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유전자 정보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성향이 다른 까닭에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남이 볼 때는 그렇게 멋있고 예쁘다고 해도 내 눈에 그러리란 법은 없다. 조형적으로 훌륭하지만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안 느껴질 수도 있다.

자동차도 비슷하다. 사람마다 좋아하고 마음이 가는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있지 않아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자동차 제조회사는 디자인 전문가를 적지 않게 데리고 있다. 이들은 높은 연봉을 받는 만큼 저마다의 능력을 통해 치열한 논의와 시행착오를 겪었을 테고, 지난한 진통 끝에 완성차 디자인을 내놨을 것이다. 그럼에도 꽤 가끔 혹평의 도마 위에 올라가는 일이 있다.

김태현 기자

1. 아반떼

구관이 명관이란 말은 ‘나중 사람을 겪어 봄으로써 먼저 사람이 좋은 줄 알게 됨”을 일컫는 속담이다. 그렇다고 해서 먼저 사람이 언제나 능력이 뛰어나고 사람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 인간은 결국 새로운 것에 적응하게 되어 있는데 지금 가진 속성이 과거로부터 이어진 까닭에, 적응기간에 옛것이 그리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반떼에 한정해서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아직까진 잘 들어 맞는 것 같다. 완전히 새롭게 출시하는 신차였다면 미래지향적이라고 느낄 부분이 있고 삼각화살촉도 신선하다고 봐줄 법하지만 더뉴아반떼는 새로운 차가 아니다. 그 전 모델이 특별히 모난 곳 없이 무난했다. 구민철 디자이너도 고민이 많았을 거다. 다음 세대의 현대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담아내면서도 평가가 좋았던 구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와 디자인팀의 고생과는 별개로 아직까지 페이스리프트 아반떼는 낯설기만 하다. 2. G90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에서 실패했다. SUV가 꽤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끌었음에도 라인업을 보완하지 않은 점이 치명적인 패착 중에 하나였다. 딜러들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어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고 지적한 매체도 있었다. 렉서스가 토요타와의 관계를 철저히 숨겨 렉서스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성공한 것과 달리, 제네시스는 층에 두 발 딛고 버티고 있는 게 아니라, 층계참에 서서 위로 올라가지도 아래로 내려가지도 못하는 느낌이다.

G90이 예쁘게 나와주길 바랐던 이유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대중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지만 응원의 마음이 없지 않다. 내수 소비자를 더 존중하기를 바랄 뿐. 우리나라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인정받고 해외에서도 잘 나간다면, 꽤 기분 좋은 일 될 거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랄까. 유출됐던 G90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을 녹다운시켰다. 디자인 펀치라인으로 기분좋게 때려 눕힌 게 아니라 기분이 상해서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제네시스 디자인은 이상엽 전무가 총괄한다. 이상엽 전무는 피닌파리나, 포르쉐에서 인턴을 하다가 GM에 입사했고 폭스바겐에서도 일했으며 현대차로 오기 전에는 벤틀리 외관 디자인을 총괄하기도 했다. 그런 그였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G90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보면 아직은 예쁘다는 말이 쉽게 안 나온다. 실물을 봐도 마찬가지다. 아직 눈에 익지 않은 탓인지 눈이 사실은 정확했던 건지, 지금은 알 수 없다.
3. 팰리세이드

현대차에서 출시하는 오랜만의 새로운 대형 SUV다. 현대차의 베라크루즈, 맥스크루즈, 기아차의 모하비 그리고 포드의 익스플로러에서 알 수 있듯이 대형 SUV에 관한 수요는 늘 있어 왔다. 중형 SUV가 인기 있는 시장 상황에서, 가격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면 대형 SUV를 예정했어도 대형 SUV로 넘어갈 고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전계약 대수만 보면 일단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사전계약 첫날에 계약된 3,468대는 동급의 외산 대형 SUV의 작년 평균 5개월치 판매량에 가까운 수치. 실물 모습이 공개되면서 조금씩 눈에 익어가긴 하지만, 러시아 매체에서 최초로 유출된 사진은 꽤 충격이었다. 관련 내용을 다룬 오토포스트 기사의 댓글에도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심경이 많이 나타났으니까.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싼 크롬선은 수염자국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헤드램프는 생기다가 만 것 같고. 도로를 굴러다니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모델과 비교되면서 디자인에 관한 평가를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진 보류다. 4. 프리우스

자동차는 저렴하다고 해서 무조건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어느 소비자 리포트는 운전자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국산차의 가성비가 수입차보다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일본차는 가성비가 좋은 편에 속한다. 가격만 놓고 보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내구성이 좋아 잔고장이 덜하다는 평가 덕에 만족도가 꽤 높다. 아쉬운 건 외관 디자인. ‘특이디자인 천하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에서 차용이라도 하는 건지, 다른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튀는 디자인이 종종 보인다.

하이브리드차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프리우스. 외관 디자인에는 기술력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전보다 덜 튀어 보이긴 하지만 리어램프에는는 여전히 형이상학적인 무언가가 남아 있다. 전면부에는 어딘지 모르게 더뉴아반떼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앰블럼 방향의 헤드램프 모양이 비슷한 까닭일 테다. 독특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최고의 선택이 되겠지만 무난한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어려운 선택지일 수 있다. 코나

코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 비록 체급에서는 아우처럼 보이지만 램프 디자인에서 만큼은 맏형이다. 싼타페 TM과 팰리세이드에도 들어갔기 때문이다. 혼자 괴랄할 때는 특이한 혼종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SUV라인에 들어가는 공식이 되면서 홀로 세상풍파에 맞선. 작지만 강한 존재로 거듭나게 됐다. 보면 볼수록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예쁘다는 말이 숨을 토해내듯 자연스럽게 나오진 않는다. 가끔 경영학에서 공식적처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차별화’다. 이 단어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보편성이 마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성에 젖은 탓에 탄생한 게으름의 산물로 바라보게 된다. 소형 SUV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현대차는 너무 차별화를 의식했던 게 아닐까. 1위를 놓친 게 그렇게 충격이었을까. 처음부터 싼타페 등에 적용할 계획이 있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주간주행등을 위로 올리고 전조등을 밑으로 내린 디자인은 다른 자동차에서 보기 힘든 특징이기 때문에 시그니처로서는 괜찮은 아이디어다.

취향이 저마다 달라도
어느새 수렴되는 여론

사람마다 취향과 성향이 다르다고 해도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기준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선택지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A, B, C 중에서 하나 골라야 하는데 갑자기 D를 들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 마음에 들거나 안 들거나 디자인 취향은 결국에는 몇몇 모델로 수렴하게 된다.

굉음을 내면서 미려한 라인을 뽐내며 질주하는 페라리를 보면서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토포스트에서는 올해의 자동차는 뽑는 어워즈를 진행 중이다. 올 한 해 오토포스트를 있게 해준 독자들의 열렬한 참여를 바란다. 추첨을 통해 5만원 상당의 주유권이 지급된다. 이 기사에서 언급된 차량에 관해서도 호불호에 관한 의견을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