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달성소방서)

현대차가 출시한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소식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외와 국내에서 수차례 화재가 발생했지만 아직 원인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참다못한 몇몇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기도 했다.

코나 일렉트릭 화재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자 현대차는 지난 5일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이달 중 자세한 조치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안내를 했지만, 화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나서야 대응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코나 일렉트릭 화재에 대한 현대차의 대응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충전 여부에 상관없이 화재 발생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화재 사고에 대해 정리해보자. 첫 번째 화재는 2018년 5월, 현대차 울산 제1공장 생산 라인에서 발생했다. 부품 조립을 끝내고 이동을 위해 잠시 세워둔 차에서 불이 났다. 이후 3달이 지난 8월에 동일한 장소에서 뒷바퀴 쪽에서 불이 났다.

작년 7월 2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충전 중이던 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손은 물론 차고 지붕도 사라질 만큼 큰 폭발이 동반되었다고 한다. 7월 28일에는 강릉에서 충전 중이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과수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2달 반 후 원인 규명 불가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8월 9일에는 부천에서 주차 중이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이 전손 되었지만 현대차는 소방당국과 합동감식을 거부했다.

(사진=민중의소리)

8월 13일에는 세종시에서 완속 충전 중이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9월 17일에는 오스트리아에서 달리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5월 29일에는 대구시에서 충전이 완료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급속 충전기의 콘센트가 꼽혀 있던 상태였으며, 전손 되었다. 8월 7일에 대구에서 화재가 또다시 발생했으며, 마찬가지로 전손 되었다.

(사진=뉴스원)

8월 말에는 정읍에서 주차된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 차주는 “전날 충전을 마친 뒤 충전기를 분리한 상태로 이틀간 운행 없이 뒷마당에 주차해둔 상태에서 불이 났다”라고 말했으며, “대체로 완속 충전을 하는 편이며, 급속 충전은 장거리 운행 도중에 하는 것 외에는 쓰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제주도에서는 충전 도중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월 4일에는 대구 테크노폴리스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완속 충전기 앞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충전을 마친 후 불이 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집계된 코나 일렉트릭 화재는 총 13건이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코나 일렉트릭 화재 다음 날인 지난 5일,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을 소유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문자를 발송해 “최근 코나 일렉트릭 모델 일부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문자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금번 화재 관련 조치 방안에 대해 최종 유효성 검증 후 10월 중 고객 안내문을 통해 자세한 조치 내용을 알려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사진=SBS)

사과는 했지만
원인은 여전히 확인 불가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 화재에 대한 사과는 했지만 명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밝혀지지 않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낸 사과 문자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부가 작년 9월, 코나 일렉트릭의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으나 현대차는 배터리에 이상이 있으면 계기판에 경고가 뜨도록 이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며, 화재 원인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조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한 소비자는 지난 9월에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민중의소리)

원인 조사를 하고도
관련 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가 대응을 잘했다면 2018년 발생한 화재 두건으로 끝낼 수 있었으며, 설령 이후에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해도 조기에 해결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공장에서 발생한 두 차례 원인이 “1,2차 화재 원인 조사 결과, 배터리 냉각수 연결호스를 완전히 체결하지 못해 발생한 조립 실수”로 확인했다.

냉각수가 지나는 연결 호스가 제대로 체결되지 않았고, 이 틈으로 유출된 냉각수가 배터리팩에 접촉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후 현대차는 냉각수 연결호스가 완벽하게 체결되었는지 확인하는 자동 장비를 도입해 전수 검사를 진행하는 등 예방책을 적용했다.

(사진=민중의소리)

하지만 두 차례 원인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도 이를 관련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으며, 소비자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제조사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라고 판단한 경우 지체 없이 소비자에게 통보하고 리콜 등 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가 밝힌 조사 결과는 명백히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차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는 자동차관리법상 보고 의무가 없다”라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조사하는 결함 원인이 2018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냉각수 연결 호스 조립 불량으로 밝혀진다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배터리 업체?
화재를 둘러싼 책임 공방
한편 코나 일렉트릭의 연이은 화재로 배터리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차량에는 LG화학의 ‘NCM622배터리가 들어간다. 이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6:2:2로 혼합해 만들어진 것이다. 즉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LG화학 등 여러 업체가 얽혀 있어 책임 소재가 매우 복잡하다. 만약 리콜 사례까지 갈 경우 조 단위 비용 부담은 물론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대구소방안전본부)

코나 일렉트릭의 제작 과정 일부를 살펴보면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의 합작법인 HL그린파워에서 해당 배터리셀을 납품받아 배터리팩을 만든다. 이를 다시 현대모비스가 납품받은 후 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를 만든다. 여기서 현대차가 설계한 배터리관리시스템과 현대모비스가 설계한 냉각시스템 등 각종 보호, 제어 시스템이 장착된다.

여기서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가 관건이다. 문제 발생 원인에 따라 한 회사 단독 책임이 될지, 여러 회사의 분할 책임이 될지 결정이 될 것이며, 분할 책임을 경우 비율도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LG화학 100% 책임이 아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도 일부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지부진한 대응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
현재 현대차와 국토부가 합동으로 제작 결함 조사를 하고 이번 달 내로 자세한 조치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지부진한 대응으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화재가 발생한 지 2년, 냉각수 호스 체결 불량으로 밝혀진 2018년 화재를 제외해도 1년이나 지난 기간 동안 원인조차 밝히지 못해 지금도 코나 일렉트릭 운전자들은 불안함 속에서 차를 운행하고 있다. 제조사의 과감하고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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