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와 K5에 밀려 치열한 국산 중형 세단 시장에서 도태되었던 르노삼성 SM6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새로운 모습으로 데뷔했다. 신형 SM6는 기존 모델에서 꾸준히 지적받아왔던 승차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여러 가지 첨단 사양들을 추구하여 국산 중형 세단 계의 품격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M6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시승한 업계 전문가들 역시 “전작보다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라며 좋은 후기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좋은 반응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 했으며, SM6 판매량은 여전히 깊은 늪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르노삼성 SM6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출시 초반 쏘나타를 위협했던
르노삼성의 중형차 SM6
SM6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르노 탈리스만의 한국형 모델로 출시된 SM6는 기존 르노삼성이 중형 세단에 사용하던 이름인 SM5를 버리고 더 고급스러운 차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SM6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2016년 처음 등장할 당시엔 LF 쏘나타와 2세대 K5가 판매되고 있던 시기였기에 파격적인 스타일을 인정받아 2017 올해의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SM6는 출시될 당시 동급 중형차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옵션을 대거 탑재한 것도 장점으로 어필되어 출시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SM6엔 동급 최초로 LED 방향지시등을 탑재하고 나파 가죽 시트 적용, 중형차임에도 R-MDPS가 적용되어 쏘나타나 K5보다 상품성이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주행성능까지 “스포티함을 잘 살렸다”라는 평가를 받았고, 유럽차에 버금가는 탄탄한 하체를 가지고 있으며 옵션 역시 라이벌 중형 세단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탑재되었기 때문에 출시 초반엔 한때 쏘나타 판매량을 턱 끝까지 추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 가지 못해 약점들이
드러나며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하지만 SM6의 흥행은 얼마 가지 못했다. 2017년까지는 쏘나타에 이어 중형 세단 판매량 2위를 지키고 있었으나 2017년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판매량이 점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차효과는 점점 줄어들었고 라이벌 제조사인 현대기아차는 쏘나타와 K5의 부분변경을 거치며 SM6를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흘러 소비자들 사이에선 SM6에 대한 단점들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출시 초반 장점으로 언급되었던 탄탄한 하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출시 당시엔 탄탄한 하체로 포장되었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이를 단단함으로 느꼈으며 불편함을 호소할 수준이었다. 특히 토션빔 서스펜션이 적용된 2열 승차감은 동급 세단들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연이어 터진 품질 관련 문제가 이어졌으나 르노삼성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다 잡았다”
칼을 갈고 다듬은 신형 SM6
첫 출시 이후 약 4년이 지난 2020년 7월, SM6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상품성을 강화한 새 모델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모델에서 호평을 받았던 외관 디자인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비한 수준의 디테일을 다듬는 수준에 그쳤다. 대신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받던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개선하여 상품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르노삼성은 SM6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파워트레인을 모두 갈아엎는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힘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았던 기존 2.0 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수요가 적었던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모두 삭제하고 1.3리터와 1.8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해 연비와 퍼포먼스를 모두 개선했다.

“몰라보게 개선된 승차감”
시승 행사에선 호평이 자자했다
르노삼성 측은 더 뉴 SM6를 출시하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내비쳤다. 특히 이전 모델에서 크게 지적받았던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을 크게 개선하여 동급 최고 수준의 승차감을 구현함과 동시에 스포티한 핸들링 성능도 챙겨 라이벌을 압도하는 중형 세단이 될 것임을 당당하게 선언했다. 르노삼성의 자신감은 론칭 행사를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진행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다행히 새로워진 SM6는 자동차 기자들에게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2열 승차감이 몰라보게 개선되었다는 평이 이어졌는데 이는 중형 세단 급에서 보기 어려운 모듈러 밸브 시스템(MVS)를 적용하여 댐퍼의 감쇠력 변화를 훨씬 유연하게 다듬었으며,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로 보완하여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구현했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쏘나타가 아니라 그랜저와
비교해야 할 가격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SM6 페이스리프트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기존 모델보다 좋아진 건 알겠는데 신형 모델은 좋아지는 게 당연하다”라며 “여전히 라이벌 세단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인 무언가가 부족하다”라는 평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쏘나타 K5가 아니라 그랜저와 비슷한 가격인데 누가 SM6를 사겠느냐”라며 동급 중형 세단들 대비 비싼 금액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쏘나타와 비교해 보자면 평균적으로 100만 원이 비싸며 중간급 트림 이상에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그랜저를 충분히 노릴 수 있는 금액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나오게 된 말이다.

