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20년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3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리콜 충당금을 확보하며, 3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었다.

현대차는 예상대로 3분기 당기순손실 1,88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리콜 충당금 확보에도 당기 순이익 1,337억 원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두 제조사 모두 충당금 확보로 인해 예상되던 대규모 적자치보단 훨씬 좋은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실적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선 “최근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고가의 자동차 판매 비율이 늘었고, 신차 구매 고객들이 상위 트림 또는 한 단계 더 높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요즘 아반떼 사려다 그랜저 사게 되는 시대”라며 현대차 옵션과 가격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기도 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기아차 3분기 영업이익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재차 품질경영 강조하며
3조 규모의 리콜 충당금을
확보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는 재차 품질경영을 외쳤다. 평소 “고객에게 신뢰를 잃는 순간 끝”이라며 품질을 매번 강조했던 만큼, 많은 소비자들은 이제는 현대기아차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이에 부응하듯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취임한지 1주일 만에 3조 규모에 달하는 리콜 충당금을 확보했다. 이는 3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었음에도, “무조건 품질을 우선시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사회는 책임지고 물러나라”
강하게 규탄한 현대기아차 노조 측
그러나 충당금 확보로 인해 3분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면서, 현대기아차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그들은 공식 성명문을 통해 “피땀 흘려 만들어낸 실적을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적자로 전환되게 만든 경영진을 규탄한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또한 “설계 결함으로 발생한 엔진 문제를 노조 측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라며 억울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기아차 노조 측은 “3분기 품질비용 충당금을 쌓느라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경영진이 변칙 경영을 스스로 합리화 시키는 것”이라며 “이사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차 당기순손실 1,888억 원
기아차 당기순이익 1,337억 원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지난 26일,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컨퍼런스콜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IFRS 연결기준 현대차는 3분기 영업손실 3,138억 원, 경상손실 3,623억 원, 당기순손실 1,888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기아차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었음에도 오히려 흑자를 기록해 주목받았다. 3분기 총매출액은 16조 3,218억 원이었으며, 영업이익 1,953억 원, 경상이익 2,319억 원, 당기순이익 1,337억 원을 기록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59%나 낮아진 순이익이었지만, 충당금 확보에도 흑자를 기록했으니 충분히 주목한 만한 수치였다.

역대급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고급차, 상위 트림 판매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두 브랜드의 구체적인 판매량이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글로벌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으나, 내수시장 판매량은 21.9% 증가한 19만 9,051대를 판매했다. 기아차역시 글로벌 판매량은 0.4% 감소했지만, 내수시장 판매량은 3.2% 증가하여 주목받았다.

현대차는 올해 초 론칭한 제네시스 GV80과 G80이 연이어 성공했고, 아반떼 같은 신차들 역시 뛰어난 판매량을 보여 실적을 끌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회사 측에겐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고가 라인업 승용차가 많이 판매되었기에 그만큼 순이익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기아차역시 마찬가지였다. 안정적인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중형 SUV 쏘렌토와 신형 카니발이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주력 라인업인 셀토스, K5 역시 내수 시장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의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흑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주력 차종의 상위 트림
선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판매량으로 라이벌인 싼타페와 쏘나타를 압도하고 있는 기아 신형 쏘렌토와 K5는 상위 트림이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았다. K5는 전년 동기 대비 상위 트림 판매 비중이 무려 3배나 높아졌다. 2019년 3분기 기준 트림별 판매 비중은 하위 35.7%, 중간 41.2%, 상위 23.1%였으나, 신형 K5의 판매 비중은 중간 12.3%, 상위 59.6%, 최상위 28.1%를 기록한 것이다.

