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한때 일본 시장에서도 판매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꽤 많다. 이제는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인데 현대차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던 이력이 있다. 야심 차게 일본차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는 당시 품질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일본차와 전혀 상대가 되질 않아 쓴 고배를 마셨었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는 다시 일본차 시장에 재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일각에선 “이 시국에 굳이 일본차 시장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의문을 제시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가 일본 자동차 시장에 재진출하려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현대차는 일본차 시장에서
쓴 고배를 들이켰다
현대차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던 이력이 있다. 당시 클릭과 투싼, 쏘나타, 그랜저 4개 차종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했는데 이는 아쉽게도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야 말았다. 당시 현대차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 배용준으로 광고까지 찍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했으나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현대차는 품질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일본차와 전혀 상대가 되질 않았고, 경차 위주로 돌아가는 일본차 시장의 소비자 성향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실패 요인으로 지적받았다. 거기에 일본 소비자들은 외산차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극히 낮다는 점 역시 크게 한몫했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다른 외제차들도
힘을 쓰지 못하는 일본차 시장
일본은 한국차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벤츠나 BMW 같은 외국 브랜드들도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일본 내에서의 국산차인 토요타와 혼다, 닛산의 파워가 대단한 수준이다. 여기엔 외산품보단 자국 물건을 더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특징이 그대로 녹아있다.

유럽 브랜드뿐만 아니라 미국 브랜드인 테슬라 역시 유독 일본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직 일본 내에선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가 크지 않으며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아무튼 현대차는 2009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이후 대형 버스인 유니버스만을 판매하며 명을 이어왔다. 최근엔 버스 판매량마저 줄어들어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9 도쿄 모터쇼
참가 의지를 보였던 현대차
그런데 실패의 쓴 아픔을 맛본 적이 있는 현대차가 다시 일본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최근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어 화제다. 현대차의 일본 재진출설이 처음 들려오기 시작한 건 작년이었다. 일본 철수 이후 약 10년 만에 현대차가 2019 도쿄 모터쇼에 참가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나, 지난해 7월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현대차 일본 진출 설은 흐지부지됐고, 모터쇼 참가 계획 역시 포기했다.

2009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하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현대차가 10년 만에 갑자기 다시 모터쇼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하자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현대차가 일본 시장 분위기를 다시 한번 보고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 언론에선 “현대차가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을 확정하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라는 기사도 나왔다.

“이 시국에 굳이 일본을…” vs
“다시 한번 붙어볼 만하다”
두 갈래로 나뉜 네티즌들 반응
이에 많은 네티즌들은 “굳이 망했던 일본에 왜 다시 가려는 거냐”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10년 전과는 다르게 현대차의 기술력이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이제는 일본차와 다시 한번 붙어봐도 되지 않겠냐”라며 현대차를 응원하는 댓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도쿄 모터쇼 참가는 흐지부지되어버렸고, 그렇게 일본 진출 계획은 무산되는듯했으나, 올해 6월 15일엔 뜬금없이 ‘Hyundai japan’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차의 일본 트위터가 개설되어서 현대차의 일본 시장 재진출설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올해 6월 15일 현대차
일본 트위터가 개설되었다
이 소식은 국내외 뉴스 기사를 통해 연일 보도가 되었다. 트위터 내용은 “일본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현대 재팬 공식 계정입니다. 여기선 현대의 최신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라는 것이었는데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일본 트위터를 개설했다는 소식에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주요 매체들에서도 현대차의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의 유력 자동차 매체인 카뷰(Carview)는 “이번 현대차의 복귀가 무모한 시도는 아니다”라며 “한류와 현대차 특유의 suv 강점을 살린다면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매체들과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었다.

현대차의 일본 재진출설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일본 네티즌들의 주요 반응을 살펴보면 한 네티즌은 “일본에선 수입차=프리미엄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주행 성능이 압도적으로 좋지 않으면 무리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수소차가 나온다고 해도 토요타 혼다도 이제 막 천천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 현대차가 나온다고 해도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다”, “일본 업체조차 고전하고 있는데 삼류 기업이 일본에 와서 이점이 있을까?”라며 현대차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는가? 노 재팬이라면 일본에서의 판매는 꿈도 꾸지 말아라” , “반일 국가의 제품은 절대 사지 않는다” 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해 주목받았다.

또한 “일본의 고품질 차를 탈 수 있는데 굳이 현대를 타는 사람 따위 좀처럼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현대차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시장 진출과 관계없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의구심
이렇게 일본의 여론이 좋지 못한 걸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현대차가 일본차 시장에 재진출 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 트위터 개설과 관련해선, 현대차의 공식 입장으로 “방탄소년단과 협업하여 6월 4일부터 전 세계에서 진행하는 고객 참여형 글로벌 수소 캠페인과 관련, 일본에서도 관심이 높아 캠페인에 대한 안내 진행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일본 시장 재진출을 위해 개설된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해당 트위터에는 지금도 계속해서 글이 업로드되고 있는데, 처음에는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글들이 업로드되더니 최근에는 수소차 넥쏘와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홍보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은 “현대차가 간 보다가 일본차 시장에 재진출 하려나 보다”라며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수소차를 테스트하기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 자동차 시장
일각에선 “현대차가 수소차 테스트를 위해 일본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다”라고도 언급해 주목받기도 했는데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라며 많은 공감을 받았다. 사실 여론이 너무나 좋지 않고, 성공 가능성도 크지 않은 시장에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굳이 뛰어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대차가 일본차 시장에 어떤 매력을 느껴 재진출하려는 것인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대한민국보다 일본에 수소차와 관련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일본 정부도 수소차에 대한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니 넥쏘를 가지고 일본에 가서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넥쏘의 경쟁력은
충분한 것으로 검증되었다
전기차와 함께 미래 친환경차로 급부상하고 있는 수소차는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할 수 있지만 현대차는 꽤 오래전부터 수소차를 연구해 왔고, 지금은 수소차 관련 기술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부하고 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투싼 ix FCEV 수소 전기차 양산에 성공했고요 2015년엔 미국 조사 전문기관 워즈 오토에서 주관하는 세계 10대 엔진에서 수소전기차 처음으로 투싼 수소차가 선정되기도 했다. 2018년엔 본격적인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출시했고 시장에서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아우토모토&슈포트)

독일 유명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슈포트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선 메르세데스 벤츠 GLC F셀 차종과 비교되며 넥쏘가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하는 사례도 있었다. 유럽에서도 넥쏘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소전기차는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일본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일본 정부의 보조금도 지원받으며 테스트를 해 보고, 여러 가지 개선사항들을 체크할 수 있고, 또 다른 수요 파악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품성과는 관계없이
일본차 시장을 주름잡긴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한일 관계를 지적하면서 “굳이 이 시국에 일본에 진출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라고 언급했지만 “일본에서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으면 개꿀”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테슬라가 한국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싹쓸이했던 것처럼 현대차도 일본에 가서 수소차 보조금을 챙기고 테스트하는 게 괜찮아 보인다”라고 이야기하는 네티즌들도 존재했다.

일본 내 수소 전기차는 사실 2014년에 공개된 토요타 미라이나 16년에 공개된 혼다 클라리티 말곤 두각을 드러내는 차가 없다. 이 차들과 넥쏘를 비교하자면 주행 가능 거리나 반자율 주행 같은 첨단 사양들은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넥쏘가 압도적인 사양을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일본차 시장에 재진출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선택은 현대차의 판단에 달려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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