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차게 북미시장에 진출했지만 처참한 실패를 맞이한 제네시스가 재도약을 시도한다. 제네시스는 올해 초 국내 시장에 먼저 출시하여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GV80과 신형 G80을 북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V80 신차발표회를 통해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을 열심히 어필했다. 이후 지난 1월부터 미국에서 GV80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고, 최근엔 사전계약 물량이 2만 대를 넘어서 향후 판매량이 기대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북미 시장 반등을 노리는 제네시스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제네시스 북미 판매량은
처참한 수준이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10월 제네시스의 북미 판매량을 집계하여 보도해 드린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선 다른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저 멀리 따돌리고 활약 중인 제네시스였지만, 북미 시장에선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결과를 확인했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는 G70, 구형 G80, G90 이렇게 세대의 차를 판매하고 있다. G80은 구형 모델이라 사실상 상품성이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으며, G90 역시 2015년 만들어진 EQ900을 베이스로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모델이기에, 2020년 현재 타사의 플래그십 세단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기엔 어렵다는 평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라인업과
부족한 상품성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맞이한 것
그나마 2017년에 출시한 G70은 비교적 최신 모델일 뿐만 아니라, D세그먼트 라이벌 세단의 끝판왕인 BMW 3시리즈를 정조준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덕에 제네시스 라인업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했다. 사실상 북미시장의 저조한 제네시스 판매량을 견인한 것은 G70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제네시스의 북미 시장 패인은 ‘라인업 부재’와 ‘상품성 부족’을 손꼽을 수 있다. 북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모두 다채로운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세단이나 SUV 모두 중형부터 대형을 아우르는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네시스는 그간 SUV가 존재하지 않았고, 세단 역시 한정된 종류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들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올해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는
재도전을 의미하는 중요한 모델이다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해 제네시스가 작심한 것이 올해 출시한 최초의 SUV GV80과 신형 G80이다. 제네시스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입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로 변화했으며, 수입차에 대적하기 위해 경량화 및 운동성능을 개선하고 다양한 첨단 장비들을 탑재해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다행히 제네시스의 새로운 디자인은 국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상품성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소식에 올해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중간에 다양한 결함 및 품질 문제들이 발생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1월, 북미시장에서
GV80 사전계약이 시작됐다
제네시스가 올해 출시한 GV80과 신형 G80은 국내에서의 평가와 소비자들 반응이 워낙 좋았기에 북미 시장에서도 이것이 먹혀들지 기대되었던 게 사실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1월부터 GV80의 북미시장 사전계약을 실시했고, 최근 누적 계약 2만 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GV80이 북미시장에서 사전계약으로만 2만 대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제네시스가 드디어 북미시장에서 극찬 받기 시작했다”라며 다양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자동차 업계 역시 제네시스가 그간의 설움을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진짜 대박일지 아닐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에도 함정이 존재한다. 지난번 제네시스 북미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로 알 수 있지만, 매번 국내 언론에선 “제네시스 북미에서 00% 증가한 판매량”, “전년 대비 00%나 증가했다”, “역대급 판매량 기록”등으로 보도해왔다. 그러나 절대적인 판매 수치는 대부분 빠져있었으며, 다른 제조사는 제네시스 대비 얼마나 판매되는지에 대한 수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해보니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 판매량 꼴찌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GV80이 사전계약으로만 2만 대가 계약됐고,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제네시스 총 판매량이 2만 1,233대인 걸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지 미디어로부터 동력 성능과 정숙성, 승차감, 편의 사양 등 다양한 요소에서 두루 호평을 받고 있다”와 같은 기사들도 쏟아졌다.

제네시스가 출시할 신차들이 북미 시장 현지 기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건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간의 설욕을 씻어낼 수 있는 좋은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로 제네시스 GV80이 2만 대 이상 사전계약이 된 것이 대박일지는 향후 판매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사전계약이 진행된 기간이 무려 11개월 수준이다. 제네시스는 GV80 국내 론칭 후 곧바로 북미 시장에서 사전계약을 실시했으며, 5월쯤 1만 대를 넘겼다고 보도했고, 2만 대는 최근 집계된 사전계약 대수다. 11개월 동안 사전계약을 받아 2만 대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매년 1,700만 대가 판매되는
북미 시장, 브롱코는 1개월 만에
16만 5천 대를 돌파했다
미국은 매년 1,700만 대 정도의 자동차가 팔리는 국가이며, 중형 SUV는 매년 270만 대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판매 대수 규모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11개월 동안 사전계약으로 2만 대를 달성한 것이 과연 “대박”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할 정도인지는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할 문제다.

북미 시장에서 사전계약으로 대박이 났다는 말을 하려면 실제로 역대급 현지 반응이 이어진 포드 브롱코 정도는 되어야 한다. 포드 신형 브롱코는 사전 계약 1개월 만에 16만 5,000대를 달성했다.

라이벌 모델들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물론 연간 판매량이 2만 대 수준인 제네시스에게 사전계약으로 2만 대를 돌파했다는 건 분명 대단한 수치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전계약일 뿐, 실제로 얼마나 많은 판매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미 시장은 국내와 달리 제조사가 각 딜러에 차를 판매한 뒤, 딜러가 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따라서 한 딜러에서 다양한 제조사의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다.

GV80이 만약 정식 판매 시작 후 제네시스 판매량을 반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역대급 수치를 기록한다면 돌풍에 성공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채 초반 흥행이 반짝한 뒤 판매량이 추락하면 또다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GV80이 경쟁해야 할 상대들의 2019년 연간 판매량을 살펴보면 BMW X5가 5만 4,595대, 벤츠 GLE가 4만 9,980대, 인피니티 QX60이 4만 3,162대 판매됐다. 만약 GV80 사전계약 물량이 모두 판매되고도 꾸준히 매년 2만 대를 판매해야 이들 판매량의 절반 수치를 겨우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브랜드 전체로 놓고 보면 더욱 갈 길이 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35만 대, BMW는 32만 대, 일본 브랜드인 렉서스도 29만 대를 판매했다. 제네시스 GV80이 기적적으로 5만 대가 판매된다고 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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