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효과는 상당했다. 훌륭한 기본기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독일차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던 일본차들의 판매량이 뚝 떨어졌고, 동급 국산차와 독일차, 볼보로 수요가 이동했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12월부로 국내에서 철수한다.

불매운동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얼마 전 토요타가 기만 광고로 논란이 되었다. 과거 라브4를 판매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중요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 누락해 차주들이 단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최근 법원이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토요타 기만 광고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안전 보강재인 브라캣은
국내 판매 모델에 장착되지 않았다
토요타에서 생산, 판매하는 준중형 SUV 라브4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SUV이다. 특히 미국에서 각 가정마다 필수라는 풀사이즈 픽업트럭 다음으로 많이 팔릴 만큼 인기가 많다. 그야말로 넘사벽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도 미국에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현대차의 모든 SUV 판매량을 합쳐도 라브4 판매량을 따라잡지 못한다.

라브4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높은 안전성을 꼽을 수 있다. 2013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최고 안전 차량(Top Safety Pick)에 선정되었다. 정면, 측면, 루프 강도, 헤드레스트 및 시트 부분에서 최고 등급인 G를 받았다. 스몰 오버랩 테스트는 최하위인 P를 받았지만 책정 당시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도입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차량이 점수가 좋지 않았다.

2015년형 모델은 구조 변경을 통해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도 G를 받아 다시 최고 안전 차량에 선정되었다. 다만 선정 이후에 시행된 동승자 스몰 오버랩에서는 P를 받았다. 한국토요타는 이 점을 활용해 2014년 10월부터 2015년형 모델의 카탈로그에 미국 IIHS 최고 안전 차량 선정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안전함을 강조했다.
 
 
2016년 1월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6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에 선정되어 2관왕을 차지했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된 라브4 2015~2016년형 모델에는 미국 판매 모델과 달리 안전 보강재인 브래킷이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브래킷 부품은 미국에서 해당 등급을 받기 위해 필요한 부품이다. 즉 브래킷이 장착되지 않은 라브4는 최고 안전 차량이라고 볼 수 없으며, 실제로 같은 충돌 실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 조사 착수
기만 광고로 과징금 8억 부과
차주들로부터 이와 같은 신고를 여러 건 접수한 공정위는 2016년 8월,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한국토요타가 기만 광고를 한 것이라며 광고중지명령과 8억 1,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한국토요타가 카탈로그 등을 통해 최고안전등급을 획득했다고 광고하면서, 국내 출시 차량의 안전사양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은폐,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해당 부품이 적용되지 않은 차량을 판매한 다른 국가에는 해당 문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진=뉴스핌)

한국토요타는 카탈로그에 기재된 ‘IIHS 최고안전차량 선정’문구와 관련해 카탈로그 맨 뒷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본 카탈로그에 수록된 사진과 내용은 국내 출시 모델의 실제 사양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고 언급했지만 공정위 위원들은 “글자가 작아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것을 보고 소비자들이 IIHS 결과가 미국 차량과 국내 차량이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이 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수천만원대 이르는 수입차 고객이라면 이미지만으로 해당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를 구입할 때 정보를 얻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카탈로그이며, 토요타를 사려는 잠재 고객이라면 카탈로그에 있는 문구 하나하나를 간단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충분히 오인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오마이뉴스)

마지막으로 “이 사안은 기만 광고가 문제 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최고 안전 차량에 선정된 것은 맞으나, 이와 관련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은폐하거나 누락한 정보가 있다면 기만 광고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이유를 밝히며 한국토요타의 광고행위가 차량 안전성에 있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공정위 심사관들은 과징금 부과 외 형사고발 조치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지만 과징금 부과 선에서 끝이 났으며, 검찰 고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매출에 비해 낮은 과징금
솜방방이 처벌 의혹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솜방방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가 된 2015~2016년식 라브4는 국내에서 총 3,624대가 판매되었고, 이를 통해 한국토요타는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과징금은 0.8%에 해당하는 8억 1,700만 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국내법상 과징금 부과 가능 금액은 최대 2%, 즉 한국토요타의 경우 최대 20억까지 부과될 수 있다. 게다가 해당 건은 소비자의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은폐, 누락한 것이기 때문에 법정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한국토요타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올해 1월, 법원은 공정위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토요타를 향한 단체 소송
법원은 화해권고 결정
1인당 80만 원 배상
라브4 차주 317명은 지난해 5월, 1인당 500만 원, 총 15억 8,5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한국토요타에 요구하는 단체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차주들은 “최고 안전 차량이래서 샀더니 알고 보니 전혀 상관없는 차였다”라며 기만 광고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이익,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한다”라며 최근 1대당 80만 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총 2억 5,360만 원 규모다. 차주들이 요구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한국토요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보상 규모는 국내에서 장착되지 않은 브래킷 가격 정도로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민사소송법상 법원은 소송 중 직권으로 당사자의 이익과 그 박의 모든 사정 등을 참작해 청구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화해권고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때 당사자는 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만약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되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같게 된다. 재판상 화해란, 소송계속 중 소송물인 권리관계에 대하여 당사자 쌍방의 합의가 성립하여 이를 조서화해 소송이 종결되는 것을 말한다.

한국토요타는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였으며, 이와 관련해 홈페이지에 사과문과 함께 관련 내용을 게시했다. 화해에 동의하는 고객에게 1대당 80만 원의 화해금을 지급하고, 더 나아가 해당 기간 중 라브4를 신차로 구입한 고객들 중 소송 이 참가자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소정의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토요타가 밝힌 보상 대상 차량은 2015년형 라브4 가솔린(2014.10.27~2015.11.30), 2016년형 라브4 가솔린(2015.11.27~2017.2.20)과 하이브리드(2016.3.30~2016.9.26)다. 현재 한국토요타는 풀체인지 된 라브4를 판매 중이며 카탈로그에서도 IIHS 최고 안전 차량 선정이라는 문구를 넣지 않고 있다. (2021년형 기준, IIHS 2020 Top Safety Pick 선정)

불매운동 여파에 이어
이미지 실추가 예상된다
토요타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지금까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이전까지는 월 천대 이상은 무난히 판매했었으나, 불매운동 이후부터는 작년 12월, 1,323대를 판매한 것 외에는 1,000대 이상을 넘긴 적이 없으며, 300대 수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신차 출시와 프로모션 등을 펼쳐 회복세를 벌이고 있다. 그 외 각종 성금을 기탁하는 등 이미지 쇄신에도 나서고 있다.

요즘에는 안전과 관련된 사항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때인다가 법원이 한국토요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이미지 실추가 예상된다. 500대 수준까지 오른 판매량도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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