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체제로 들어선 현대차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신차품질 문제와 관련해 다시 한번 “품질경영”을 외치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당장 품질 개선 비용으로만 약 3조 3,900억 원 상당의 충당금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였으며,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현대차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울 뿐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돈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문제 분석부터 철저하게 진행해서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저래놓고 막상 센터에 가면 제대로 고쳐주지도 않을게 뻔하다”라며 제조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해 주목받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 품질경영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사진=조선비즈)

“모든 활동은 고객중심”
취임사에서 ‘고객’을 9번이나
언급한 현대차 정의선 신임 회장
지난 14일 오전 7시, 현대자동차 그룹 임원진들은 한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수석 부회장을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는 2018년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2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기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본격적인 정의선 회장 시대가 막이 오른 것이다. 14일 정의선 신임 현대차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면서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다”라는 의지도 드러냈다. 또한 “전 세계 모든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라는 포부를 밝혀 주목받았다.

정의선 신임 회장의 취임사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고객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고객을 9번이나 언급하였으며, 소통 역시 강조했기에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현대기아차 신차 품질 문제와 관련해서도 빠른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 회장 취임 후 곧바로
리콜 비용 3.4조 원
충당금 확보한 현대차
기대에 부응하듯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약 1주일 만인 지난 19일, 약 3조 4,000억 원 규모의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2조 1,352억 원, 기아차는 1조 2,592억 원 상당 규모를 충당금으로 쌓는 방식이다. 그간 국산차 제조사 중 품질 보증을 위한 충당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영업이익이 5조 6,000억 원 규모이니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품질비용으로 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현대차가 충당금으로 사용하는 곳은 다름 아닌 ‘세타 2 GDI 엔진’의 리콜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문제가 지속되어왔지만 이는 아직도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았기에 현대차는 보증 기간을 12.6년에서 19.5년까지 늘리고 엔진 품질 개선 대상을 ‘세타 2 MPI’, ‘HEV’와 ‘감마’, ‘누우 엔진’도 모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되는 차량 국내외 판매분은 약 737만 대 규모로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제시했던 세타 2 GDI 엔진 차량 459만 대보다 268만 대가 늘어난 수치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차량에 적용된 엔진인 세타 2 MPI, HEV, 감마, 누우 엔진을 단 차량 역시 엔진 진동 감지 시스템(KSDS)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고객 신뢰 회복하기 위한 방침”
상황의 심각성 인지한 현대차
대규모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현대차 그룹이 리콜 비용을 충당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업계에선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들이 이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련 정보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그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며 “눈앞의 실적에 연연하기 보다 고객의 품질 관련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단”임을 피력했다.

실제로 현대차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고객에게 신뢰를 잃으면 끝장’이라고 강조했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현대기아 신차 품질 논란을 현대차 내부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게 된다.

(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아직도 세타 엔진 처리 못했냐”
“피해 고객들에게 사과가 우선”
냉담한 반응 보인 소비자들
하지만 해당 소식을 접한 현대차 소비자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 그지없었다. 품질 비용을 3.4조 원 쌓는다는 기사에는 “세타 엔진 이슈 된 게 언젠데 2020년 지금 처리하고 있냐”, “지금 당장 출고되는 차들도 문제 많은데 이건 대체 언제 해결하려고”, “피해 고객들에게 먼저 사과하는 게 우선 아니냐”라며 오히려 제조사를 비판하는 의견들로 도배가 되었다.

“이제라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보이니 다행이다”라는 의견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낸 것이다. 한 네티즌은 “3조 충당금 쌓아두면 또 차 값 올리겠네”라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충당금만 쌓아놓으면 뭐 하나, 제대로 고쳐주지도 않을 거면서”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그간의 사례들로 보아
리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의 의견이 이렇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현대차의 대처가 너무 늦었기에 민심은 이미 떠난 상태”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매번 ‘개선하겠다’, ‘고쳐주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실제로는 달라지는 게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그간 존재했던 다양한 사례들 때문에 나오게 된 이야기다.

실제로 리콜 또는 무상수리 조치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요한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가장 많이 팔린 국산차 타이틀을 가져간 더 뉴 그랜저는 크래시패드 눌림 현상을 단순히 스펀지로 공간을 채워 넣는 식의 대처를 하는가 하면, 2.5 스마트스트림 엔진의 오일 감소 문제 역시 오일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레벨 게이지를 기존 보다 긴 것으로 교체하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내리고 있다.

(사진=’더 팰리세이드 순수오너클럽’ 제공 | 무단 사용 금지)

그랜저만큼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싼타페보다도 더 많이 팔리고 있는 현대 팰리세이드 역시 많은 차주들이 결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쏘렌토와 여러 차종에서 발생한 에바 가루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팰리세이드에선 ISG 로직에 오류가 있는 차량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으나, 현대차는 어떠한 조치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ISG는 Idle Stop & Go’ 시스템으로, 신호 대기와 같은 정차 상황에서 잠시 시동을 꺼주는 장치다. 그런데 이 장치가 팰리세이드 변속기 로직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오작동이 발생해, 시동이 다시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엑셀, 브레이크가 먹통이 되는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대기아차 신차 관련
결함으로 불만을 호소한 여러 고객들
현대기아차 이미지가 이렇게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 것은 비단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현대차 신차품질 문제는 매번 꾸준히 지적되어 왔으며, 특히 올해 출시하는 신차들에선 어김없이 다양한 결함, 품질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물론 고스란히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많은 차주들이 품질과 관련된 불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현대기아차는 적극적인 대처 없이 소극적인 대처와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일부는 당장 리콜을 실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결함임에도 불구하고 단순 무상수리 조치만을 실시하는가 하면, 문제가 있어 차를 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차주들의 불만도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가고 있다.

올려치기, 내려치기 등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일각에선 “차를 만드는 제조사 뿐만 아니라 공장 근로자들 근무 실태도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현대차 공장 내에서 발생한 올려치기, 내려치기 작업 또는 악습으로 불리는 여러 사건들 때문에 신차 개발과정이 아닌 조립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차에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진정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먼저 다가가는 기업이 되려면 우선 지금 당장 출시하는 신차들부터 문제가 없도록 잘 만들어야 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시엔 이를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한 뒤,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번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쉽게 돌리기란 쉽지 않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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