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얘기한다. “현대차는 죽었다 깨어나도 슈퍼카를 못 만든다”라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누군가는 “만들 수 있는데 안 만드는 거다”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현대차가 슈퍼카를 안 만드는지 못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갑론을박이 이어져왔다.

그간 현대차가 콘셉트카로는 슈퍼카 등장을 예고할 정도로 파격적인 차량들을 선보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최종 양산까지 진행되지 못했고, 2020년 현재 현대차가 생산하는 슈퍼카는 단 한 대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누군가는 “그렇게 국내에서 무시당하는 쉐보레도 슈퍼카를 만드는데 현대차라고 못 만들겠냐”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정말 현대차는 슈퍼카를 만들 수 있으면서도 안만들어 왔던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와 슈퍼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슈퍼카의 등장을 예고하는듯한
현대차 콘셉트카들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사진만 보아도 매우 파격적인 이 두대의 자동차는 모두 현대차가 만들어낸 콘셉트카다. 현대 뿐만 아니라 기아차 역시 스포츠카 또는 슈퍼카를 예고하는 듯한 컨셉트카를 만들어 선보인 이력이 존재한다. 이런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현대기아차가 이런 차를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 수밖에 없다.

모두 실제로 양산까진 이어지지 못하고 콘셉트카로 끝난 차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차가 이런 콘셉트카들을 양산화하여 슈퍼카를 만들면 어떻게될까? 조금 질문을 바꿔서 현대기아차는 슈퍼카를 안 만드는걸까, 못 만드는걸까?

‘인터넷 슈퍼카’의 대명사
국내 판매량이 매우 저조한 쉐보레
‘인터넷 슈퍼카’라는 말이 있다. 당신은 이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서 어떤 차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 쉐보레를 많이 떠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슈퍼카는 성능이 좋아서 슈퍼카라 불리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만 반응이 슈퍼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뜨겁고, 실제로는 판매량이 폭망 수준인 차들을 뜻한다.

물론 쉐보레도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구형 크루즈가 팔리던 시절과 더불어 현행 말리부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쏘나타를 위협할 만큼 잘 나갔었다. 그러나 인기가 오래가지 못했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차는 좋은데”, “기본기는 정말 좋다”라는 말만 많을 뿐 판매량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현빠’들도 무시하지 못하는
쉐보레가 만들어낸 자동차
카마로, 콜벳
그런데 인터넷 슈퍼카의 대명사인 쉐보레 차 중에서도 이 차들만큼은 네티즌들이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현빠’들 조차도 무시 못한다는 차. 진 한 장 공개되자마자 “역대급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차, 쉐보레 카마로와 콜벳이다.

두 자동차는 배기량 깡패 수준의 6.2리터 V8 엔진을 장착하고, 저렴한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으로도 유명하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가성비 스포츠카’, ‘가성비 슈퍼카’로 통하고 있다. 콜벳 같은 경우는 과거에 국내 출시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식 판매되지 않아서 “국내에서도 팔아달라”, “나오면 바로 사겠다”라는 의견도 많은 상태다.

카마로와 콜벳, 분명 ‘인터넷 슈퍼카’에 불과한 쉐보레가 만든 차인데 유독 이 두 차종만큼은 무시당하지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현빠” 성향을 가진 사람들조차 함부로 무시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두 자동차.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차에선 볼 수 없는 자동차들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대배기량 V8 엔진을 활용하여 슈퍼카에 준하는 성능을 내는 고성능 자동차를 시장에 선보인 이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앞으로도 이런 차들을 볼 수 있을지 조차 미지수다.

그나마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고성능 자동차는 제네시스 쿠페,
G70, 스팅어 정도가 전부다
현대차가 여태 선보였던 고성능 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차는 그나마 바로 떠오르는게 제네시스 쿠페 밖에 없다. 최근에서야 그나마 G70, 스팅어가 등장했지만, 과거 쿠페로 출시된 투스카니나 티뷰론 같은 차들을 스포츠카, 또는 슈퍼카라고 부르기엔 무리수다.