쏘렌토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3분기 기준 트림별 판매 비중은 하위 2%, 중간 35.2%, 상위 62.8%였다. 올해 3분기 판매 비중은 중간 4.1%, 상위 59.8%, 최상위 36.2%다. 중간 트림 수요가 대부분 상위 또는 최상위 트림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깡통 사려다 풀옵션 사게 되는 구조”
현대기아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은 “깡통을 사려고 마음먹고 전시장에 방문하면 결국 상위 등급을 사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아반떼를 사려다 쏘나타나 그랜저를 사는 경우도 존재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출시한 신차들의 상위 트림 구매 비중이 늘어난 것은 가성비를 선호하던 기존 소비자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성비를 중시하더라도 결국엔 필수적으로 필요한 옵션들을 선택하다 보면 결국 상위 트림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만들어 놓은 트림 구성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1,717만 원부터 시작하는
아반떼 사려다 그랜저까지
찾아보게 될 수 있는 이유
아반떼를 예로 한번 살펴보자. 1.6 가솔린 자동변속기 모델 기준 최저가격은 1,717만 원에 판매되는 스마트 트림이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유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같은 사양들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기본 사양은 직물 시트가 적용되며, 15인치 스틸 휠이 적용되는 그야말로 깡통 사양이다. 사이드미러도 수동으로 접어야 하며, 내비게이션은 당연히 없다.

2020년에 직물 시트와 15인치 스틸 휠을 장착한 신차를 구매하고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싫다면 44만 원을 추가하여 익스테리어 디자인 1과 25만 원짜리 인조가죽 시트를 추가하면 되지만 그러면 1,948만 원짜리 모던 트림이 아른거리게 된다.

모던 트림을 선택하게 되면 15인치 알로이 휠과 인조가죽 시트는 기본 사양으로 장착되며, 통합 주행모드, 사이드미러 전동접이, 앞 좌석 열선시트, 운전석 통풍시트, 스마트키, 스마트 트렁크, 듀얼 풀 오토 에어컨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된다. 이 정도면 꽤나 매력적이다.

그런데 모던 트림을 선택하게 되면 수많은 옵션들이 소비자를 반긴다. 123만 원짜리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을 추가하면 10.25인치 내비게이션을 얻을 수 있으며, 여기에 39만 원을 더하면 최신 자동차 느낌이 물씬 나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도 얻을 수 있다.

외관 스타일이 중요하다면 17인치 알로이 휠을 선택할 수도 있고,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이 포함된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도 존재한다. 이것저것 다 추가하다 보면 어느덧 아반떼 가격은 2,500만 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그러면 “그럴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라는 듯이 인스퍼레이션 트림이 소비자를 반긴다. 2,453만 원짜리 인스퍼레이션을 선택하면 고민할 필요 없이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LED 램프와 가죽시트, 통풍시트 등 온갖 사양들이 모두 다 탑재되어 있다. 인스퍼레이션에서 추가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선루프와 17인치 알로이 휠, 타이어뿐이다.

모던 트림에 모든 옵션을 추가하는 것보다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선택하는 게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결국 고민하다 깔끔하게 인스퍼레이션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아반떼는 출시 이후 한 달간의 판매 집계에서 최고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을 구매한 소비자 비중이 44% 임을 발표했다.

선택은 소비자 개인의 몫이지만
현실 적으론 고민될 수밖에
아반떼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풀옵션으로 출고하게 될 시 세금을 포함한 실구매 가격은 2,700만 원에 육박한다. “아반떼를 이 가격에 주고 사는 건 미친 짓이다”라며 비판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하지만, 이 정도 가격에 이만한 사양을 가지고 있는 준중형 세단을 찾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의 영역이다.

하지만 2,700만 원이라면 최근 난리 난 폭스바겐 제타를 살 수도 있으며, 현대차 내에선 한 등급 높은 쏘나타 프리미엄 등급 구매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풀옵션 가격이 3천만 원에 육박하는 아반떼 N 라인이나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려 하면 무리해서 3,294만 원짜리 그랜저 가솔린 2.5 프리미엄을 가시권에 올릴 수도 있다.

그렇게 많은 소비자들이 원래 사려던 차에 조금 더 보태서 상위 등급 사다가 윗급 차로 넘어가게 되고 옵션 질이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실제로 아반떼를 사려다 결국 그랜저를 구매하게 된 한 차주의 이야기는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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