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14일, 기아자동차가 새로운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공개했다. 텔루라이드는 북미에서 쏘렌토보다 윗급 개념으로 등장했으며, ‘현대 팰리세이드’와 많은 부분 공유한다. 북미 시장 판매는 올해 5월부터 시작된다.

출시 이전까지 꽤 많은 이슈가 있었던 모델이라 국내 출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다. 소비자들의 출시 요구가 나름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기아차가 텔루라이드를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팰리세이드와의 간단한 비교와 함께 기아차가 한국 시장에 텔루라이드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1. 팰리세이드처럼
8인승 기본 구성
7인승 옵션 개념

앞서 잠깐 언급했듯 텔루라이드는 팰리세이드와 많은 것을 공유한다. 우선 텔루라이드는 7인승과 8인승으로 실내가 구성되는데, 그중 8인승이 기본 구성으로 제공되고 7인승이 옵션 개념으로 제공된다.

8인승 모델은 2열에 벤치형 3인승 시트가 장착되고, 7인승 모델은 2열에 독립형 시트가 두 개 장착된다. 팰리세이드도 8인승이 기본, 7인승이 옵션 개념으로 제공되고 있다.

2. 플랫폼과 3.8 V6 GDi
팰리세이드와 공유한다
생산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텔루라이드는 팰리세이드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을 공유한다. 차이가 있다면 팰리세이드는 싼타페와 같이 울산 공장에서 생산되고,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

파워 트레인은 295마력, 36.2kg.m 토크를 발휘하는 3.8리터 V6 GDi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만 서로 공유하는 중이다. 북미 시장 성격상 텔루라이드에 2.2 디젤 R 엔진이 장착될 가능성은 낮다. 물론 한국에 도입된다면 디젤 엔진이 장착되겠지만 말이다. 3. 에어 서스펜션도
옵션으로 제공된다

외신에 따르면, 텔루라이드는 에어 서스펜션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텔루라이드는 팰리세이드와 동일한 방식의 전륜 구동 기반 플랫폼과 더불어 사륜구동 시스템도 장착한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뒷바퀴로 토크를 최대 35%까지 보낼 수 있으며, 서스펜션 감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리어 에어 서스펜션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더불어 어린이나 애완동물이 뒷좌석에 남아있는지 감지하는 센서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가 가까이 접근할 경우 뒷문을 잠그는 기능 등도 제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리적인 이유
크게 다섯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비록 기아차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자동차 언론이고, 이 기사를 보는 독자는 자동차와 관련된 정보와 더불어 자동차 시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글과 자료를 원한다.

기아차와 더불어 같은 집안 현대차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이유를 생각해낼 수 있다. 여기에 객관적 자료는 덤이다.

1. 유일한 프레임 SUV
마니아층도 꽤나 두터운
‘모하비’라는 브랜드를
좀 더 살려두기로 했다

국내에서 SUV로 오프로드를 즐기는 분들이 많은지는 모르겠으나, ‘프레임 SUV’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꽤 많이 계신다. 이들은 “SUV는 튼튼한 프레임 차체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모하비는 기아차의 유일한 프레임 보디 SUV다.

또한 기아차 입장에선 ‘모하비’라는 브랜드를 굳이 버릴 필요도 없다. ‘모하비’는 한때 기아차의 고급 브랜드로 론칭된다는 소문도 있었을 만큼 기아차 나름대로 브랜드 자부심이 강하다. 마치 현대차의 제네시스처럼 말이다. 기아차는 모하비를 텔루라이드로 대체하지 않고, 조만간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팰리세이드와 모하비를
굳이 팀킬할 필요 없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 있다. 현대차는 최근 브랜드의 새로운 대형 SUV라며 ‘팰리세이드’를 출시했다. 기아차는 세대교체 시기로 판매량이 낮아진 ‘모하비’의 재도약을 위해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텔루라이드가 출시되면 두 가지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첫째는 팰리세이드 판매량에 심한 간섭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둘째는 모하비 판매량에 간섭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셋째는 팰리세이드와 모하비 모두에게 판매량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텔루라이드를 조기 도입해 이제 막 출시한 팰리세이드의 판매 수요를 굳이 뺏어올 필요도 없고, 모하비 부분변경 모델의 수요를 뺏어올 필요도 없다.

