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재미난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현지시간 기준 지난달 22일 독일 유로 스피드웨이 라우지츠링에서 현대자동차 주관으로 진행된 주행 시험 결과 코나 일렉트릭이 1회 완충으로 1,026km를 주행한 것이다.

현대차는 “실험이 35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진행됐다”라며 운전자 여러 명이 교대로 운전대를 잡으며 진행한 이 실험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기차가 1회 충전으로 1,000km를 달렸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수치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홍보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 그지없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코나 일렉트릭 주행거리 시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실험에 참여한 3대의 코나 모두
1,000km를 넘는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현대자동차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코나 일렉트릭이 “한 번의 충전으로 1,026km를 달리는데 성공했다”라며 기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실험에 사용된 모델은 유럽 시장에 시판되고 있는 코나 일렉트릭이었다. 유럽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470km인 차량으로 달성한 기록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는 게 제조사의 입장이다.

독일 유로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된 이번 실험은 총 3대의 차량으로 진행되었으며 완충된 코나 전기차를 타고 여러 명의 드라이버들이 번갈아가며 최장거리 주행에 도전했다. 실험 결과 세 차량은 각각 1,018km, 1,026km, 1,024km를 달렸다.

코나 전기차의 질주는 무려 3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되었다. 테스트 주행의 전 과정은 조작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해 라우지츠링 운영사인 데크라가 살펴보고 있었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낮 최고기온이 섭씨 29도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에어컨을 켜지 않았으며, 전기가 사용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끈 채로 주행을 이어갔다.

그렇게 피 말리는 주행 끝에 세대의 코나는 공인 전비인 5.6km/kWh의 3배인 16km/kWh를 달리는 기록을 세웠다. 기록만 본다면 1회 완충으로 1,000km를 달렸다니 당연히 놀라운 기록이다. 위르겐 켈러 현대차 독일법인 상무이사는 “이번 시험주행을 통해 코나 일렉트릭은 효율적인 친환경 suv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줬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주행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환경에서 나온 결과라
되레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현대차의 이번 실험과 홍보는 역풍을 맞고야 말았다. 실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네티즌들은 “실제 주행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환경에서 실험한 데이터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라며 비판했다.

다른 소비자들 역시 “대낮에 29도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에어컨도 끄고 야밤엔 주간주행등만 켜고 달린 실험 데이터를 가지고 기록을 세웠다고 하는 건 소비자 우롱에 가깝다”라며 날이 선 비판을 이어갔다. 또한 서킷을 달린 코나 일렉트릭들의 평균 속도는 30km/h였으며 통제된 환경에서 정속 주행으로 세운 기록이기 때문에 사실상 실제 사용자들이 느끼는 주행거리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다른 제조사 전기차도 똑같은 방식으로 해보면 비슷한 결과나 더 뛰어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라며 “30km/h 정속으로 수십 시간 달린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주장은 충분히 신빙성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실험이 이루어진 통제된 환경과 실제 주행 환경과 비교해 본다면 전기를 소모할 수 있는 기능들을 모두 끄고 30km/h로 정속 주행을 이어가며 기록한 수치는 정차와 가속을 반복하게 되는 실제 주행 환경과는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시판 중인 차량으로 세운 기록이니 칭찬해 줄만 하다”라며 현대차를 응원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다른 기업은 이 정도의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고, 현대가 최초로 시도한 실험으로 뽑아낸 기록이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다”라는 것이 이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반응은 둘로 극명하게 갈린 상황이지만 대부분은 “제조사가 소비자를 우롱하려 한다”라며 부정적인 반응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500~570km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차주들이 이야기하는 코나 일렉트릭의 주행 가능 거리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국내 코나 일렉트릭 동호회 회원들의 정보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 주행거리는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국산 전기차들 중에선 최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기 때문에 실용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코나 일렉트릭의 공인 복합주행 가능 거리는 406km다. 하지만 내연기관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역시 주행 환경에 따라 실제 주행거리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을 타는 동호회 회원들의 후기들을 모아보면 일반적인 환경에서 완충 상태 시 실제 주행거리는 500km~570km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 부질없다”vs
“그래도 응원해 줘야 한다”
따라서 현대차가 주행 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인 1,000km 수준의 주행은 일반적인 환경에선 달성할 수 없는 수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동호회 회원들의 평균 수치인 500km 대 주행거리 역시 겨울철이 아닌 연비가 잘 나올 수 있는 좋은 주행 환경에서 달성할 수 있는 기록으로 겨울철엔 평균적으로 20% 정도가 감소하게 된다.

코나 전기차 기준으로는 350~400km 정도를 갈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지금의 전기차 기술과 배터리 용량으로는 아직 일반 도로에서 1,000km 주행거리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실험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은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홍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행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통제된 조건에서 진행한 실험을 가지고 코나 일렉트릭의 주행거리가 대단한 것처럼 홍보를 했으니 그럴만하다.

그동안 현대차가 쌓아온 부정적인 이미지 역시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칭찬할 건 칭찬하자”라는 소비자들이 있는 반면 “신뢰가 안 간다”, “또 언플로 소비자들을 속이려고 한다”라는 소비자들도 있는 것이 현대차의 신뢰도가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반증하는 게 아닐까.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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