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현대차그룹에 과징금 900억 원을 부과했다. 현대차가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은폐하려 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요구 사항이 있었던 것이다. 이 요구 사항에는 “미국 내에 안전 조사를 위한 시험시설을 건설하라”라는 것과 “제3자 감사관의 감사를 받도록 하라”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도 세타2 엔진의 결함 은폐 정황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내린 결정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에서는 현대차에게 부과된 과징금의 이면과 세타2 엔진 결함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원섭PD

2015년 미국에서 첫 리콜
“국내 공장은 해당사항 없다”

세타2 엔진의 문제는 2011년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현대차의 엔진 화재 사고가 잇달아 일어난 것이다. 이후 현대차는 조사에 나섰고 세타2 엔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크랭크축과 커넥팅 로드 베어링이 서로 심한 마찰을 발생시켜 접촉면이 서로 붙어버리는 소착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 경우 주행 중에 엔진이 멈춰 차량의 스티어링 휠이 잠기거나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서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2015년 9월에 11년, 12년형 YF 쏘나타 47만 대에 대해서 리콜을 진행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리콜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논란이 일자 현대차는 “국내는 해당사항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미국 공장 내 제조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인해 발생한 금속 이물질이 원인으로 국내 공장은 해당 사항 없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 공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결함의 원인이니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은 해당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해명의 내용이었다.

2016년 미국에서는 집단소송
국내에서는 내부고발이 이뤄졌다

세타2 엔진 국내 리콜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던 2016년 미국에서는 두 번의 집단소송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집단소송은 11~14년형 YF 쏘나타 차주들의 집단소송이었다. 현대차의 확실한 보상과 해결을 요구한 것이다. 두 번째 집단소송은 기아차 차주들의 집단소송이었다. 동일한 세타2 엔진을 사용하는 옵티마(K5), 쏘렌토, 스포티지에 대한 리콜을 요구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는 현대차의 결함 은폐 정황에 대한 내부고발이 있었다. 내부고발자는 국토부와 미국도로교통안전국에 ”현대차가 안전 관련 제작 결함 약 30건을 확인하고도 리콜을 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축소 신고해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제보했다. 미국에서의 세타2 엔진 리콜이 국내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조선일보)

이와 더불어 그는 내부 문건도 공개했다. 내부 문건에는 ”정식 결함 조사를 피하기 위해 해당 차량만의 예외적인 문제인 것으로 대응하라“라고 적혀있었다. 다양한 차량에서 결함이 두루 발견되면 정식 결함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으니 이를 피하기 위해서 한 차량에서만 발생한 예외적인 결함인 것처럼 대응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국 내 YF 쏘나타 차주들과 합의를 보게 된다. 무상 점검 및 수리, 과거 수리 비용과 렌터카 비용, 중고 거래 손실분을 모두 보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보상 대상은 11~14년형 YF 쏘나타 총 88만 5,000대였다. 이와 더불어 신차, 중고차 모두의 파워트레인 보증기간을 10년에 12만 마일(약 19만 km)로 연장하기도 했다.

내수 차별 논란이 심해지자
국내에서도 동일한 보상을 적용하기로 했다

계속되는 미국 내 리콜과 보상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해당사항 없다“라는 현대차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결함 은폐 정황에 대한 국토부의 조사에 대해서는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시하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내수 차별 논란이 극심해졌고 국토부에는 결함 신고가 잇따르게 되었다.

결국 현대차는 이틀 만에 주장을 번복한다. 국내에서도 파워트레인 보증기간을 10년에 19만 km로 동일하게 연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유상 수리 고객에게도 수리비, 렌트비, 견인비 등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은 식을 줄을 몰랐다. 국내에서도 리콜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2017년 미국에서 119만 대 리콜
그제서야 국내 리콜도 이뤄졌다

2017년 1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또 한 번의 리콜을 진행한다. 이 리콜은 2016년에 제기된 두 번째 집단소송과 관련이 있었다. 동일한 세타2 엔진을 사용하는 싼타페, 옵티마, 쏘렌토, 스포티지도 리콜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대상 차량만 119만 대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의 리콜이어서 국내에서도 큰 논란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국토부의 조사도 진행되자 현대차는 국내 리콜도 진행하게 된다. 대상 차량은 쏘나타, 그랜저, K5, K7, 스포티지 등 17만 1,300대였다. 2017년 4월에 리콜이 진행되었으니 미국에서의 첫 리콜 후 무려 19개월 만이었다. 늦장 대응에 대한 논란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늦장 대응, 결함 은폐 논란에
”원인이 다르다“ 주장한 현대차

무려 19개월 만에 이뤄진 리콜에 많은 소비자들이 늦장 대응을 지적했다. 그러자 현대차는 또다시 해명에 나섰다. ”국내 리콜은 미국 리콜과 원인이 다르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세척 과정에서 이물질이 씻기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으며 국내에서는 가공 과정에서 이물질이 유입된 것이 원인이었다“라는 것이 현대차의 주장이었다.

동시에 국토부의 조사도 종료된다. ”내부고발자의 주장이 명확하지 않고 증거가 불충분하여 결함을 은폐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후에는 리콜이 소리만으로 판단되면서 논란이 일자 ”경운기같이 ‘탕탕탕’ 소리가 나는 식이다“, ”소비자가 직접 인지할 수 있을 정도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리콜 적정성 조사 시작
‘설계 문제’를 지적한 집단소송도 제기

2017년 5월에는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현대차 세타2 엔진의 리콜에 대한 적정성 조사에 돌입했다. 리콜 적정성 조사는 제조사가 실시한 리콜에 대해서 대상의 충분함 여부와 리콜 실시 시점, 조치 방법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결국 현대차가 결함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는지에 대해서 조사에 나선 것이다.

