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말 그대로 작은 SUV다. 크기만 작아졌지 SUV 본연의 장점과 실용성은 잃지 않았다. SUV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 입맛에도 딱 맞았다. 소형 SUV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뜨거운 인기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거의 모든 제조사가 소형 SUV를 출시하면서 국내 소형 SUV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그러나 뜨거운 인기에도 소형 SUV가 중형 SUV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곧 국내 소비자들이 큰 차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왜 국내 소비자들은 유독 큰 차를 선호할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국내 소비자들이 큰 차를 선호하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에디터

세단 시장에서는
큰 차가 압도적으로 잘 팔린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와 소형, 준중형 세단의 판매량은 15만 9,551대로 집계되었다. 전년 동기 판매량인 18만 4,584대에서 13.6%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형, 준대형, 대형 세단의 판매량은 37만 6,706대로 집계되었다. 전년 동기 판매량인 34만 7,245대에서 8.5% 증가한 수치다.

이는 경차를 포함해 국내 세단 시장에서 큰 차가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판매량의 추이를 보면 앞으로도 큰 차가 더 많이 팔릴 전망이라는 것도 대변해 준다. 특히 국내 세단 시장의 최근 동향을 보면 이러한 전망이 더욱 확실해진다.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판매량이 무려 10만 945대라는 것이 그 증거다.

SUV 시장에서도
큰 차가 더 많이 팔린다

SUV 시장에서도 중, 대형 SUV가 더 많이 팔렸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소형 SUV의 판매량은 15만 4,335대다. 전년 동기 판매량인 11만 5,879대에서 33.1%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 대형 SUV의 판매량은 30만 1,647대로 전년 동기 판매량인 26만 3,153대에서 14.6% 성장했다.

SUV 시장의 확대에 따라 SUV의 판매량이 모두 증가했지만 아직 중, 대형 SUV가 훨씬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판매량 상승폭은 소형 SUV가 더 크지만 중, 대형 SUV의 판매량을 따라잡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오히려 상당한 가격을 가지고 있는 대형 SUV의 판매량이 소형 SUV의 판매량을 따라잡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큰 차가 잘 팔리고
유럽은 작은 차가 잘 팔린다

자동차의 크기는 국토 면적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국토 면적이 크고 그만큼 도로 폭도 상당한 미국에서는 큰 차가 더 잘 팔린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국토 면적이 작고 도로의 폭도 좁은 유럽에서는 작은 차가 더 잘 팔린다. 현대차의 수출 모델을 살펴보면 조금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팰리세이드, 유럽에서는 i30를 주력 모델로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경차가 잘 팔린다는 것을 또 하나의 예시로 들 수 있다. 국토 면적이 좁고 도로도 좁고 험하기 때문에 경차가 잘 팔리는 것이다. 전체 판매량 중 경차 판매 비율이 30%를 차지할 정도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자동차의 크기는 국토 면적에 비례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예외로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자주 듣는 말

자동차 산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예외로 한다”라는 말로 특히 통계자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67년에 상당히 늦게 출발하여 반세기 만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 5위로 올라선 현대차의 경우를 말할 때 자주 쓰이기도 한다.

자동차의 크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국토 면적도 작고 도로 폭도 상당히 좁은데 큰 차가 많이 팔린다. 앞서 소개한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주차 공간이 너무 좁다”라는 하소연이 자주 보이기도 한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큰 차가 잘 팔릴까?”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을 판단할 때
자동차가 중요한 요소?

“왜 국내 소비자들은 유독 큰 차를 선호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자동차에 대한 인식과 관련이 있다. 쉽게 말해 “작은 차를 타는 사람은 경제력이 부족하다”, “작은 차를 타는 사람은 작은 사람이다” 등의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경차를 예시로 들자면 “실용적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보다는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더 많다.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가 차주의 정체성을 대변해 준다는 것인데 일종의 체면치레 또는 과시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정리하자면 “작은 차를 타면 무시당하니까”라는 생각과 “자동차는 차주의 정체성이다”라는 생각이 합쳐지면서 큰 차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차에 대한
인식이 유난히 좋지 않다

두 번째 대답은 작은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먼저 “큰 차는 편하고 작은 차는 불편하다”라는 인식이 있다. 실내 거주성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굉장히 큰 고려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실내가 좁아 불편한 작은 차’보다는 ‘실내가 넓어서 편안한 큰 차’를 선호하는 것이다.

“작은 차는 안전하지 않다”라는 인식도 대표적이다. 특히 경차에 대해서는 “사고가 나면 죽을 확률이 높다”라는 생각이 정말로 많다. “작은 차는 적재량이 적다”라는 인식도 있다. SUV의 경우 큰 적재량을 무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재량이 적은 소형 SUV보다는 중형 또는 대형 SUV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경향이 있다.

제조사들의 가격 책정 전략
“이 돈이면 차라리 상위 모델을”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가격 전략도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에 많은 영향을 준다. 작은 차와 큰 차의 가격을 겹치게 책정해놓아서 적게는 몇 십만 원, 크게는 몇 백만 원만 더 투자하면 큰 차를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이 “이 돈이면 차라리 더 큰 차를 사겠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한 가지 쉬운 예시를 들자면 기아차의 소형 SUV인 셀토스의 최고 기본 가격은 2,896만 원이고 중형 SUV인 쏘렌토의 최저 기본 가격은 3,024만 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200만 원 정도만 더 투자하면 한 단계 위의 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셀토스 풀옵션을 살 바에는 쏘렌토 깡통을 사겠다”라는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쨌건 소비자들의 선택이지만
도로의 풍경이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

큰 차를 사건, 작은 차를 사건 모두 소비자들의 선택이니 문제 될 것은 없다. 제가 되는 것은 작은 차를 사면 무시하고 큰 차를 사면 카푸어라고 욕하는 모순적인 자동차 문화일 것이다. 세상에 나쁜 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차가 됐건, 큰 차가 됐건 나에게 잘 맞아 내가 사고 싶은 차를 산다면 그게 좋은 차가 되는 것이다.

다만,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도로의 풍경이 일원화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고속도로를 주행하면 작은 차는 잘 안 보이지만 큰 차들이 줄지어 달리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작은 차건, 큰 차건 서로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하루빨리 자리 잡아 도로의 풍경이 좀 더 다채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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