3. 팰리세이드와 모하비
파워트레인 차이는 크지만
크기 차이는 생각보다 작다

팰리세이드가 현대차의 새로운 대형 SUV라는 타이틀과 함께 등장하여 모하비와 큰 차이가 있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크기 제원 수치 차이는 사실 눈에 띌 정도로 크진 않다. 물론 전륜구동 기반 모노코크 SUV와 후륜구동 기반 프레임 SUV라는 점, V6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팰리세이드’는 길이 4,980mm 너비 1,975mm, 높이 1,750mm, 휠베이스 2,900mm의 크기 제원 수치를 가졌다. ‘모하비’는 길이 4,930mm, 너비 1,915mm, 높이 1,810mm, 휠베이스 2,895mm의 크기를 가졌다. 길이는 5cm, 너비는 6cm, 휠베이스는 0.5cm 차이다. 텔루라이드는 심지어 모하비와 다르게 팰리세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파워 트레인도 공유한다. 팰리세이드 판매량에 모하비보다 텔루라이드가 더욱 심하게 간섭할 것이라는 이야기다.4. 기아차는 서자(庶子)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와
매우 많은 것이 겹친다

마치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 아래에 있는 것처럼, 기아차는 현대자동차그룹 아래에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는 몹시 많은 부분이 겹친다. 플랫폼과 더불어 파워트레인, 옵션, 그리고 차량의 크기와 시트 구성까지 모두 동일하다.

소비자들이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사이에서 고민할 것은 오직 디자인 하나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아차는 서자(庶子)라는 것. 기업은 서자(庶子)가 적자(嫡子)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례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팰리세이드가 신차효과를 보아야 하는 이 시점에서 텔루라이드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하극상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이라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5. 해외 생산 모델은
노조 협의 없이

도입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현대기아차는 한국 시장에서 만나보기 힘들다. 노조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가까운 선례를 하나 가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벨로스터 N’은 구매할 수 있지만, ‘i30 N’은 구매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생산 차량 수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노사 간 합의 사항에 있는 ‘독소 조항’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부품 및 완성차를 역수입하기 위해서는 노사 공동위원회의 합의를 통해야 가능하다”라는 내용이 있는 조항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조합원은 “해외 생산 차량 수입 선례가 반복된다면 회사 측이 일감을 줄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며 “파업 기간 중에 해외 수입 물량으로 대체된다면 협상 수단마저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이 충족된다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혹여 텔루라이드를 기다리던 소비자라면 너무 실망하기엔 이르다. 어쨌거나 이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 조건이 충족된다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

텔루라이드의 운명이 팰리세이드에게 달렸다 해도 무방하다. 팰리세이드의 판매량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고, 국내 대형 SUV 시장이 커지면 텔루라이드의 국내 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고로,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포드는 익스플로러 세대교체 모델을 올해 출시 예정이다.오늘 우리는 기아차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 텔루라이드를 선뜻 도입하지 않는 합리적인 이유를 다양한 근거와 함께 추측해보았다. 이 근거와 이유들을 모두 뒤집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싼타페와 쏘렌토다. 이들은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관계처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싼타페가 세대교체되기 전까지만 해도 플랫폼을 서로 공유했으며, 현대는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많은 옵션 항목들을 공유하고 있다.

대형 SUV 시장이 현재의 중형 SUV 시장만큼 커지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판매량 간섭’도 무의미해진다. 모하비도 부분변경과 연식변경만으로 수십 년 동안 수명을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 충분히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도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는 없을 것”이라 못 박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그들과의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