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마다 그 시기를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자동차 시장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시대에 대한 정의는 일반적으로 시대가 완전히 지난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므로, 이렇게 글을 시작하는 것을 다소 낯설게 느끼는 독자들도 있겠다. 그럼에도 감히 현시점에서 지금의 자동차 시장을 정의하는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아마도 SUV 일 것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SUV, 그중에서도 대형 SUV는 그야말로 호황을 겪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포착한 수입차 제조사들은 최근 초대형 SUV의 국내 출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초대형 SUV의 국내 진출은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형 SUV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현재 SUV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자동차는 SUV이다.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12월까지 판매된 자동차 중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45.5%에 달하며, 이는 지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약 8%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불어닥친 차박 열풍이나 미니밴이 갖고 있던 패밀리카 입지가 SUV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 등이 SUV 선호 현상의 원인으로 언급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원인들이 일어나기 앞서 국내 SUV 시장에서 포착되었던 움직임이 있다. 바로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이다

특히,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불어닥친 SUV 선호 현상의 중심엔 대형 SUV가 위치한다. 지난 2018년만 해도 SUV 시장에서 대형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선호되는 모델은 G4 렉스턴으로 판매 대수는 1만 6,674대 정도였고, 그 뒤를 모하비가 7,837대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18년 12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플래그십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대형 SUV 시대의 막이 열렸다.

대형 SUV 판매량이 그야말로 수직 상승한 것이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이후 2019년 한해 동안만 5만 2,299대가 판매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G4 렉스턴과 모하비도 각각 1만 2,879대, 7,252대로 평년 대비 조금 감소했지만 큰 판매량 개입 없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체 SUV 중 대형 SUV가 차지하는 비율도 17.8%로, 2018년 대비 6.8% 증가되었다.

시장에 불어닥친 대형 SUV 열풍은 2020년에 더욱 거세졌다. 팰리세이드의 판매량이 오히려 작년 대비 증가하여 총 5만 8,822대를 기록한 것이다. 더불어 G4 렉스턴의 판매량은 8,626대로 감소했지만, 모하비의 경우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여 총 1만 8,330대가 판매되는 등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첫 SUV 모델인 GV80을 출시하여,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3만 745대라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2월까지 판매된 SUV 차량은 총 65만 291대이며 이중 대형 SUV는 15만 7,441대에 달한다. 점유율로 환산하면 24.2%이며, 2018년 대비 무려 13.2%나 상승했다. 팰리세이드의 등장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대형 SUV 판매량을 통해 국산차 시장은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를 확인했다.

수입차 제조사는
이러한 흐름을 포착했다
한편, 국내 자동차 시장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은 국내 제조사 뿐만이 아니었다. 쉐보레, 포드, 링컨, 캐딜락 등 국내 시장의 흐름을 포착한 수입차 제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 국내 소비자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시장의 특성상 국내 출시를 미뤄왔던 초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내년 중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초대형 SUV의 국내 시장 진출에 소비자들은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
북미발 초대형 SUV가
대거 출시될 예정이다
내년 초, 수입 제조사들은 초대형 SUV의 국내 출시 계획을 전했다. 포드는 플래그십 대형 SUV인 익스플로러의 상위 모델, 뉴 포드 익스플로러 플래티넘과 브랜드 내 가장 큰 차체를 자랑하는 뉴 포드 익스페디션을 내년 중 국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픽업트럭 모델 뉴 포드 레인저 와일드 트랙과 레인지 랩터 등도 함께 출시될 예정이다.

링컨 또한 브랜드 내 가장 큰 SUV, 네비게이터의 국내 출시 계획을 전했다. 쉐보레도 동참했다. 작년, 서울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선보일 때부터 아빠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쉐보레의 풀사이즈 SUV, 타호도 국내 시장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지난 2017년, 이미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캐딜락도 5세대 에스컬레이드로 다시 한번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초대형 SUV가
한국 자동차 사회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사실 SUV, 픽업트럭의 주 무대로 여겨지는 북미나 호주와 달리, 한국은 땅 자체가 좁기 때문에 차체가 큰 차량의 운용이 어렵다. 시장 자체가 초대형 SUV와 맞지 않은 탓에 웅장한 차체와 강력한 성능을 느껴보고 싶은 소비자들이 많았음에도 이들은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 대형 SUV에 대한 수요 증가로 드디어 초대형 SUV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초대형 SUV에 대한 아쉬움을 삼킨 소비자들이 대형 SUV 수요층에 합류하면서 벌어진 결과이니, 이들의 노력이 국내 시장의 초대형 SUV 진출에 일조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어찌 됐건,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선택지 단일화 현상도 조금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내년 출시되는 초대형 SUV는 현재 대형 시장에서 도합 점유율 54%를 기록하고 있는 팰리세이드, GV80등과 맞붙을 예정이라 더욱 활발한 시장 경쟁이 예측된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위협할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자연히 기존 제조사들의 시장 전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거기에 수입차 제조사의 초대형 SUV가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다면, 국내 제조사들도 초대형 SUV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한국발 초대형 SUV를 만나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진=보배드림)

초대형 SUV의 국내 진출엔
분명한 단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초대형 SUV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전망만 제시할 순 없다. 대한민국 운전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제, 매일같이 펼쳐지는 주차난 때문이다. 빈자리를 찾아 같은 자리를 맴돌다가 빈자리를 발견하더라도, 양쪽에 주차된 카니발과 팰리세이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사설을 덧붙이자면, 현재 필자는 경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로 팰리세이드와 신형 카니발 사이에 주차를 해본 적이 있다. 차체가 작은 경차임에도 자리가 상당히 비좁았던 것이 사실이며, 문콕을 피하기 위해 몸을 구겨 차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이런 실정인데, 카니발, 팰리세이드보다 더 큰 차체의 초대형 SUV가 국내 출시된다면 주차난 문제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큰 차체로 인해 차간 거리 가늠이 어려워 접촉 사고 발생이 증가할 수 있으며, 도로에서 초대형 SUV를 만날 때엔 시야가 제한되어 운전 스트레스도 늘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반적인 차량보다 초대형 SUV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들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전체적인 자동차 가격이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큰 차량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하여, 차체를 동급 대비 크게 키우고 가격을 올리는 경우는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초대형 SUV의 국내 진출이 전체적인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부정적 견해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반가움이 앞선다
시장은 언제나 수요에 응답한다. 이는 가장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시장 질서이다. 초대형 SUV의 국내 출시를 선언한 수입차 제조사들도 이러한 시장 질서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 주소는 한 제조사가 전체 시장의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점점 좁아지는 선택지와 품질, 가격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던 고질적인 병폐였다. 이런 상황이라서일까?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입 브랜드의 초대형 SUV 출시 소식에 반가움이 앞선다. 이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쟁을 자극하고, 시장 활성화에 일조하여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맺는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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