제네시스 쿠페 역시 완전한 고성능 머슬카나 슈퍼카라 부르기에는 무리이며, 탈만한 후륜구동 쿠페라는 수식어 정도가 붙었던 자동차이기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도 슈퍼카에 준하는 성능을 가진 고성능 자동차를 출시해 주길 바랬다. 또한 네티즌들 사이에선 현대차가 슈퍼카를 안만드는 것인지, 못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현대차 내부에선
못 만드는게 아니라
안 만드는 거라는 분위기가 짙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슈퍼카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것에 가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페라리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가졌고, 디자인은 람보르기니보다 멋지고, 가격은 포르쉐보다 합리적인 슈퍼카, 그런데 현대 베지를 달고 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떤 차를 살 것인가?” 라고 물었고, 이에 선뜻 현대차를 구매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이런 생각이 강하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굳이 슈퍼카 라인업이 필요할까”라는 뉘앙스로 답변하기도 했고, 실제로 이런 차들이 그랜저만큼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기업이라 어쩔 수 없는 생각이다”라는 의견과 “돈밖에 모르는 회사다”라는 의견이 맞붙기도 했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굳이 슈퍼카를 만들 이유가 없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카마로나 콜벳 같은 차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잘 팔리지도 않고, 개발 비용은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슈퍼카나 스포츠카는 그저 돈은 많이 들고 팔리지는 않는 애물단지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있다. 대중 브랜드라고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만들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콜벳과 카마로는 미국의 대중 브랜드인 쉐보레가 만들어낸 자동차이며, 일본 제조사인 토요타는 수프라와 86을 만들었다. 또한 혼다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NSX를 만들어 주목받기도 했다. 대중 브랜드들도 글로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할만한 차를 하나 쯤 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브랜드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들 역시
다양한 슈퍼카들을 생산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처한 제네시스쪽도 살펴보자.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저마다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만들어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말할것 도 없고, BMW, 아우디, 그리고 렉서스까지 고성능 모델을 만들어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제네시스도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 예정대로 제네시스가 에센시아를 양산화해버린다면 이런 이야기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현대차에 수억 원을 낸다 해도 사지 못하는 차가 바로 슈퍼카다. 아예 존재하질 않으니 말이다. 지금 현대기아차 그룹에 있는 V8 모델은 제네시스 G90과 기아 K9 같은 고급 세단들 뿐이고. 그나마 스포츠카 이미지가 강한 스팅어나 G70 은 3.3 V6 엔진이 가장 높은 사양이다.

“현대차도 할 수 있다” 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대표차종
하나쯤은 존재해야
개인적으론 현대차에게도 이런 차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이런 차들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그리고 현대차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라면, 다른 제조사들 앞에서 자신있게 내밀 수 있는 현대차 브랜드를 달고있는 아이코닉 모델 하나쯤은 있어줘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빠른 차”를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만듦으로써 그 브랜드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고, 이러한 과시를 통해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충성도도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과시한 기술력은 자연스럽게 경쟁 브랜드와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그만큼 찾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영국 탑 기어 같은 프로그램에서 수프라 같은 차를 리뷰할 때 경쟁 상대로 현대차가 만든 고성능 스포츠카를 가지고 나와서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서 이기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현대차 위상과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다만, 현재로썬 수백억 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현대차가 이 차들을 만들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은 사실이다. 내부적으로도 ‘돈 되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여서 넉넉한 개발비가 있어도 개발자들 마음대로 만들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차와 슈퍼카, 그리고 쉐보레와 같은 대중 브랜드가 만드는 스포츠카, 만약 현대차가 이런 슈퍼카들을 만들어 낸다면 어떻게 될까? 뛰어난 퍼포먼스를 자랑하면서도 지금처럼 가성비로 승부할 수 있는 현대차를 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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