 가운데 자국의 자동차 제조 기반이 우위를 잃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내연기관 분야는 자동차 강국으로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전기차 분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보수적인 일본인들의 성향으로 인해 전기차 개발 속도가 매우 뒤처져 있으며, 그나마 닛산이 전기차에 어느 정도 투자했지만 양산차는 아직 리프밖에 없다. 현재 그 리프도 코나 일렉트릭이나 니로 EV, 폭스바겐 업, 르노 조에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 세계 많은 나라들, 특히 자동차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들은 2050년 안으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선언했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는 상황이 급박해진 것이다. 게다가 내연기관 경쟁력도 점차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전 세계에서 싸고 좋은 차라면 일본 차를 의미했지만 요즘은 한국차로 점차 넘어오고 있다.

일본은 이전에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인수 합병을 주도해왔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9개 회사가 독립 경영을 해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토요타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혼다 3강 체제로 재편되었다. 특히 혼다는 유일하게 다른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자본제휴 관계가 없는 데다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어 인수합병에 최적이라고 일본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인수 합병에
즉각 거부한 닛산과 혼다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산술적으로 527만 대 규모의 자동차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며, 402만 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한 토요타를 100만 대 이상 앞서는 기업이 된다. 하지만 인수 합병 제한을 받은 닛산과 혼다는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해당 안건은 양측 회사의 이사회에 도달하기 전에 반려되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합병 계획은 사실상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복잡한 자본구조와
비용 절감이 어려운 점
일본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가 자동차 산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닛산과 혼다 동맹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가 신차 판매 규모는 비슷하지만 합병했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닛산은 르노와 제휴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규모는 닛산이 더 크지만 주도권은 르노에 있다. 자본구조가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그리고 닛산은 혼다와 합병하는 것보다 기존 동맹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혼다의 경우 고유한 엔지니어링 설계로 다른 업체와 공통 부품이나 플랫폼을 사용하기 어려워 통합하더라도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거기다가 닛산과 혼다의 자동차 성격이 완전히 다르며,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닛산은 전기차에 투자하고 있지만 혼다는 수소연료전지차에 투자하고 있다.

닛산을 르노와 떼어놓은 후
혼다와 합치려는 목적
일본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촉각을 세우게 된 계기는 프랑스 정부의 노골적인 접근이다. 르노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는 2014년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는 의결권을 두 배로 주는 프로랑쥬법을 제정했다.

프로랑쥬법으로 르노의 실직 의결권을 30%로 늘린 프랑스 정부는 이후 자국 산업의 보호 육성을 명분으로 닛산을 르노 영향력하에 두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018년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은 르노가 닛산에 통합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카를로스 전 르노, 닛산, 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을 체포하는 식으로 차단했다. 이후 언젠간 르노와 닛산의 동맹이 무너질 것으로 판단해 일본 정부가 닛산을 르노로부터 떼어놓은 다음 혼다와 합치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일본 자동차 시장의
좋지 않은 소식을 반가워한다
닛산과 혼다의 합병이 불발되었다는 소식과 일본 내 자동차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대체로 반가워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인해 불매운동이 1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으며, 그러한 영향이 자동차 업계까지 미치고 있다.

기존에는 독일차 다음으로 일본차가 인기 많았지만 불매운동 이후 일본차에 대한 시선이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기존에 있었던 일본차 수요는 독일차와 한국차로 넘어갔으며, 요즘에는 스웨덴의 볼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판매량 하락으로 인해 닛산과 인피니티는 국내에서 철수할 것을 발표했고 혼다는 8년 만에 국내에서 적자를 맞이하고 19년 동안 혼다코리아를 경영해온 정우영 전 회장이 사임했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현대차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
일본차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지 국내 네티즌들은 “지금이 기회다”라며 국산 제조사인 현대차를 응원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토요타그룹, 폭스바겐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다음인 4위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게다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발전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인 국산 배터리 제조사와 여러 IT기업들과 협업해 전기차 및 자율 주행차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반면 일본은 이제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심지어 그동안 얕보고 있던 중국 브랜드에도 밀리고 있다. 이미 전기차를 만들고도 남았어야 할 하이브리드의 강자 토요타는 이제서야 파나소닉과 합작한 회사에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닛산 리프는 앞서 언급한 대로 디자인, 성능, 주행거리 모두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에 밀리고 있으며, 혼다는 ‘혼다 e’를 공개했지만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WLTP 기준 222km이다. 같은 소형 전기차인 조에와 볼트보다 훨씬 짧다.

반면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를 23종으로 확대하고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높이려는 계획을 세웠다. 시장 급변으로 그동한 자동차 시장의 큰 벽이었던 일본 제조사를 현대차그룹이 뛰어넘을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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