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현대차의 움직임을 보니 사자성어가 하나 떠올랐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 그것이다.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라는 뜻으로 겉은 훌륭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일컫는다. 흔히 겉과 속이 서로 다르거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 사용된다.

정부는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발표했으며 현대차도 “5년 내에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전기차 산업의 흐름을 보면 이들이 발표한 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정부의 전기차 정책과 현대차의 행보가 아쉬운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원섭 에디터

빨라도 내년 상반기 출시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전기차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 정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미 테슬라가 모델 3로 전기차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수많은 수입 전기차들이 국내에 상륙했다.

많은 제조사들이 앞장서서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BMW의 i, 메르세데스-벤츠의 EQ, 아우디의 e-트론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가장 늦게 출발한 브랜드는 2018년 출범한 아우디의 e-트론이다. 반면 현대차는 이제야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이들보다 최소 2년은 늦은 셈이다. 그 사이 경쟁자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명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미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통해 전기차를 대거 출시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많은 수입 전기차들이 속속 투입되고 있다. 반면 현대차의 전기차 출시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누군가는 “겨우 몇 개월 늦는 것 가지고 왜 호들갑이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를 보면 ‘몇 개월’은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결국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출범 속도에서부터 후발주자가 된 셈이다. 브랜드 홍보와 시장 파악이 몇 개월씩이나 늦어졌으니 말이다. 현대차의 ‘겨우 몇 개월’이 경쟁자들에게는 점유율을 확장시킬 수 있는 ‘무려 몇 개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기차 시장의 주된 경쟁력은 ‘속도’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결함
전기차에서도 결함이 발견된다면?

‘속도’와 함께 전기차 시장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것은 ‘정확성’이다. 전기차 시장은 수많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기술의 장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의 안정성과 소프트웨어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하면 탑승자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현대차의 행보를 보면 “전기차에서도 결함이 나올까봐 두렵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은 2019년 3건, 2020년 2건의 화재 사고를 일으키며 논란이 되었던 바 있다. 총 5건 중 4건의 화재 사고가 모두 배터리의 과열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이 밝혀지면서 코나 일렉트릭의 내구성에 의문을 품는 소비자들도 등장했다. 이는 앞으로 나올 현대차 전기차에서 결함이 발견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는 사고이기도 했다.

말로만 전기차 강국
인프라는 꼴찌 수준

현대차의 행보도 아쉽지만 정부의 정책은 더더욱 아쉽다. 올해 4월 기준 공용 전기차 충전기는 총 3만여 대로 나타났다. 자동차 주요국 중 꼴찌 수준이다. 국내 전기차 대수를 고려하면 전기차 5.5대가 하나의 충전기를 공유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전기차 산업이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느린 일본보다도 낮은 수치다.

국내 전기차 인프라가 상당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인프라가 부족하니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전기차는 불편하다”라는 인식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인프라가 국내 전기차 산업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봤자 인프라가 망쳐버린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과감한 녹색 전환’ 발표
사실상 눈치만 보는 중?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그중 그린 뉴딜에는 “과감한 녹색 전환과 혁신적 녹색 산업으로 그린 경제, 저탄소 경제를 구축하겠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상 과감하기보다는 소심하게 눈치만 보는 듯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자동차 탄소 배출량 규제를 보면 이러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유럽 연합의 자동차 탄소 배출량은 1km당 95g으로 규제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탄소 배출량을 보면 1km당 97g으로 규제되어 있어 “과감하다기보다는 해외를 따라가는 듯하다”라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이미 전기차로의 전환이 국내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제조사들은 PHEV 등 과도기적 성격을 띠는 친환경차가 대거 출시되고 있기도 하다.

전기차 장려하겠다더니
거꾸로 움직이고 있는 정책

전기차의 혜택과 관련된 정책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전기차 충전 요금 특례 할인율도 축소하고 기본요금 할인율도 100%에서 50%로 줄이면서 충전 비용이 높아졌다. 또한, 내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500만 원의 보조금도 중단하겠다고 밝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전기차를 장려하겠다면서 혜택을 줄여나가고 있으니 상당히 안타깝다. “전기차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혜택이 줄어들고 있으니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는 소비자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보면 정부의 움직임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 수 있다. 한 소비자는 “전기차를 장려한다면서 가격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혜택마저 줄어들고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안일한 생각으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를 보면 국내 배터리 3사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 배터리인 만큼 국내에 배터리에 강한 기업이 포진해 있다는 것은 크나큰 무기다. 현대차가 배터리 3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면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움직인다면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는 코발트와 리튬이다. 현재 국내에서 코발트와 리튬의 자급률은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원 개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지금까지와 다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

전기차 시장은 지금까지의 시장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부품과 기술의 개수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지고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내연기관차의 시장 생태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범위의 시장 생태계가 구성될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속도’와 ‘정확성’을 모두 갖춰 시장을 확장시켜 나가는 제조사가 선두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정부의 행보를 보면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정확성’이 뛰어나지도 않아 보인다. 좀 더 과감한 선택과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 배터리 3사와 현대차의 잠재력이 뛰어난 만큼 이들이 제대로 움직여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 물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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