2017년 8월에는 또 다른 집단소송도 제기되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결함의 진짜 원인은 금속 이물질이 아닌 설계 문제다“라며 ”엔진 오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커넥팅 로드 베어링에서 열이 발생해 누유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현대차가 거짓 주장을 해왔다고 말한 셈이다.

(사진=뉴시스)

2019년 결함 은폐 증거 등장
현대차 전현직 임원들 기소

2019년 2월 서울중앙지검이 현대차의 양재 본사와 기아차 광주 공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광호 부장의 내부고발 후 2년 만에 결함 은폐 여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이후 2019년 6월 현대차의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세타2 커넥팅 로드 베어링 소착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아홉 쪽짜리 문건이었다.

이 문건은 상부 보고용으로 미국에서의 세타2 엔진 첫 리콜 한 달 전인 2015년 8월에 품질본부에서 작성되었다. 문건에는 ‘엔진 문제 발생 원인’이 ‘베어링 구조 강건성 취약과 오일 라인 품질관리 미흡‘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들이 결함의 원인으로 꼽은 엔진 설계 미흡이 실제로 문제의 이유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미국 공장 내 제조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인해 발생한 금속 이물질이 원인으로 국내 공장은 해당 사항 없다“라는 현대차의 주장이 거짓말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2019년 6월 검찰은 또 한 번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2019년 7월에는 품질담당 부회장, 품질본부장, 품질전략실장, 부사장 등 총 네 명의 현대차그룹 전현직 임원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하기에 이른다. 이때 정몽구 전 회장도 함께 기소되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기소가 중지되었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합의
국내 포함한 평생 보증 계획 발표

이후 2019년 10월에는 현대차가 미국 내 집단소송 소비자들과 1년 2개월 만에 합의를 보게 된다. 합의 내용은 평생 보증, 대상 차량은 11~19년형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으로 현대차 230만 대, 기아차 187만 대였다. 무려 417만 대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는 보상금으로 460억 원, 기아차는 200억 원을 꺼내들었으며 품질 비용으로는 5,400억 원, 2,800억 원이 각각 충당부채에 반영되었다. 엔진 진동 감지 시스템(KSDS)를 확대 장착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세타2 직분사 엔진 장착 차량 52만 대에 대한 평생 보증 내용이 발표되었다.

”안전운행 의미 명확지 않다“ 주장한 현대차
올해 7월에는 국내에서 평생 보증 절차 발표

2019년 12월에는 세타2 엔진의 리콜 지연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현대차는 ”리콜 조항 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라는 부분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며 세타2 엔진 결함이 실제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지도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 6월에는 위헌법률심판제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종의 시간 끌기와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이후 현대차는 2020년 7월에 국내에서 평생 보증 절차를 발표했다. 2019년 10월에 결정한 세타2 엔진의 국내 평생 보증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가 공개된 것이다. 내용은 미국에서의 평생보증과 같았다. 그리고 최근 약 3년간 진행된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의 리콜 적정성 조사가 마무리되었다.

900억 원은 기본 과징금
추가 요구 사항도 존재했다

세타2 엔진에 대한 리콜 적정성 조사를 마무리 지으며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내린 결정은 다음과 같았다. ”현대기아차 모두 세타2 엔진을 장착한 160만 대가 넘는 차량에 대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리콜을 실시했고 리콜과 관련된 특정 정보를 미국도로교통안전국에 부정확하게 보고했다“ 결국 ”리콜이 적절하지 못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은 이에 대해서 현대차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차에게 부과된 기본 과징금이 600억 원, 기아차에게 부과된 기본 과징금이 300억 원으로 총 900억 원이다. 그러나 이 과징금은 말 그대로 기본 과징금이었다. 현대차에게 부과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의 또 다른 요구 사항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 내 시험시설 건설
제3자 감사관의 감사까지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은 과징금과 더불어 현대차에게 안전조사를 위한 미국 내 시험시설을 건설하도록 요구했다. 기아차에게는 최고 안전 책임자가 이끄는 미국 안전사무소를 신설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양사 모두에게 정교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했다. 결론적으로 시설을 설립해서 품질과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여기서 현대차가 굉장히 자존심 상할 만한 요구가 또 하나 있었다. 설립한 시험시설에서 제3자 감사관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감사관은 미국도로교통안전국에 직접 보고를 하게 된다. 감사 기간은 현대차 최소 3년 동안, 기아차 최고 2년이다.

이 감사관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지시한 특정 조건을 따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현대차는 특정 안전 조치들을 시행하는데 440억 원을 지출해야 하고 기아차는 특정 안전 조치들을 시행하는데 180억 원을 지출해야 한다.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현대차는 510억 원, 기아차는 300억 원의 추가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감사관이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적절한 리콜에 대한 처벌과 더불어 처벌 내용을 잘 이행하는지까지 감시하겠다는 거니 현대차가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신뢰를 잃어버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리콜 적정성 조사 결과에 따라 현대차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총 1040억 원, 기아차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총 480억 원으로 총 1520억 원이다. 만약 특정 조건을 따르지 않아서 추가 과징금까지 받게 된다면 이들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총 2,330억 원이다. 수많은 비용과 신용을 모두 잃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과징금 900억 원이 부과됐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차의 행보가 잘못됐고 리콜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국내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독자분들이 잘 지켜보셔야 할 필요도 있겠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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