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전기차 업체 리막이 부가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리막은 크로아티아 발명가 마테 리막이 설립한 회사이다. 마테 리막은 크로아티아 베른(VERN) 응용과학대에 재학 중이던 2009년, 21세라는 어린 나이에 본 회사를 창립했다.

신생 전기차 기업이 슈퍼카의 상징 부가티를 인수한다니, 네티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내막에는 또 다른 사실이 숨겨져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리막의 부가티 인수, 그 진의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인턴

부가티 모기업 폭스바겐,
리막과의 맞교환 거래 추진
사실 리막의 부가티 인수는 부가티의 모기업인 폭스바겐의 큰 그림이다. 부가티를 리막에 넘기고 그 대가로 현금 대신에 지분 15.5%를 받으려는 계획인 것이다. 이는 일종의 맞교환 거래로 보인다.

양사 간 협상은 현재 초기 단계로, 실제 계약으로까지 이어질지 보장할 순 없는 상태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매각 의향이 많고, 리막 측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폭스바겐과 리막은 이와 관련해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지만,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막,
콘셉트원으로 주목 받기 시작
리막이 도대체 얼마나 굉장한 회사이길래 폭스바겐의 극진한 러브콜을 받은 것일까? 이에 대해 짧게 알아 보도록 하자. 먼저, 리막은 지난 201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2인승 스포츠카 ‘콘셉트원’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양산 모델은 지난 2016년 400m 직선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경주인 드래그 레이싱에서 고성능 전기차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2021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콘셉트투’는 1,888마력 출력의 모터를 탑재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에 1.85초가 걸리는 고성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차량도 만들고
기술과 부품도 공급한다
리막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실제 차량을 만들면서 축적된 기술력으로 전기차 구동계를 다른 슈퍼카 회사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웨덴 회사 코닉세그의 슈퍼카 ‘레제라’에 배터리 팩을 납품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애스턴마틴에도 리막이 배터리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리막은 “엔지니어링 회사로 슈퍼카 회사의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기술과 부품을 공급하는 형태의 사업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형태를 개발하겠다는 얘기다.

현대차와 기아차
리막에 13.7% 지분 갖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2019년 5월 리막에 약 1,100억 원을 투자해 각각 지분 11.0%와 2.7%를 갖고 있다. 둘이 합쳐 13.7%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다. 투자할 당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등이 직접 자그레브 리막 본사를 찾아가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큰 열의를 보여 화제였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리막이 보유한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활용해 고성능 수소 전기차 등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 등을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협업으로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전동형 차량으로 보다 신속하게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와 리막은 2020년까지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선보일 계획이다.

폭스바겐,
31%의 지분을 갖게 될지도
다시 앞서 한 얘기로 돌아가 보자. 현재 리막의 대주주는 포르쉐로, 1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폭스바겐이 리막에 부가티를 매각하고 15.5%의 지분을 받게 된다면, 단숨에 포르쉐와 함께 대주주가 된다.

그러나, 포르쉐는 폭스바겐의 산하 브랜드이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은 사실상 31%의 지분을 갖는 엄청난 대주주가 된다. 현대차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현대차는 그 나름대로 큰 결심을 하고 리막에 투자를 진행했다. 그리고 기술 제휴를 통해 더 좋은 전기차를 개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난데 없는 폭스바겐의 엄청난 투자로 인해, 잘못하면 그 기회를 빼앗겨 버릴 위기에 처한 모양새가 됐다.

이번 협상에 대해 저널은, 폭스바겐이 코로나19 사태로 생긴 경기 침체에 대비한 현금 확보를 넘어서 사업구조 재편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간 폭스바겐의 입장에서 부가티는 브랜드 이미지나 상징성은 크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아픈 손가락이었다. 실제로 부가티에 막대한 개발 비용이 투입된 것에 반해, 차량 1대를 팔 때마다 500만 달러, 즉 한화로 약 58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더욱이 폭스바겐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23%나 감소했다. 디젤게이트 이후 꾸준히 증가한 부채도 244조 원에 육박한 상황인 만큼, 부가티와 같은 브랜드를 계속 떠안고 있기에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폭스바겐 그룹은 이번 계약이 체결되면, 리막의 최신 전기차 기술과 자율주행 시스템, 전기차 분야의 통합 소프트웨어 기술의 접근 권한을 얻어 치열한 전기차 경쟁에서 앞서 나갈 것이다. 폭스바겐의 발 빠른 움직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대차의 움직임이 둔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측에서도 조금 더 공격적이고 발 빠른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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