SM6 실구매가격은
2,616만 원부터 4,132만 원까지
얼마나 비싸길래 이런 이야기가 나온 걸까? 새롭게 출시한 더 뉴 SM6 가격표를 살펴보면 주력 판매 엔진을 적용한 ‘1.3 가솔린 터보’ 모델은 실구매가격 기준 2,616만 원부터 최고 사양은 3,961만 원 수준에 달한다.

고성능 모델인 ‘1.8 가솔린 터보’ 모델은 기본 사양으로 출고하더라도 실구매가 3,282만 원 수준이며 최고 사양으로 출고할 시 4,132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SM6 중간 트림 정도에 옵션을 넣다 보면 실구매 가격은 3천만 원을 쉽게 넘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쏘나타 실구매가격은
2,549만 원부터 3,959만 원까지
동급 세단인 쏘나타 가격을 살펴보았다. SM6와 비교할 수 있는 쏘나타는 ‘2.0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LPG를 선택할 수 있지만 판매량이 적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았다.

SM6 ‘1.3 가솔린 터보 엔진’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는 쏘나타 ‘2.0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기본 사양 실구매 가격은 2,549만 원 정도, 최고 사양으로 출고할 시 3,852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SM6 1.8 가솔린 터보’와 동급으로 비교되는 ‘쏘나타 1.6 가솔린 터보’ 기준으로 살펴보면 쏘나타는 기본 사양이 2,657만 원 정도, 최고 사양은 3,959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SM6가 동급 쏘나타 대비 100만 원 정도 비싼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랜저 실구매가격은
3,526만 원부터 5,000만 원까지
그랜저 가격도 살펴보았다. “신형 SM6를 살 돈이면 그랜저를 사고 만다”라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SM6의 중간 트림인 LE에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3천만 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올라가다 보니 나온 말이다. 같은 논리로는 쏘나타 역시 “쏘나타 살 돈으로 조금 더 주고 그랜저 산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에 SM6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랜저 2.5 가솔린 기본 사양 실구매가격은 3,526만 원 정도다. SM6나 쏘나타 중간등급 이상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라면 사실 그랜저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동급 세단인 쏘나타보다도 SM6가 100만 원가량 더 비싸니 아무래도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현대기아차와 경쟁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6년 SM6가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더 뉴 SM6를 바라보는 2020년 현재의 시선으로는 2016년 SM6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6 시승행사에서는 “이전 모델의 단점이 거의 다 개선되었다”라며 좋은 평가들이 이어졌으나 정작 소비자들은 시큰둥해하고 있으며, 이는 첫 달 판매량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출고가 시작된 SM6는 7월 한 달 동안 550대가 판매됐다. 판매량 집계가 월 중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향후 판매량을 지켜봐야 하지만, 8월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기미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SM6 판매량을 낙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SM6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중고차 감가도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선 르노삼성 자동차를 선택하기 꺼려지는 이유 중 하나로 “어마 무시한 중고차 감가”를 꼽기도 했다. 실제로 SM6는 약 1년 정도가 지난 2019년식 매물들이 신차가 기준으로는 2천만 원 대 후반부터 3천만 원 초반으로 구매한 차량임에도 2천만 원 초반대로 거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년 사이에 천만 원이 가까운 금액이 빠지니 소비자 입장에선 신차를 구매하기 꺼려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SM6가 성공하기 위해선 페이스리프트 전 SM6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낼 파격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동급 세단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이들을 넘보긴 어렵다. 중형 세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과 ‘가성비’중 어떤 부분에 더 비중을 크게 두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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